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지 않게, 역사적으로, 팬들과 함께…이승윤의 ‘역성’ 콘서트 [D:현장]
“전 ‘거창해지지 말자’가 모토다. 그러나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여러분 역사를 한번 써보시겠냐.”
콘서트를 개최하는 가수들이 2~3곡을 부른 후 팬들을 향해 하는 첫 멘트는 콘서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놀자”라고 외치면 ‘노는 것’이, “여러분 오랜만입니다”를 외치면 ‘그리운 만남’이 그 콘서트의 정체성이다.
29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가수 이승윤의 전국 투어 ‘2024 LEE SEUNG YOON CONCERT SEOUL 易聲’(이하 ‘역성’)은 ‘거창하지 않은 역사적 공연’인 셈이다. 이승윤이 전국 투어 콘서트의 방향을 이렇게 잡은 것이다.
정규 3집 선발매 앨범명이자 공연 타이틀인 ‘역성’에 대해 소속사 마름모는 “세상의 이치나 흐름이 소리친다고 바뀌지는 않겠지만, 소리에 담을 이야기를 원대로, 마음대로, 뒤바꿔 힘껏 소리 내어 보자”라고 설명했다.
무대 아래서 힘차게 위로 점프해 올라온 이승윤은 ‘영웅 수집가’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게인 주의’ ‘가짜 꿈’은 물론 ‘꿈의 거처’ ‘허튼소리’ ‘검을 현’ ‘폭죽타임’을 거쳐, ‘캐논’ ‘누구누구누구’ ‘날아가자’를 지나 ‘폭포’까지 쉼 없이 내달렸다.
긴 가죽 코트를 입고 등장해 록가수로서의 모습을 보인 이승윤은 각 노래 때마다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 때는 강렬한 목소리로, 어느 때는 감미롭게, 어느 때는 짙은 감성으로, 어느 때는 미성으로 자신의 감정을 팬들에게 전달했다.
마치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아서, 그 감정선을 맞추는 듯 싶었다. 그리고 이승윤은 이 감정선을 좀 더 짧게 잡기 위한 퍼포먼스로 팬들을 열광케 했다.
‘도킹’의 무대가 시작되자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스탠딩석을 가로질러 객석 무대를 돌아다니더니, 돌연 테이블석에 올라가 팬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 호흡은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누구누구누구’ ‘날아가자’ ‘비싼 숙취’를 부르며 이승윤은 무대-스탠딩석-테이블석-2층 객석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팬들을 가까이 쳐다보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관람석이 아닌 자리에 올라가 앉아서 노래를 부르며 무대 앞 관객들을 거꾸로 바라보기도 했다. 관객들은 이승윤의 동선을 따라 360도 돌아가며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멘트 역시 눈길을 끌었다. 공연을 시작하며 “‘거창해지지 말자’가 모토다. 그러나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그렇게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올해 초 페스티벌에 가면서 사람들에게 ‘어쭙잖은 일 하려는 거 아니다. 역사를 쓰러 가자’고 말했다. 난 ‘거창해지지 말자’가 모토인데...”라고 말해 팬들의 웃음을 유도한 후 “(거창해지는 것이) 지금은 가능한 것 같다. 그 근거가 있다. 지금 공연장에 와 주신 여러분들이 그 근거”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 말미 이승윤은 28일 첫 공연 당시 멘트를 언급하기 전 “원래 같은 멘트를 또 하지 않지만, 요즘에는 이 주제 의식이 제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며 입을 뗀 후 “시대가 우리들의 고민이나 아픔, 여러분들이 애써 살아온 하루하루를 빼앗아 자신들의 슬로건으로 만들고 있다. 자신들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 심지어 그 왕좌는 진짜도 아니다 가짜 왕관을 쓰고 골목에서 왕 노릇이나 하는 애들”이라며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음악으로 욕한다. 저는 음악만 할 것이고, 음악으로 신나게 뒷담화나 하다가 갈 거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승윤은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저의 역성’을, ‘우리의 역성’을 한 발짝 내디딘다. 그냥 이 순간을 즐겨 주시는 게 역성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장충체육관에서 ‘이승윤의 역성 역사 쓰기’ 출정식을 마무리했다.
한편, 소속사 마름모에 따르면 28일 29일 이틀 간 장충체육관을 찾은 관객은 6500명이다. 서울 공연을 마친 이승윤은 내달 4일 ‘20204 부산국제록페스티벌, 5일 ’서울 잔다라페스타 2024‘, 12일 ’역성‘ 전주 공연, 19일 ’역성‘ 부산 공연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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