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무더운 추석(秋夕)이 우리에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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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여름의 터널이 지났다.
끓고 있는 지구에 대한 걱정이 가장 심각하게 다가온 것은 정말 뜨거웠던 추석을 보내면서였다.
추석 당일 최고 온도가 33도, 그다음 연휴 마지막 날 최고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과연 추석(秋夕)을 추석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올해의 추석이 빠른 탓도 있지만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이 추석까지 이어지고, 이 현상이 올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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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이 제기한 기후소송
기성세대에 행동 촉구하는 경고
기나긴 여름의 터널이 지났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날씨에 뜨겁게 달구어진 긴긴 여름이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제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가 아니라 “지구가 끓고 있다”(global boiling)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실감이 나는 상황이었다. 끓고 있는 지구에 대한 걱정이 가장 심각하게 다가온 것은 정말 뜨거웠던 추석을 보내면서였다.
추석 당일 최고 온도가 33도, 그다음 연휴 마지막 날 최고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과연 추석(秋夕)을 추석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올해의 추석이 빠른 탓도 있지만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이 추석까지 이어지고, 이 현상이 올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뜨거워진 지구로 인해 추석 차례상과 밥상도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동해에서는 과거 한류성 어종으로 명태가 가장 많이 잡혔다. 기록상 1943년 명태 어획량이 21만 톤으로 전체 어획량의 28%나 차지하였는데 2008년경 어획량이 “0”을 기록하면서 사라진 것이다. 대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대표 어종으로 자리 잡았다가 최근에는 오징어마저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을 줄고 방어 어획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다. 한때 사과 가격이 급등한 것도 사과 재배지의 북상으로 재배면적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하니 기후변화의 영향이 전방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렇게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한 위기감은 기성세대가 아닌 청소년들이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아동·청소년들이 제기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동 법 제8조 제1항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소 목표 비율은 최소한으로나마 제시했으나 2031년~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해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아 환경권에 대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은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에 대한 결정으로 그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청소년 세대가 기성세대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먼저 국제사회에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고, 국내적으로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차원의 대응, 시민단체의 역할, 교육기관의 역할, 그리고 가정과 개인의 역할 모두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체제를 통한 노력은 이미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등을 통해 구체화하여 오고 있다. 그 이행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에 산업계 등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정과 개인 차원에서도 분리수거, 텀블러 사용, 에너지 절약 등 다양한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더운 추석을 보내면서 아쉬웠던 것은 기후 대응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그렇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는 2026년 2월까지가 시한이다. 2050년까지의 새로운 온실가스 장기 감축목표를 정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협의의 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여야 간 정치적 공방에만 매몰되지 말고,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기후변화문제를 미래 세대인 아동·청소년의 입장에서 조속히 해결책과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무더운 추석을 겪으면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나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일단 텀블러 들고 다니기부터 실천해야겠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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