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유튜버 줄줄이 사망… 몸 ‘이렇게’ 병들어 갔을 것
◇반복적인 과식, 세포를 죽이는 일
과식을 하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단 주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체내 과도하게 많아진다. 우리 몸은 이 영양소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영양소를 에너지 연료로 사용하고도 남으면 몸에 '지방' 형태로 저장한다. 정해진 숫자의 지방 세포에 더 이상 지방을 저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지방 조직이 커진다. 비만이 된다. 동시에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 기능이 떨어진다.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으려고 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커진다. 인슐린의 효과가 없어지니, 혈당은 떨어지지 않는다.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에서는 인슐린이 부족한 줄 알고 더 열심히 인슐린을 생산한다. 결국 과부하가 걸려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비만 세포가 커질 만큼 커져, 더 지방을 저장하기 어려워지면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유리 지방산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관을 돌아다니게 된다. 점점 혈관 속에 콜레스테롤양이 많아지면 혈관에 흡착하게 되고, 혈관이 좁아진다. 유리 지방산은 혈관에서 염증을 유발한다. 혈압이 올라가면서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는 "세포 수준에서는 혈관 속에 포도당이 많은데도,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서 포도당을 못 쓰므로 유리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며 "지방은 산화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 때문에 세포 독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어 "에너지원이 달라지면서 에너지를 만드는 효율이 떨어져 세포 기능이 감소할 수 있는데, 이때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은 심근 세포 기능이 떨어지면서 중증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지방은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 산소에 의해 산화되는데, 과식을 하면 활성 산소량도 늘어난다.
과식은 장 건강도 해친다. 장내 세균 조성이 바뀌면서 촘촘하던 장 점막이 느슨해지는데, 이때 외부 이물질은 장 내부로 들어오고 장 속 독성 물질은 장 밖으로 나가 염증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특히 간문맥을 통해 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식으로 간에 지방이 껴있는 지방간일 가능성이 큰데, 장에서 넘어온 독성 물질은 염증 반응을 촉진해 간세포를 사멸시킨다. 간세포는 죽으면 딱딱한 섬유처럼 변하는데, 증상이 악화하면 건강한 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간경화가 유발된다.
◇한 번의 과식도 치명적일 수 있어
폭발적인 과식은 만성적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위험하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유문영 교수는 "위는 원래 크기보다 몇십 배 정도 늘어날 수 있는 장기다"라며 "매우 많은 음식을 섭취해 위가 커지면, 소장 등 복부 장기와 횡격막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호흡이 힘들어지고 하대정맥 등 복부에 있는 혈관이 눌려 혈류가 흐르기 어려워지면서 소·대장이 괴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면 심근경색, 뇌경색 위험도 매우 커진다"고 했다.
또 폭식을 한번 시작하면 멈추긴 어려워진다. 뇌 속 쾌락 중추가 활성화해 중독 회로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도파민 등 쾌락 중추가 활성화하면 장과 위에서 그만 먹으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보내도, 무력화된 채 지속해서 먹게 된다.
◇먹방, 보는 사람도 주의해야
먹방의 더 큰 문제는 먹는 사람뿐 아니라 보는 사람도 해친다는 데 있다. 연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먹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올라가, 먹방을 본 사람도 폭식하게 된다. 연구팀은 5만 453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먹방 시청과 비만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했는데, 매주 1차례 이상 먹방을 시청한 남학생은 폭식으로 비만해질 위험이 먹방을 전혀 시청하지 않은 남학생보다 22% 더 높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연구 결과, 방송으로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높이는 뇌의 신진대사가 24% 늘어났고, 영국 리버풀대 연구팀 연구에서는 정크푸드 먹방을 본 어린이는 영상을 보지 않은 어린이보다 평균 26% 더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문영 교수는 "먹방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그렐린이라는 식욕 자극 호르몬이 분비된다"며 "최근 먹방의 주 시청자인 젊은 연령층의 대사질환자 수가 많이 증가했는데, 먹방을 볼 때 제한을 두는 게 좋겠다"고 했다.
먹방 시청이 식욕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고 대리만족에 그치려면, 무엇보다 자신은 소식을 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세우는 게 중요하다. 그게 잘 안된다면 아예 안 보는 게 낫다. 김경곤 교수는 "과식이 습관화되기 전에 멈춰야 한다"며 "과식이 습관화됐다면 20~30대라도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혈당, 간 기능, 콜레스테롤을 확인하길 추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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