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최초 인공관절 수술 로봇 도입… 무릎·고관절 내 것처럼 '맞춤' 수술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2024. 10. 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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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병원] 울산엘리야병원
인공관절, 의사 숙련도·컨디션에 좌우
마코 로봇 수술로 정확성·일관성 높아져
출혈·연부조직 손상 최소화…통증 줄어
울산 첫 사례…마코로 무릎·고관절 치환술
관절 기능 높이고 통증 줄여 만족도 높아
울산엘리야병원에서는 인공관절 로봇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를 이용해 슬관절, 고관절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엘리야병원 정형외과 최치범 과장이 로봇 앞에서 슬관절 수술 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재 역할을 하는 관절이 다 닳으면, 뼈끼리 부딪치면서 엄청난 통증을 자아낸다. 걷기조차 어렵다. 이때 원래 관절을 대신 할 금속 관절을 넣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을 수 있다. 인공관절 치환술은 '잘' 받아야 한다. 사람마다 꼭 맞는 관절 모양이 다른데, 잘 못 넣었다간 주변 조직을 자극해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수술하면서 나오는 출혈량도 상당해, 체력을 회복하는 데도 공들여야 한다.

울산에 있는 종합병원 울산엘리야병원은 지난 8월 환자에게 꼭 맞는 관절을 최선의 방법으로 이식하기 위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인공관절 수술 로봇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를 도입했다. 환자 맞춤형 수술을 제공하는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는 425건 이상의 연구로 그 성능이 입증됐다. 울산엘리야병원은 슬관절(무릎 관절) 뿐아니라 고관절(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관절) 치환술도 가능한 마코 기계를 도입했다. 울산에 있는 49개 정형외과 중 유일하다.

로봇으로 안전성 보장된 '맞춤형 정밀 수술'

기존 인공관절 수술은 의료진의 숙련도가 모든 걸 좌지우지했다. 다리 축 정렬을 바르게 맞추는 게 매우 중요한데, 막상 절개해서 보면 가이드가 있어도 맨눈으로 기울기를 명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인대와 근육 유연성이 달라, 똑같은 양을 절개해도 필요한 임플란트 금속재의 크기도 다르다. 살을 절개하고, 뼈를 절삭하고, 10년 이상 원래 관절을 대신할 금속을 심는 큰 결정을 의료진의 '감'에 의존해야 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무릎의 경우 관절염이 4단계까지 진행돼 약물 치료나 운동 치료로도 차도가 없을 때 진행한다. 그만큼 간절한 상황에 의료진의 숙련도 뿐 아니라, 컨디션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방식으로 수술이 진행돼 왔다.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로 수술하게 되면, 먼저 3D CT(컴퓨터 단층 촬영)로 개인 맞춤형 수술을 계획한다. 뼈의 어느 부위를 얼마나 잘라야 가장 이상적일지, 어떤 크기의 임플란트 금속재를 사용하는 게 좋을지 등을 결정한다. 전체 무릎 관절을 바꾸는 전치환술뿐 아니라 손상된 관절 일부만 바꾸는 부분치환술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수술실에서는 로봇 팔로 정밀하게 뼈 등의 필요한 부분만 절삭한다. 로봇은 금속재를 삽입할 때 각 부위마다 압력이 어느 정도 증가하는지 수치화해서 알려준다. 의료진은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 때,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기울일 때 등 여러 상황마다 압력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확인하고 환자가 일상 생활하기 가장 편한 상태로 수술할 수 있다. 또 절개해도 괜찮은 허용 범위를 넘으면 로봇 팔은 스스로 멈춘다. 울산엘리야병원 정형외과 최치범 과장은 혹여 의료진이 못 보고 혈관이나 인대를 자를 뻔한 상황에 부닥치면 바로 기계가 멈춰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상 관절을 보존하면서 진행해야 해 난도가 더 높은 부분 치환술도 정밀하게 수술이 가능해 기존 부분 치환술보다 수명을 늘렸다.

예후 좋고, 일상 복귀도 빨라

울산엘리야병원 정형외과 최치범 과장.

계획적인 맞춤형 수술은 안전할 뿐 아니라, 결과도 좋다. 울산엘리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50대 환자 A씨는 "무릎 통증이 심해 여러 병원을 다니며 약물치료를 지속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직장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했었다"며 "지금은 수술 안 한 무릎보다 통증이 없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미국 연구팀이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로 치료한 환자군과 일반 인공관절 수술 환자군의 기능적 활동 점수를 비교·분석 했는데, 걷거나 서 있는 상태의 개선 점수가 일반은 4.8점, 로봇은 6점으로 로봇 수술 환자에서 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걷기 ▲다리 방향 전환 ▲계단 오르내리기 ▲쪼그려 앉기 ▲무릎 꿇기 등 여러 활동에서도 로봇의 점수가 더 높았다. 로봇 수술을 받으면, 일반 수술을 받을 때보다 무릎 가동 범위가 10.8도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계획한 대로 뼈와 살을 최소한으로 절삭하면 주변 연부조직 손상을 줄여 회복이 빠르고, 통증도 적다. 2017년 국제골관절연구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로 치료한 환자군과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통증 지수를 비교했을 때, 수술 후 첫날부터 8주까지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로 치료한 환자군의 통증 지수가 일반 수술군보다 약 55.4%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도 더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출혈이 줄어 합병증 부담도 줄기 때문이다.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땐 정확한 다리 축 정렬을 확인하기 위해 허벅지 뼈에 구멍을 내고 '절삭가이드'라는 기구를 삽입한다. 이때 출혈이 다량 발생한다.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로 수술할 땐 환자 무릎에 센서를 부착해 다리 축을 계산해, '절삭가이드'를 삽입하지 않아 출혈로 인한 부담이 줄어든다. 일반 인공관절 수술보다 28시간 퇴원이 빠르고, 물리치료 필요 횟수도 절반가량 적다.

고관절 로봇 수술, 재수술률 낮춰

우리나라는 고관절보다 슬관절 인공관절 이식이 10배 이상 많다. 슬관절 수술은 노화로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됐을 때 주로 하는데, 고령화로 환자 수가 많아졌다. 반면 고관절 수술은 고관절 부위를 다쳐서 관절염이 생겼거나, 무혈성 괴사 등 다른 질환에 걸렸을 때 진행해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치료하는 병원도 수도권이 아니라면 부족한 실정이다. 최치범 과장은 "고관절 이식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마땅치 않다 보니, 어려운 와중에 서울로 가야 하는 지역 주민을 많이 봤다"며 "울산에서도 부족함 없는 수술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슬관절 뿐 아니라 마코 고관절 이식술 프로그램도 도입하게 됐다"고 했다. 울산엘리야병원은 관절·척추를 중점적으로 보는 정형외과에서 시작해 지난 2020년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현재는 정형외과를 비롯해 내과, 소아과, 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은 까다롭다. 인공관절을 넣을 공간을 딱 맞게 확보해, 정확하게 끼워 넣어야 한다. 삽입할 공간에 예상보다 조금이라도 넓어지면 고관절 탈구로 다리가 빠질 수 있다. 한 번 탈구된 고관절은 절반 이상이 재수술 한다. 마코 스마트로보틱스는 무릎 인공 수술과 마찬가지로, 개인에 맞게 정확히 계획을 짜고 수술한다. 수술 중 환자의 고관절 가동 범위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안정적인 위치로 조율할 수 있고, 양쪽 다리 길이도 정밀하게 맞출 수 있다. 실제 한 연구에서 뼈에 고정하는 금속 컵(비구컵)이 안전 범위에 위치할 확률이 기존 인공관절 수술을 했을 때는 62%였지만, 마코 로봇을 이용했을 땐 92%로 확인됐다. 최치범 과장 "인공관절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도 로봇 수술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비용 때문"이라며 "하지만 입원 기간이 단축되고, 수혈할 가능성이 감소하고, 적은 재활 치료를 받아 수술 후 한, 두 달 뒤에 보면 비용 차이가 크게 없거나, 로봇이 더 저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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