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는 죽겠다 하고 소비자는 분노하는데… [편집장 레터]
요즘 외식업계 최고 화제의 용어는 단연 ‘이중가격제’입니다. 이중가격제를 둘러싸고 배달 앱 2강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간에 날 선 공방까지 오가고 있습니다.
이중가격제는 말 그대로 가격이 두 가지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서 파는 탕수육이 중국집에 직접 와서 사 먹으면 1만원이면 되지만, 배달 앱에서 주문해 먹을 때는 1만20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식입니다. 일반 자영업자뿐 아니라 최근에는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KFC·파파이스 등 햄버거 브랜드는 물론 메가커피·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를 비롯해 네네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상당수 프랜차이즈도 이중가격제에 동참했다는 전언입니다.
자영업자들은 이중가격제를 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소비자는 뒤통수 맞은 기분입니다. 특히 최근 배달료가 천정부지로 비싸지면서 논란이 되자 배달 앱들이 앞다퉈 ‘무료 배달’을 도입했고 그래서 배달료 없이 음식을 시켜 먹는 줄 알고 좋아했던 소비자들은 “조삼모사도 아니고 이게 무슨?~” 하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요.
그런가 하면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때문에 이중가격제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배달 앱들이 무료 배달을 도입하면서 줄어든 수익을 자영업자로부터 받는 배달 앱 이용 수수료와 배달 요금을 올려 메꾸려 한다”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업체가 내는 배달 요금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죠. 또 배민은 지난 7월 보란 듯이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올렸습니다. 이후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이중가격제를 채택하기 시작했죠.
‘자영업자-소비자-배달 앱’ 간의 고도의 삼각방정식 문제에서 왜 뜬금없이 배민과 쿠팡이츠 간 충돌이라는 답이 나왔을까요?
이중가격제 논란이 거세지면서 쿠팡이츠가 억울하다며 치고 나온 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쿠팡이츠는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가 무료 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인데 “마치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며 배민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배민이 가만히 있을 리 없죠.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맞섰습니다.
쿠팡이츠 주장처럼 실제 자영업자 불만의 화살이 배민에 집중되고 있는 건 맞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6999억원, 당기순익 5062억원을 올린 것도 배민을 바라보는 날 선 시선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무려 4000억원을 배당했죠.) 지난 7월 수수료를 올리면서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영업이익을 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올해 우아한형제들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자영업자는 죽겠다며 이중가격제를 채택하고, 소비자는 이중가격제에 뒤통수 맞았다고 분노하는 와중에, 배민의 놀라운 영업이익 수치 앞에서 그저 입만 떡 벌어집니다.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8호 (2024.10.02~2024.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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