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우승 챔피언→3위'... 추락에도 LG가 웃는 이유
[김승한 기자]
LG 트윈스는 지난 28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삼성을 상대로 한 최종전에서, LG는 많은 의미를 찾고자 했다. 타자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 베스트 라인업을 내보냈다. 포스트시즌 투수 플랜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가을야구 엔트리의 경계에 놓여 있는 투수들을 다수 등판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타선은 총 1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선발투수 이지강이 3이닝 4실점으로 내려갔지만 이어 올라온 7명의 투수가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문보경이 홈런 2개를 필두로 6타점을 쓸어모아 LG 사상 최초의 단일 시즌 100타점 내야수가 탄생했다. 가을야구 상대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삼성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에도 성공. 많은 면에서 산뜻한 마무리였다.
LG는 26일 신인 이주헌이 대활약하여 승리를 거둔 이후부터 기세가 좋다. 이어 28일 최종전까지 뜻깊은 승리를 가져가며,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LG의 2024시즌 성적표
트윈스는 정규시즌 3위(76승-2무-66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3위는 가을야구에서 '기다리는 자'가 될 수 있는 좋은 순위지만, LG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년에 통합우승을 이룬 디펜딩 챔피언이었을뿐더러, 시즌 도중 더 높은 곳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LG는 6월 7일 리그 1위의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12일 KIA에게 다시 1위를 내줬고, 이후 2위 자리를 두고 삼성과 엎치락뒤치락하다 8월 17일 이후로 완전히 3위로 내리 앉았다.
1년 전, 가장 높은 자리에서 상대를 기다리던 LG는 이제 도전자가 되었다. '왕조'를 머릿속에 그리기도 했던 LG 팬으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지난해 우승팀 LG가 3위로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 지난 9월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3회말 수비를 지켜보고 있다. |
ⓒ 연합뉴스 |
적은 홈런 개수도 LG의 약점이었다. 2023시즌 6위였던 팀 홈런 순위는 올 시즌 9위로 크게 떨어졌다. 1위 삼성과의 개수 차이는 무려 70개다. 타자가 강세를 보이는 시즌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홈런 개수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염경엽 감독의 '뛰는 야구'는 베이스 확대가 도입되는 올해 진가를 발휘하리라 기대를 모았다. 허나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LG의 주루RAA(Runs Abover Average, 평균 대비 득점기여도)는 -1.51로 리그 8위다. 주루사 확률도 1위로 좋지 못하다. 이제는 도루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때다.
확고한 '주전 야구'에도 설왕설래가 적지 않았다. 베테랑이 부진할 때 신인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면 어땠을까. 경직된 라인업이 분위기를 가라앉게 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용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숱한 아쉬움 속에도, LG는 오히려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럼에도 LG가 웃는 이유
팀을 산뜻하게 해줄 신인들이 혜성처럼 LG에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감독에게도 눈도장을 찍은 포수 이주헌이 대표적이다. 이주헌은 머지않아 개최될 준플레이오프부터 팀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올해 말과 내년 도중 돌아오는 군 입대 자원이 많다. 올 시즌이 끝나고 돌아오는 송승기는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5시즌 중반에는 이정용이 합류하고, 2026시즌 제대하는 이재원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2군에서도 문정빈이 타율 0.463, 4홈런 OPS 1.306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트윈스는 내년부터 '리툴링'을 하리라 선언했다. 리툴링은 부품을 갈아 끼우겠다는 의미다. 2~3년간은 베테랑과 유망주를 유연하게 기용하며 LG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뼈대가 잡혀 있고 자원이 좋은 만큼 전망이 좋다.
LG의 포스트시즌 키 포인트
박해민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 9월 타격 성적이 타율 0.351 2홈런 OPS 0.965로 완전히 살아났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5차전 MVP를 가져갈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만큼, LG로서는 박해민의 부활이 큰 호재다. 좋은 컨디션을 이어간다면 2번 타순 배치도 충분히 가능하다.
가을야구 직전 가장 화제를 몰고 있는 이주헌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갈 것이 확실해졌다. 염경엽 감독은 "26일 키움전에서 확실하게 정했다"라며 이주헌 기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LG의 포스트시즌 투수 운용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염 감독은 5명의 선발투수 중에서 최소 1명을 불펜투수로 기용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에르난데스가 불펜으로 등판할 확률이 높다. LG의 가을 투수 운용이 얼마나 성공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LG의 2024년 정규시즌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작년 우승 당시만 해도 왕조를 꿈꿨는데, 144경기를 다 치른 지금은 한국시리즈 진출도 미지수다. 아쉬움이 큰 경기도 많았고, 시즌 운용도 매끄럽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만큼 주어진 과제가 명확하다. 돌아올 든든한 지원군을 기다리며, 차근차근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직 LG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신바람의 분위기를 탄 LG는, 어쩌면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 재벌에 장군까지...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대반전'
- 무념무상의 세계... 한번 걸어보면 느끼겠지
-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 "44년 전, 아니 44년째 고통" 5·18 성폭력 증언에 모두 울었다
-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 이재명, 3년 구형한 검사 향해 "왜곡 조작"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무국가세력
- 용산경찰서장은 유죄, 용산구청장은 무죄... 왜?
- TK신공항 건설 비판보도가 명예훼손? 검찰 "혐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