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참에 끊어내자" 野지도부, 금투세 '유예→폐지' 가닥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당초 검토되던 금투세 유예에서 폐지로 선회한 것이다.
1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금투세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선 “금투세 유예를 해도 2년 뒤 또 논란이다. 계속 여당에 끌려다닌다. 그럴바엔 이참에 끊어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분출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선 금투세 유예보다는 폐지에 방점이 찍혔다고 한다.
같은 날 이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엔 금투세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은 안 돼’라는 정서가 있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유예를 시사했다고 받아들였지만, 당 지도부의 비공개회의에선 폐지 쪽으로 무게를 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초 유예에 가까웠던 지도부 기류가 주말 사이 폐지로 쏠렸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민주당은 금투세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에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 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이익의 20~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다만 한번도 시행되지 못한 채 2년씩 두 차례 유예됐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여태 금투세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은 유예→보완 시행→유예 등 출렁거렸다.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예를 시사했다가 당내 저항이 거세게 일자 “공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해 시행하자”며 보완 후 시행으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이 금투세를 ‘재명세’라고 부르며 강하게 반발하자 결국 폐지로 기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지난달 24일 민주당의 금투세 토론회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켜 폐지에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도 나온다. 당시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 도입 시 주가가 우하향한다는 것을 신념처럼 갖고 있으면 인버스(주가 하락 베팅 상품) 투자하면 되지 않냐”고 말해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토론에 나섰던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이번 토론은 역할극에 일부”라는 문자를 당원에게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투세를 1~2년 유예해서 덮어두면 대선을 앞두고 당이 또다시 혼선에 휩싸일 것”이라며 “민주당 집권 뒤 금투세를 재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당내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반발이 변수다. 당장 지난달 30일 열린 민주당 비공개 기획재정위원 회의에서는 금투세 폐지로 선회한 지도부 기류가 전달되면서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금투세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 자리에서 모 중진 의원은 “이건 지도부가 기재위원을 패싱하는 거 아니냐”라고 날을 세웠다. “폐지 의견과 유예·시행 의견을 놓고 재토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르면 4일 관련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금투세와 관련한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뜻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투세 토론은 이미 충분히 했다. 이번 의총은 그간 갑론을박을 이어온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지도부에 위임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의총에서 금투세 폐기에 대한 강한 반대가 쏟아진다면 최종 결론이 유보될 수도 있다.
한편 여당은 민주당을 겨냥해 연일 금투세 폐지를 압박하고 있다. 여당 기재위원들은 지난달 30일 성명문을 통해 “1400만 개미 울리는 금투세는 폐지가 정답이다. 주식에 진심인 이 대표는 왜 침묵하고 있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 일찌감치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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