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친위대' 극우정당 이겼다…나치 금기 깨진 오스트리아 총선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전후 처음으로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거센 극우 바람에 나치 관련 금기마저도 흔들리는 조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최초의 극우 총리가 등장할지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자유당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출구조사 결과 자유당은 29.1%를 득표해 중도보수 성향 국민당(26.2%)에 3%포인트(p) 차 앞설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20.4%), 진보 성향의 네오스(8.8%)와 녹색당(8.6%)이 뒤를 이었다.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선언했다. 키클 대표는 공영방송 ORF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유권자들은 이 나라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우리는 정부를 이끌 준비가 됐고, 시민과 함께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위로 밀린 국민당의 칼 네함머 총리는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히틀러 흔적 곳곳에…나치 금기도 깨져
친러 성향의 키클 대표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비판적인데, 모든 망명 허가를 중단하고 이민자 입국을 막는 '요새 오스트리아'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한다. 키클 대표는 EU 회의론자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긍정당 대표 등과 유럽 극우 연대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 창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자유당은 국민당과 유사한 정책 노선을 걸으면서도 친나치 성향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키클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자신을 '국민의 총리'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나치 선전에서 아돌프 히틀러를 상징하는 용어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유당의 선거 슬로건인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다"도 나치 집권 시기 독일을 떠올리게 한다고 짚었다. 선거 직전인 28일엔 현지 언론이 자유당 당원들이 나치 친위대가 즐겨 불렀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도해 논란이 커졌다.
오스트리아 첫 극우 총리 탄생할까
국민당의 네함머 총리도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과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키클 대표가 물러나면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사회민주당, 네오스, 녹색당은 자유당과의 연대를 배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치학자 페터 필츠마이어 크렘스대 교수는 네함머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 주목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당이 집권에 성공한다면 헝가리·이탈리아·네덜란드에 이어 유럽에서 집권하고 있는 극우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독일에서도 지난 1일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나치 독일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의 정서가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젠기즈 귀나이 오스트리아 국제관계연구소장은 선거 결과에 대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강해지고 중도 세력이 약해지는 추세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현 집권 세력의 실정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새로운 애국심"이라고 WP에 전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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