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기하추상에 내재된 은밀한 공간성…정은모 개인전

김희윤 2024. 10. 1. 17:4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간파한 단순함의 중요성은 1977년 애플이 출시한 PC '애플II' 슬로건을 지나 오늘날까지도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다.

복잡한 영상, 화려한 구성과 원근법을 떠나 2차원 평면 속 색채로 평면 분할 작업을 이어온 작가 정은모의 궤적 또한 얼핏 보면 단순함의 연속으로 비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바톤, 11월 9일까지 정은모 개인전
독창적 기하추상 영역 개척
기하추상적 양식에 내재된 은밀한 공간성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GB 5_Chung Eun-Mo_2021_C2136_oil on linen_95x95cm_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간파한 단순함의 중요성은 1977년 애플이 출시한 PC '애플II' 슬로건을 지나 오늘날까지도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다. 복잡한 영상, 화려한 구성과 원근법을 떠나 2차원 평면 속 색채로 평면 분할 작업을 이어온 작가 정은모의 궤적 또한 얼핏 보면 단순함의 연속으로 비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한 건축적 계산, 색의 대비와 균형감각, 병치된 각각의 색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공간감까지, 정교함으로 중무장한 그의 독특한 회화세계가 켜켜이 쌓여있다.

80년대 중반 이후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해온 작가 정은모가 21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1일부터 진행되는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의 색과 선, 색채로 빚어낸 추상화를 선보인다.

작가의 작품은 단색화로 대표되는 동시대 한국 추상의 전개 과정에서 드물게 독자적으로 기하추상의 영역을 개척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폭에 이식된 건축적 구조 안에서 색의 대비, 상호 간 균형이 돋보이는 근작들을 공개한다.

GB 1_Chung Eun-Mo_2024_C2408_ oil on linen_80x140cm_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기하추상적 양식에 내재된 은밀한 공간성과 동서양의 요소에 주목한 정은모의 작품은 자신이 보고 경험한 장소, 장면들을 단정하고 단단한 기하학적 평면 공간으로 창출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러한 특징은 작품의 기본 토대를 이루는 동시에 도형 간 거리와 크기, 독립적이거나 인접한 색면끼리의 유기적인 조화를 구현해 건축적 구조를 시각적으로 암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이 같은 작가의 접근 방식을 통해 구현된 작품이 갖는 은밀한 공간성은 '평면성의 강조'라는 기하추상의 양식적 특성에 대해 오랜 기간의 탐구하고 내재화한 결실이다. 이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 속 수직, 수평, 곡선이 공존하는 화면은 엄격하면서도 색채의 숭고미로 음악적 생동감이 넘친다.

작가는 비교적 이른 시기 한국을 떠나 생의 대부분을 서구권에서 학업을 마치고 생활했지만, 그의 작품 속 색상과 톤, 질감에는 동양적 요소가 드러난다. 고려청자의 이차원 표면이 진흙과 채색, 유약과 굽기를 통해 아득한 깊이를 가진 색조를 드러내듯, 정은모의 기하추상은 질서 있고 논리적 구조의 실현이라는 기존 도식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경험과 개인적 성찰, 심상의 결을 보다 부드럽고 정돈된 형태로 구현한다.

정은모 작가. ⓒA.Rosetti. [사진제공 = 갤러리바톤]

공간과 조우하여 부드럽게 변화하는 빛의 발색을 묘사한 작품에서는 따뜻한 정서도 느껴진다. 미니멀리즘의 규범적 질서와는 다른 섬세한 시각적 공간감은 세련미를 선사한다.

갤러리바톤은 "이 같은 작가의 특성은 말레비치의 추상 미술과 알버스의 옵아트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9일까지.

정은모 작가는 1960년대 중반 서울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뉴욕, 로마, 뮌헨,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아일랜드 현대미술관 개인전(1994)에서 장소특정적 설치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작품은 영국 얼스터 박물관, 독일 렌바흐하우스 시립미술관, 이탈리아 테르니 현대미술관, 아일랜드 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