“돼지고기 고급화 통했죠… 韓 식문화 세계에 알리고 싶어”

이성규,임송수 2024. 10. 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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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고기 전문점 ‘푸에르코’ 이웅빈 대표
이웅빈 푸에르코 대표가 푸에르코 여의도웨스트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한국 식문화의 경쟁력을 확인해보고 싶다”며 “싱가포르, 베트남 호치민, 일본 오사카·도쿄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웅 기자


자영업 폐업률이 연일 치솟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업은 종말이 왔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흘러나온다.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식당은 17만6258개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보다 무려 82.6% 늘었다. 하지만 레드오션에서 치열한 고민과 혁신으로 요식업 신화를 이어가는 이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고기 전문점 ‘푸에르코’ 이웅빈(34)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이베리코라는 특수한 아이템을 들여와 돼지고기를 고급화하는 전략으로 2017년 4000만원 수준이던 월 매출을 7년 만에 100배 늘리는 성공신화를 썼다. 경기도 판교에서 시작했던 작은 매장은 대규모의 10개 매장으로 늘었다. 귀공자 스타일 이미지와 달리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스스로 일군 성과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와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도 이곳을 찾아 주목을 받았다. 3일 푸에르코 여의도웨스트점에서 만난 이 대표는 이른 나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특수한 부위, 프라이빗한 룸, 고기 냄새가 옷에 배지 않는 하향식 배기 시스템 등을 내세워 고급스러우면서도 대중적인 가격을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 해외에서 들여온 이베리코로 국내에서 성과를 냈지만 앞으로는 반대로 한국의 식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 싱가포르, 베트남 호치민, 일본 오사카·도쿄 등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푸에르코는 어떻게 시작했나.

“거창한 동기가 있던 건 아니다. 기술이 없는 젊은 청년이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요식업 외에 많지 않았다. 있는 집 자식도 아니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어떻게 성공할지보다는 어떻게 해야 실패하지 않을지 고민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호불호가 적고, 단가가 낮지 않은 특별한 음식을 찾았다. 그 결과물이 이베리코였다.”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 비결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주 3회 이상 다른 고깃집을 돌아다니며 잘 되는 이유와 안 되는 이유를 찾고 있다. 음식 맛뿐 아니라 위치와 상호, 반찬 구성, 테이블 레이아웃(구성요소 배치 방식), 직원 복장, 조도, 인테리어 소재 등을 관찰하며 상세히 기록해왔다. 사업 시작 전엔 다른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숯불 피우기, 고기 손질, 설거지 등을 모두 직접 경험했다.”

-매장이 단기간에 많이 늘었다.

“푸에르코 1호점은 2017년 1월 25평 면적, 홀 테이블 12개로 시작했다. 월 최고 매출은 8000만원이었고 직원 수는 5명이었다. 6년 후인 지난해엔 9개 직영점으로 2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10번째 직영점인 여의도웨스트(TP타워점)까지 열어 매출 330억원이 목표다. 매장의 면적은 10개 직영점 모두 150평에서 최대 300평 규모이고 전체적으로 약 1800평 정도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직원 수는 일용직 포함 250명가량 된다. 월 매출은 38억원까지 찍었다.”

-푸에르코의 성공 비결을 꼽는다면.

“일종의 고급화 전략이다. 서민 음식 이미지가 강한 돼지고기를 이베리코라는 특수한 아이템을 통해 고급화했다. 홀보다는 룸을 많이 만들고, 고객들이 고기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콜키지 프리(외부 주류 반입 무료)’를 도입했다. 여기에 테이블 위로 연기가 올라 오지 않게 하는 하향식 배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옷에 냄새가 배는 것 때문에 고깃집 가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만족한다고 들었다. 한우처럼 이베리코를 3주 이상 숙성해 돼지고기의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도 주효했다.”

-우여곡절도 있었을 것 같다.

“지금도 그렇고 힘든 순간도 많았다. 많은 자영업자가 공감하겠지만 사업 초기에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잘 나가다가 한순간에 망할 수 있는 게 요식업이다. 최근에는 푸에르코의 중심축이었던 판교점이 화재로 전소됐다. 사업이 끝날 뻔한 위기였다. 잠시 좌절도 했었지만 이를 전화위복 삼아 가장 멋진 매장으로 재단장 중이다. 톰 크루즈와 기시다 전 총리가 재방문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포기할 수 없지 않느냐.”

-규모가 커지면서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파트너(관리자)와 수익을 나누는 시스템을 도입해 사장과 직원이 한마음으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며 시너지를 내고 싶어서다. 이를 위해 운영 능력이 좋은 매장 관리자에게는 신사업 참여나 신규 점포 출점 시 지분 투자의 기회를 준다. 또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상승률 등 목표 달성 수준에 따라 매달 기본급 대비 최대 100%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우수 관리자는 연 1회 3박 4일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직원은 근태, 매출 하한선 달성 여부, 고객 서비스 우수사원 등 성과평가를 토대로 성과급도 지급한다. 매장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는 비결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국내에선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10개 직영점을 유지할 생각이다. 서비스 품질 관리 측면에서 무분별한 확장은 지양하고 있다. 대신 해외에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꿈이 있다. 현재 싱가포르, 베트남 호치민, 일본 오사카·도쿄 해외 출점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검토하는 단계다. 내년부터 이들 도시를 돌아다니며 해당 국가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 상권 분석, 소비 스타일을 파악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어떻게 지역화할지 연구하고 비즈니스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성규 산업1부장, 정리=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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