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세계화”…中취푸서 국제공자문화제 개막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 지닝시 취푸에서 공자 탄신 2575주년을 축하하는 국제공자문화제가 막을 올렸다. 중국 정부는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사업만큼이나 ‘공자의 세계화’도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산둥성 정부와 중국 문화관광부, 유네스코중국위원회는 지난 27일 취푸 니산성경의 니산강당에서 ‘공자와 대화: 문명 간 상호학습’을 주제로 한 ‘2024 중국국제공자문화제’ 개막식을 개최했다.
린우 산둥성 당위원회 서기는 개막식 인사말에서 “공자사상은 중국식 현대화의 바탕이 됐으며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쥐스탱 투케리 마다가스카르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공자사상에는 보편성이 있다. 공자사상의 핵심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교육이 갖는 사회적 중요성”이라고 말했다.·
공자 탄신일인 28일에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취푸의 공묘(공자 사당)에서 공공제례 행사인 ‘갑진년 공자대전’이 진행됐다. 지방정부 간부들과 공자 관련 단체 회원, 한국·베트남 등 해외 각지에서 초청된 인사 등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통 예복을 갖춘 행렬이 공자의 위패가 있는 대성전에 제례를 올렸다. 전통 무용단의 공연도 진행됐다.
전날 개막식에서 개막선언을 한 리슈레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선전부 부장은 이날 공식 제례 종료 후 별도로 참배시간을 가졌다. 시 주석의 측근으로 당과 국가의 선전과 문화 업무를 총괄하며 관영매체를 지휘하는 그의 참석은 중앙정부가 공자사상에 갖는 관심을 보여준다.
중국은 공자를 통한 중국문화의 세계화를 추구한다. 공자사상에 담긴 휴머니즘이 세계적 보편성을 갖춘 만큼 문맹 타파와 인성 교육에 효과적이라고 본다. 시 주석도 지난 5월 산둥성 시찰 당시 “국제공자문화제 등을 매개로 문명 간의 대화와 상호 이해를 촉진하고 중국 문화의 영향력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중국에서 공자의 위상이 회복된 건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공산주의 혁명 이후 공자사상은 한동안 청산해야 할 봉건 잔재로 치부됐다. 문화대혁명 초기인 1966년 11월에는 베이징의 홍위병 수백명이 기차를 타고 취푸로 내려와 공자의 후손이 사는 공부의 유물을 파괴하고 후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1970년대 후반 개혁개방과 함께 공자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었고 취푸시는 1984년 국제관광 붐에 맞춰 공자탄신일에 ‘공자탄신일 고향여행’ 행사를 열고 공부의 ‘고악무’ 등 전통 의식을 복원했다. 관광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해외에서 취푸를 찾아오는 이들도 늘어났다.
1989년에는 국가여유국과 산둥성 정부의 허가를 받아 ‘국제공자문화제’로 승격됐고 94년 ‘중국국제공자문화제’로 이름을 바꿨다. 취푸가 소속된 지닝시는 2004년 공자에 대한 공공제례인 공자대전을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듬해에는 중국 국내외에 있는 30여 공묘와 협력해 세계연합제례도 올렸다.
2006년에는 제1회 유네스코 공자교육상 시상식이 열렸고 2007년에는 문화부와 교육부, 국가여유국의 공식 승인을 받아 중앙부처와 산둥성 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대규모 축제로 격상됐다.
2013년 취임한 시 주석도 힘을 보탰다. 그는 2014년 열린 공자탄신 2565주년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연설을 통해 “공자사상은 중국 문명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중화민족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양분”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공자문화제는 문화교류, 학술세미나, 관광, 경제·과학·무역 협력을 통합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로 발전했다. 취푸에는 공묘·공부·공림의 구3공에 공자연구원·공자박물관·니산성경이라는 신3공이 새로 들어섰다. 특히 공자의 탄생지로 알려진 니산 기슭에 들어선 니산성경에는 72m 높이의 공자상과 니산세계유학(儒學)센터가 건립됐다.
반면 2004년부터 공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해외에 진출한 ‘공자학원’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선전 활동으로 현지 정부와 현지인들의 반감을 사 퇴출당하기도 했다.
산둥성 정부의 초청으로 문화제에 참석한 고성배 한국차문화연합회장은 “중국 정부가 경제적으로는 일대일로, 문화적으로는 공자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일부 반감도 산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정치적인 것은 빼고 인성교육과 문화교류 중심으로 공자를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취푸=글·사진 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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