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한·중 관계 이대로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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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 베이징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경기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중국 안에서 한국의 입지는 줄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지금이 한·중 관계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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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 베이징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경기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업인이나 교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게 공통의 목소리였다. 지난 6월 한인이 밀집한 베이징 왕징의 한 호텔에서 맞은 베이징의 밤은 충격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랜드마크 왕징소호를 비롯해 주요 건물의 야경 조명이 일제히 꺼지면서 일대가 암흑으로 변한 것이다. 예전과 다르게 어둡고 캄캄해진 베이징의 새벽은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듯했다. 한때 베이징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은 10만명을 넘었지만 이제는 1만명도 살지 않을 거라고 한다. 대다수가 중국 사업이나 자산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이주했거나 한국으로 일단 돌아왔다.
중국 안에서 한국의 입지는 줄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중국은 코로나19 때 강력한 국경 봉쇄 정책을 펴면서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삼았다. 양보다 질적 고도화에 힘쓴 결과가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미국과 함께 중국이 최대 시장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해봐야 한국 경제나 기업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지금이 한·중 관계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다. 한·중 관계는 박근혜정부 때 불과 1년 사이 천당(2015년 톈안먼 망루)과 지옥(2016년 사드 배치 결정)을 오간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외교적 사안이었는데 중국이 경제·문화 분야에서 보복 조처를 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한국 기업이 떠안아야 했다. 사드 부지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롯데는 공들였던 중국 사업에서 하루아침에 발을 떼야 했고, 한국 브랜드 자동차와 화장품은 죄다 외면받았다. 중국을 관통하는 가치, ‘미엔즈’(面子·체면)를 가볍게 여긴 대가를 정부가 아닌 기업이 치른 셈이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한·중 관계는 출발부터 꼬였다. 미·중 갈등 속 현 정부의 미국 편들기가 일방적이었고, 이는 균형외교의 실패로 이어졌다. 최근 만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광저우 소재 한국 기업 L사를 방문하기에 앞서 해당 그룹 최고 수뇌부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으나 결과적으로 거절당했다”면서 “한국 정부 눈치 보기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전했다. 중국이 최근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내리고 1조 위안(약 190조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내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시그널이다. 이해관계가 밀접한 한국으로서는 ‘지중용중(知中用中)’의 지혜를 발휘할 적기다. 한국 기업이 한·중 관계 개선의 기회를 잘 활용하고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국 개최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양국 관계는 큰 상처를 뒤로하고 수교 이래 가장 중요한 전환기를 맞을 것이다. 외교가나 문화계에선 한·중 관계 복원을 위한 물밑 교류가 이미 활발하다. 국민도 노력해야 한다. 중국의 혐한 정서나 한국의 대중 혐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가 도움을 줄 수 있다. 2016년 연간 830만명에 육박했던 방한 중국인 수는 근래 20만명 내외로 급감했다.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한국에 고강도 경제 보복을 벌였던 그때의 중국은 지금 보이지 않는다.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의 굳건한 리더십도 경제 불황이나 민생고 앞에서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기업이 얻을 반사이익을 따져볼 타이밍이다.
김혜원 산업1부 차장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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