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잘못된 ‘필리핀 이모’ 논쟁

모규엽 2024. 10. 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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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와 서울시는 상당히 의미있는 저출생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바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일수록 더 많은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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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사회2부장


올해 정부와 서울시는 상당히 의미있는 저출생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바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다. 원치 않게 경력이 단절되거나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 양육자를 위한 대책이다. 실제 많은 기혼 여성이 경력 단절 사유로 육아를 꼽는 경우가 많다. 국내 가사근로자 시장의 인력 감소와 고령화 추세 속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수혈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다.

이에 지난 7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선발됐다.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관련 자격증이 있고 영어, 한국어 등 어학 능력을 갖춘 것은 물론 건강검진과 범죄 이력까지 제대로 신원이 검증된 인원들이다. 모두 24~38세로 영어가 유창하고 한국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후 큰 관심 속에 지난 8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입국했다. 그리고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강남구 역삼동 인근 공동숙소에 머물면서 배정된 돌봄·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논쟁이 여권을 중심으로 뜨겁다. 최근 이들 중 2명이 숙소를 무단 이탈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여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중심은 시범사업 확대와 최저임금 차등 적용 여부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근무지 이탈 등의 문제를 들어 사업 확대에 신중한 입장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여부도 찬반이 팽팽하다. 서울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을 통해 고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해외 돌봄 인력을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헌법의 평등권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등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논쟁 모두 핵심을 비켜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계속 확대돼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인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지방은 외국인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다. 실제로 2022년 경북의 아동인구 34만명 중 다문화 아동이 1만8000명으로 전체의 5.4%나 됐다. 2015년과 비교해 전체 아동인구 가운데 다문화 아동은 무려 30.9%나 증가했다. 지방일수록 더 많은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문제는 상당히 모순된 부분이 많다. 최저임금법을 고쳐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을 낮춰도 문제, 올려도 문제다. 임금을 내리면 돌봄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한국 가정이 늘겠지만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이탈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올리면 이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구체적으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최저임금(9860원)이 적용된 월 206만원(1일 8시간, 주5일 근무 기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각 가정은 제반 비용 등을 포함해 월 238만원을 낸다. 그런데 이 금액은 중산층 가정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실제 시범사업 참여 가정을 모집했을 때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강남 3구’에 사업 신청 가구가 쏠렸다.

하지만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이 금액이 너무 적다고 인식하고 있다. 오히려 제조업 등 다른 직종에서 일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어서다. 최근 숙소를 무단 이탈한 가사관리사 2명은 돈을 더 많이 주는 업종에 취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보다는 어떻게 일반 가구에 부담이 덜 되고, 가사관리사들에게 소득을 높여줄지 방안을 찾는 데 고민해야 한다. 서비스 이용시간 세분화, 가사관리사 근로시간 연장, 숙박·식비 지원 등 다양한 해결책을 논의해 봤으면 한다.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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