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핵에 올인하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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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방문해 현지 지도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그동안 북한이 핵 관련 활동을 중단한 적이 없다는 추정은 있었지만 북한 스스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대놓고 공개한 것은 이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핵 역량 강화에 올인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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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방문해 현지 지도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수천대의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하는 시설을 북한이 사진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이 핵 관련 활동을 중단한 적이 없다는 추정은 있었지만 북한 스스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대놓고 공개한 것은 이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핵 역량 강화에 올인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2010년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참관했던 미 스탠퍼드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이 원심분리기 2000개를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강선 단지 등의 농축시설을 확장했다면 1만개까지 가동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원심분리기 1만개로는 연간 HEU 200㎏을 얻을 수 있다. 핵무기 1기에 HEU 25㎏가량이 필요하므로 북한은 연간 8기의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6일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2024 한·미 핵전략 포럼’에 참석한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같은 연구소 그레고리 존스 연구원의 논문을 인용해 북한이 최대 112기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HEU·플루토늄)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유량은 플루토늄 85㎏, HEU 1000∼1900㎏ 정도다.
북한의 핵 역량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북한 핵시설 사찰 및 검증을 담당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고 칭했다. 그의 발언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북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뉘앙스 때문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국제사회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측면에서 나온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다음 단계는 북한이 주장하듯 핵 군축회담이 될 것이다. 북한은 당연히 그 과정에서 고비마다 계산서를 내밀 것이다.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정강 정책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가 빠지면서 미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비핵화 대신 ‘핵 군축’을 협상 재개 시 출발점으로 삼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사태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중론 때문에 북한 비핵화의 당위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비핵화가 어렵더라도 우리의 공식 정책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핵 없는 한반도가 한국이 지향하는 한반도 미래상임을 밝히는 ‘선언적 정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핵에 올인하는 북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갈수록 커지는 북핵 위협 앞에 국내에서는 한국도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워싱턴선언에서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고 이를 통해 핵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어떻게 실효성 있는 대응전략이 되게 할지가 최대 과제다. 미국은 한국에 약속한 확장억제를 가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여론을 막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두 국가론’ 맥락에서 통일 논의마저 동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남북 관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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