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대감독 선발 진상 명백히 밝혀라" 대통령까지 나섰다

박태인 2024. 9. 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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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 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에서 선수들에게 선물받은 축구공을 가슴으로 받아 트래핑하고 있던 모습.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발 과정 불공정 의혹과 관련해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선발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같이 밝히며 “국민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축구 대표팀 감독 선발은 과정부터 공정하고 책임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하며 “유 장관의 보고 내용 중에는 축구 대표팀 감독 선발이 규정대로 이행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앞서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현 홍명보 대표팀 감독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는 내달 2일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이나, 홍명보 대표팀 감독 거취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진 않았다”면서도 “감독 선발 의혹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와 국민들 사이의 온도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와 대한배드민턴협회 관련 현안질의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렸다. 박주호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가운데)이 현안질의에 참석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 김성룡 기자.

윤 대통령이 대한축구협회를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2월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뒤 축구대표팀 선수 포상금과 관련해 “고생은 선수들이 했는데 왜 대한축구협회가 배당금을 더 많이 가져가느냐”며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포상이 너무 적다”고 했었다. 정 회장은 이후 사재 20억을 포상금으로 기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공식 방한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슬로바키아와 전략적동반자관계를 수립했다. 아시아 국가 중 슬로바키아와 전략적동반자관계를 맺은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원자력 협력을 포함해 교역·투자, 에너지, 국방·방산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관계를 심화 발전해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피초 총리와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은 양국 협력 역사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이자 미래 협력을 향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초 총리는 “한국이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만큼 양자 관계도 그에 발맞춰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며 “원자력 분야 협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슬로바키아 확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슬로바키아 정부는 지난 5월 야슬로프스케 보후니체 원전 단지에 5호기인 1200MW(메가와트) 원전을 신규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피초 총리가 회담 중 한국과의 원전 협력에 대해 수차례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교역·투자 분야에서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수립 양해각서(MOU)와 에너지·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포괄적에너지협력 MOU도 체결했다.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 도발을 함께 규탄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 필요성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은 또한 한·미·일 3국 정부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관련 배후를 함께 규명하기로 했다고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주요 자금원인 불법 사이버 활동이 정교해지며, 전 세계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공격 대상이 되자 3국이 함께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과 앤 뉴버거 미국 NSC 사이버·신기술담당 국가안보부보좌관, 이치가와 케이이치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차장은 최근 열린 고위급 사이버안보 협의체 화상회의에 참석해 “3국이 함께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공동으로 배후를 규명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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