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디지털 단두대

정승훈 2024. 10. 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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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단두대'(digital guillotine)는 사회적 논란이 된 유명인을 주로 온라인 상에서 사적으로 단죄하려는 대중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이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민간인 지역 공습과 하마스의 민간인 납치 어느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 침묵 조차도 그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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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논설위원


‘디지털 단두대’(digital guillotine)는 사회적 논란이 된 유명인을 주로 온라인 상에서 사적으로 단죄하려는 대중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이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이스라엘 성향으로 지목됐거나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지 않는 유명인의 소셜미디어 계정 차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주된 흐름이었다. 이스라엘의 민간인 지역 공습과 하마스의 민간인 납치 어느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 침묵 조차도 그 대상이 됐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드러낸 사람을 배척하는 행동방식을 가리키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와 비슷한 맥락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잦아지고 있다. 주로 연예인이 타깃이 됐으나 최근엔 연예인뿐만 아니라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는 추세다.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등의 영향력이 그만큼 세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기 유튜버인 ‘곽튜브’의 학교폭력 옹호 논란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단두대든 캔슬 컬처든 그 행동 자체를 무작정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다. 참여하는 이들은 대부분 사회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확증편향, 일반화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사실과 무관하게 특정인을 비난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디지털 단두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슈에 대해 대중의 주목도를 빠르게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와 의견에만 근거한 기준을 세우고 그것과 어긋나는 행동이나 발언을 한 상대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다른 이들이 그 비방에 참여하도록 부추기는 방식이 많아 문제로 지적된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식이 되면 당초 제기하려 했던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집단적으로 특정인을 공격하는 몰아가기 양상만 남게 된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사람의 정의감은 악랄한 공격으로 변질되기 쉽다.

정승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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