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감독·레전드 내치고 리모델링? 그 결과는 '탈락'

이준목 2024. 10. 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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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5위 결정전서 역전패, 분노한 팬심... 원인 돌아봐야

[이준목 기자]

 9월 30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 경기 현장
ⓒ 연합뉴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2024시즌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SSG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KT 위즈에게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이 무산된 SSG는 최종 6위로 가을야구 없이 올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특히 SSG 팬들에게는 지난 한 시즌 동안 구단 운영에 대해 쌓여온 불만과 원망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최악의 순간이 돼 버렸다. 가을야구 진출 실패는 물론이고, 팀의 투타 주축이던 김광현과 추신수가 5위 결정전에서 패배의 원흉이 돼 버린 점, '초보 사령탑' 이숭용 감독의 미숙한 경기운용까지 그동안 SSG의 불안요소들이 모두 드러난 경기였기 때문이다.

2021년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이마트에서 전신인 SK 와이번스 선수단을 인수해 창단한 SSG는, 2년만인 2022시즌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어어' 우승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SK 시절을 포함하면 5번째)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비상하는 듯 했다.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은 첫 우승 직후, 모기업의 든든한 후원과 강력한 투타 전력을 보유한 SSG가 앞으로도 프로야구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왕조'가 될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SSG는 2023시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전신 SK 시절부터 팀의 역사를 함께 해왔고 2022시즌 통합우승의 주역이었던 류선규 전 단장이 돌연 사퇴한 데 이어, 구단 운영을 둘러싸고 비선실세 개입 의혹까지 터졌다. 여기에 팀의 에이스인 김광현의 국가대표팀 음주 논란, 2군에서의 폭행 사건 등 구단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시즌 중에는 초반 상위권을 내달렸으나 여름들어 믿기 어려운 추락을 거듭하며 한때 가을야구까지 장담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 몰렸다. 막판에 분위기를 추슬러서 3위를 차지하며 2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의 돌풍에 휘말려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이 무색하게 3전 전패로 탈락하는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승승장구하던 팀, 어쩌다 이렇게 됐나

논란은 시즌 종료 후에도 계속됐다. 1년전 구단의 첫 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이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돌연 경질됐다. 구단은 김원형 감독의 경질이 성적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납득할만한 다른 명분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SK 시절부터 구단의 원클럽맨이자 레전드인 김강민은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말년에 뜻하지않게 한화 이글스로 팀을 옮기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벌어졌다. 상식과 절차, 예의를 무시한 구단 운영이 반복되면서 분노한 많은 팬들이 실망감을 드러내며 등을 돌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SSG는 2024시즌을 앞두고 이숭용 신임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숭용 감독은 현역 시절 히어로즈의 리더였고, 은퇴 후에는 KT에서 코치와 단장으로도 좋은 성과를 올렸기에 감독으로서도 나름 기대를 모았다. SSG의 전력도 비록 우승권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가을야구 진출 이상을 노릴만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SSG는 이숭용 감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하여 "소통에 능하고, 팀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지도자다. 단기간에 구단의 지향점에 도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시즌 SSG의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SSG는 김광현과 최정, 한유섬, 문승원, 박종훈, 추신수 등 선수구성상 누가 봐도 윈나우를 노려야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7월까지 주로 4-5위를 오락가락하며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8월에는 8승 17패로 역주행하며 한때 8위까지 추락하는 등 가을야구 진출도 불발될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그나마 막바지에 다시 힘을 낸 SSG는 잔여경기 일정을 소화한 9월에 13승 1무 4패의 반전을 이뤄내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되살렸고, 결국 KT와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까지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마지막 고비를 넘지못하면서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고문은 오히려 역전패라는 최악의 비극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SSG는 김원형 감독이 이끌었던 2023년 76승 3무 65패, 승률 .539로 3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여, 승수는 4승(승률 -.032) 감소했고, 순위는 세 계단이나 오히려 하락했다.

그러나 이숭용 감독 체제에서 SSG는 점점 퇴보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SK 시절부터 장타력 위주의 빅볼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던 팀컬러를 잃고, 어설픈 스몰볼에 가까운 팀운영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지난 3년 연속 팀 홈런 1위에 올랐던 SK는 올시즌에는 4위(152개)로 떨어졌고, 팀타율은 7위(.273), 득점은 8위(756개), 출루율은 9위(.342)에 그쳤다. 마운드는 믿었던 선발진의 붕괴로 팀평균자책 최하위(5.25)에 그쳤다. 그렇다고 유망주 육성이나 세대교체에서 전 감독 시절보다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SSG 팬들 사이에서는 이숭용 감독의 투수운영이나 작전구사 실패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심지어 KT와의 최종전에서 중반까지 리드를 잡고 있다가 선발투수였던 김광현을 지난 등판 이후 이틀 휴식만에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린 것, 전날 은퇴식을 치르며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던 추신수의 막판 대타 기용 등은 이숭용 감독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는 하나같이 치명적인 패착이 되고말았다.

급기야 최종전 패배 이후 분노한 SSG 팬들은 퇴근하는 선수단 버스를 향해 '이숭용 나가'을 외치며 격앙된 모습을 드러냈다. 부임한 지 불과 1년만에 감독이 이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한편으로 이는 단순히 이 감독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방향성을 잃어버린 SSG 구단이 자초한 업보이기도 하다.

모든 결과에는 과정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프로야구단은 재벌 구단주의 자기 과시나 만족을 위한 장난감도, 실험대상도 아니다. 하나의 스포츠팀을 완성하는 데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노력과 투자, 연속성있는 방향성과 시스템이 두루 갖춰져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통합우승까지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던 팀이 어쩌다 우승 공신들을 하나둘씩 떠나보내고, 성적은 더욱 하락하면서 팬들의 민심마저 잃게 됐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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