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0월 헌재 마비설…"野, 재판관 선출 지연 땐 국정 치명타"

손국희, 강보현 2024. 9.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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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헌법재판소 마비설’이 정치권을 다시 들쑤시고 있다. 10월 17일 임기가 만료되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의 후임자 지명이 안갯속이라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재판관 후보자 선출 절차에 협조하지 않으면, 헌재 기능이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헌재 마비설은 총 9인의 헌법재판관 중 국회 몫 3인의 공석으로 ‘6인 체제’가 되면 7인 이상 출석해야 열리는 사건 심리가 멈춰버린다는 시나리오다. 10월 17일 임기가 끝나는 재판관 3인은 이종석(자유한국당 추천), 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김기영(민주당 추천) 재판관이다. 이들의 후임자는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1인, 여야 합의 1인으로 정하는 게 관례지만, 별도 규정은 없다. 여권 관계자는 “본회의 의결을 손에 쥔 170석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재판관 선출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 경우 헌재 탄핵 심판이 중단돼 탄핵안이 가결된 정부 인사의 직무 정지 상태가 무한 연기되는 등 국정에 치명적”이라고 했다.

특히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를 깨고 야당 추천 국가인권위원 후보자(이숙진)는 통과하고, 여당 추천 후보자(한석훈)는 부결되자 여당에선 “민주당이 재판관 선출도 뒤통수 칠지 모른다”는 경계심이 싹트고 있다. 송영훈 국민의힘 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여야 합의는 온데간데없고, 헌정의 전통에 대한 존중을 내던진 폭주”라며 “민주당의 폭주로 헌재마저 마비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후임 선출 절차를 중단시키면 헌재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며 “민주당은 재판관 후임 선출에 조속히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형배·정정미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입장해있다. 연합뉴스

재판관 후임자 3인 중 2인을 야당이 추천해야 한다는 민주당 방침을 두고도 여당은 “여야 공방을 유도해 헌재를 마비시키려는 빌드업 아니냐”고 의심한다. 야당에선 2018년 재판관 여야 합의 몫을 교섭 단체였던 제3당 바른미래당이 가져갔다는 점을 들어, “여소야대 구도를 고려하면 조국혁신당 등 야당에서 여야 합의 1인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느닷없이 다수당 논리로 2명을 추천한다는 건 억지 논리”라고 비판했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29일 통화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정부 인사의 직무 정지 장기화 등 국정 마비를 노린 포석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여야 합의 몫이 문제라면 나머지 2인이라도 먼저 의결해 헌재 마비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야권 의원 192명, 여권 108명인 구도를 고려하면 국회 몫 재판관 추천도 야 2인, 여 1인을 하는 게 사리에 맞다”며 “헌재 마비설은 국민의힘이 띄우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여야 합의 몫의 취지는 의석수가 많은 쪽이 좌우하라는 게 아니라, 여야 모두가 수긍할만한 합리적 인사를 재판관으로 추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헌재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손준성 검사의 탄핵 심판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문회 권한쟁의심판 등의 심리가 진행 중이다. 헌재 기능이 멈추면 해당 심리는 모두 중단되고, 이 위원장 등의 직무 정지도 무제한 지속된다. 민주당은 이미 발의한 강백신‧김영철‧박상영‧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안 처리도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헌재 마비 상태에서 민주당이 작정하고 탄핵 정국으로 몰아가면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손국희ㆍ강보현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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