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장으로, 전북대학 교가 작사
[김삼웅 기자]
▲ 가람 이병기 선생 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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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와 김규식 등은 해방 후 남북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되면 필연적으로 동족상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남북협상으로 분단을 막고자 우려했으나 무위로 그치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은 소련제 T-34형 탱크 240대, 야크 전투기와 포격기 200여 대, 각종 중야포로 무장하고 있었다.
38선은 쉽게 무너지고 북한군은 물밀듯이 남하하여 26일 낮 12시 경에는 야크기 2대가 서울 상공에 날아와 김포공항을 포격했다 이승만 정부의 방비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27일 새벽 2시에 특별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피신했다. 이승만이 경무대를 떠난 지 30분 후에 육군 공병부대에 의해 한강철교가 폭파되어 다리를 건너던 시민 수백 명이 수장되었고 피난길은 막혔다.
가람은 25일이 일요일이라 집에서 책을 읽다가 문리대생들이 찾아와 전쟁 소식을 전하였다. 피난을 할 것인가, 잔류할 것인가, 고심 끝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국군이 곧 서울을 수복하니 시민들은 동요하지 말라고 했다는 소식도 들어서 잔류하기로 한 것이다.
6월 30일 학교 당국에서 연락이 와서 나갔더니 문리대 임시자치위원회가 열리고 상임위원으로 선출되어 3개월간 대학을 지키고 운영하는 데 힘을 보태었다. 그런데 서울이 수복되고 9월 29일 문리대 학도호국단 감찰부에서 피난하지 않고 잔류한 데 대해 사상문제를 제기하였다.
견딜 수 없는 수모였다. 전란 중에 대학을 지킨 공로는 묻어둔 채 붉은 색칠을 하러 덤비는 학도호국단에 인간적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료 교수들의 증언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충격은 남아 있었다. 전세는 다시 역전되어 중공군이 밀려오고 사태가 급박해졌다. 잔류했다가 수모를 겪은 터라 가방에 집필하던 원고 뭉치를 쑤셔 넣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풀려나서 찾았던 그 고향으로 다시 내려갔다. 어려울 때이면 찾는, 포근한 어머니 품 같은 고향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이즈음의 작품이다.
고향으로 돌아가자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데나 정들면 못 살 리 없으련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그리운가
밥과 곳간들이 모두 잿더미 되고
장독대 마다 질그릇 조각만 남았으나
게다가 움이라도 묻고 다시 살아봅시다
삼베 무명옷 입고 손마다 괭이 잡고
묵은 그 밭을 파고 파고 일구고
그 흙을 새로 걸구어 심고 걷고 합시다. (주석 1)
해가 바뀌어 1951년, 3월 5일이 회갑이었다.
전쟁은 소강상태가 되었지만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하는 상황이라 잔치를 할 처지가 못되었다. 지역 유지들의 권고로 전주 명륜대학의 교수로 취임하였다. 서울대학에는 우편으로 사직서를 발송했다. 이어서 전북 전시연합대학 겸임교수와 원광대학 명예국문학과장과 교수를 맡았다.
혼란기여서 특히 지방대학에서는 교수진이 부족하였다. 학계에는 익히 그의 업적과 명성이 알려진 터여서 강의를 요청하는 대학이 많았다. 6월 8일자로 국립전북대학교 교수와 문과 대학과, 7월 22일 피난수도 부산에서 발족한 시조연구회 회장으로 추대되고, 이후 이 단체를 육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였다.
가람은 1953년 전북대학의 요청으로 〈전북대학교 교가〉를 지었다. 서울대학 교가에 이어 국립대학의 두 번째 교가 작사이다. 작곡은 역시 현제명이다.
이해 6월 8일 전북대학교 개교기념식과 대학원개원식이 열릴 때 〈전북대학교 교가 선포식〉이 열렸다.
전북대학교 교가
1절
메와 물 아름다운 이나라 이곳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어들어
새롭고 가장 높은 이념과 기술
가슴마다 품으며 손마다 익혀
샘물이 큰바다를 이룸과 같이
더욱더 융성하는 전북대학교
2절
우리들의 타고난 힘을 다하여
참다운 이 살림을 늘우어가며
그 정신 찬란한 민족의 문화
그 정신 그 전통을 받고 이어서
아득한 이누리의 태양과 같이
영원히 빛을 내는 전북대학교.
주석
1> <가람시선>, 76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조문학의 큰별 가람 이병기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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