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마무리한 한화 이글스, 못다 한 비상 내년을 꿈꾸다
[이준목 기자]
한화 이글스의 2024시즌이 막을 내렸다. 한화는 지난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 홈 경기에서 NC 다이노스에 2-7로 패했다. 이로써 한화는 시즌 성적 66승 2무 76패로 8위를 기록하며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했다.
한화는 2018년 3위를 기록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을 마지막으로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6년간 순위는 9-10-10-10-9-8위였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리그 최하위 3할대 승률에 그쳤던 한화는, 2023시즌 9위를 기록하며 4년 만에 탈꼴찌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는 6년 만에 60승 돌파, 4할 6푼 5리의 승률로 후반기까지 5강 경쟁을 펼쳤다는데 그나마 만족해야 했다.
▲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또한 한화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지난 시즌 리그 정상급 선수이자 국가대표로 성장한 문동주와 노시환이 건재했다. 작년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와 모두 재계약을 맺었고,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의 기량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많은 전문가와 야구팬들이 올해야말로 한화가 가을야구를 노릴 수 있는 적기로 평가했다.
한화는 개막 10경기에서 8승 2패의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가며 기대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화의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토종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민우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류현진(10승 8패 자책점 3.87, 158.1이닝)은 시즌 초반 달라진 KBO리그 적응에 애를 먹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문동주(7승 7패, 자책점 5.17, 111.1이닝)는 극심한 기복을 드러내며 두 번이나 2군을 다녀오는 등 성장통을 겪었고 시즌 막바지에는 부상으로 이탈했다. 노시환(.272 24홈런 89타점)과 채은성(.271 20홈런 83타점) 등 중심타자들도 기대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기대했는데...
외국인 선수복도 따르지 않았다. 외인 원투퍼니로 기대한 페냐와 산체스가 모두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다가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짐을 쌌다. 대체 선수인 와이스와 바리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초반 엄청난 활약을 보이던 페라자는 시즌 중반 부상과 슬럼프를 겪은 후 갈수록 성적이 하락하며 타율.275 24홈런 70타점에 그쳤다.
한화는 4월 한 달간 6월 17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찍으며 단숨에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5월에는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한화는 5월 27일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백전노장인 김경문 감독을 영입했다. 현역 최고령 사령탑이 된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KBO리그에는 6년 만의 현장 복귀였다.
김경문 체제에서도 한화는 롤러코스터를 거듭했다. 김경문 감독은 고령과 현장 공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하면 선방했으나, 그렇다고 한화의 성적이 급상승하는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었다.
한화는 7월에는 한때 7연패를 당하며 다시 공동 최하위(공동 9위)로 추락했다가 연패를 끊자마자 리그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7연승을 내달리기도 했다. 8월에는 한때 5강권과의 격차를 1게임까지 좁히며 바짝 추격했으나 역시 막바지에 문동주의 부상이탈로 인한 선발진 붕괴, 타선의 동반 침체가 뼈아팠다. 9월 들어 5연패 한 차례를 포함한 9승 13패에 그치며 5강권과의 격차를 더 이상 좁히는 데 실패했다.
김경문 감독 부임 전 57경기에서 24승 1무 32패 승률 .429로 8위를 기록했던 한화는,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87경기 42승 1무 44패1무 .488로 승률을 반등했으나 역시 5할에는 실패했다. 올 시즌 한화는 역전승을 26승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은 반면, 역전패는 34번으로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을 만큼 어려운 경기를 뒤집는 힘이 부족했다.
또한 한화는 올 시즌 팀 타율 8위(.270), 팀 평균자책점 6위(4.98)에 그치며 공수 주요 부문에서 홀드(68개)를 제외하고 상위 5위권 이내에 든 팀 기록이 하나도 없었다. 한화는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3할타자가 전무했다.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선발진도 규정이닝을 모두 채우고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투수는 모두 최고참인 류현진 단 한 명뿐이었다.
▲ 지난 9월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 이글스 정우람의 은퇴식이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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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올 시즌을 끝으로 이글스파크를 떠나는 내년 시즌부터 이글스파크 바로 옆에 신설한 신축구장을 사용하며 더욱 쾌적한 관람환경과 흥행몰이가 기대된다.
불펜야구에 능한 김경문 감독답게 마무리 주현상(8승 4패 2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65)을 비롯해 박상원, 김서현, 한승혁, 이민우로 이어지는 탄탄한 필승조의 구축도 의미 있는 성과다. 한화는 구단 최초 단일 시즌 두 자릿수 홀드를 올린 투수를 4명이나 배출해 냈다.
또한 올 시즌을 끝으로 한화에서 은퇴하는 플레잉코치 정우람은 29일 NC와의 시즌 최종전이자 대전한화 이글스파크 고별전에서 선발로 나서서 본인의 1005번째 등판 경기를 끝으로 성대한 은퇴식을 치르며 한 시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 '불펜투수이자 이적생 출신'으로는 드물게 은퇴식까지 치르며 한화의 레전드로 남게 된 정우람의 사례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이정표를 수립했다는 평가다.
한화가 지난해부터 장기간의 리빌딩 모드에서 벗어나 꾸준히 성적이 반등하고 있다는 흐름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세대교체의 주역이 되어야 할 노시환-문동주의 안정감 부족, 올 시즌은 건재를 확인했지만 나이와 부상 전력에 대한 불안 요소가 상시 존재하는 류현진의 장기계약, 실패에 가까웠던 외국인 선수 농사, 장기적인 선발육성에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경문 감독의 보수적인 야구 스타일 등 내년 시즌에도 가을야구를 낙관하기 힘든 여러 가지 리스크 또한 존재한다.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남긴 채 독수리군단의 2024시즌은 막을 내렸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과 인기, 쟁쟁한 신구 스타 선수들, 새로운 신축구장에 이르기까지,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모든 준비가 된 한화에게, 이제 필요한 마지막 '화룡점정'은 오직 성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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