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기시다 계승…국민 지지 못받으면 다카이치 재부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신임 총재가 10월 1일 임시국회에서 제102대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 정치학자 나카키타 고지(中北浩爾) 주오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하는 ‘제2차 기시다 정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카키타 교수는 또한 이시바 총재가 “곧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것”이라며 만약 총선거나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구심력을 잃을 경우 “(지난 27일 총재 선거에서 결선투표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이시바 정권’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 거라 보나.
‘제2의 기시다 후미오 정권’과 같은 형태가 될 것이다. 외교·안보든 경제든 기본적으로 기시다 총리의 노선을 계승할 것이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참모진이 그리 많지 않아 기시다 총리에 도움이 필요하다. 관방장관을 유임할 것으로 알려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와 자민당 정조회장에 기용될 예정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는 모두 옛 기시다파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선거 기간 동안 신중한 발언을 해왔는데, 자신의 독자적인 구상을 추진할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 정권을 잘 운영한다면 수십년동안 볼 수 없었던 옛 자민당처럼, 안정된 중도 노선을 취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으로선 불안요소는 별로 없다고 본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신공동선언’도 가능할까.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미·일지위협정 개정과 ‘아시아판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을 내세우고 있어 일각에선 미국이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의 이상론일 뿐, 실현을 위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아시아판 나토를 위해선 (현재 일본이 갖고 있는 제한적인 집단적 자위권 아니라) 완전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이번 총재 선거 막판에 (견원지간으로 알려진)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총리에게 머리를 굽히고 협조를 구한 것처럼, 평소 그의 이론이나 논리와는 다른 현실적인 행동을 취할 때가 있다.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한, 일·미·한 협력은 기존대로 추진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입장도 기시다 정부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독자적인 색깔을 낸다면, 일·미 지위협정 운용을 일부 개선하는 정도일 것이다.
Q : 이시바 신임 총재의 숙원은 자위대 명시를 포함한 헌법 개정이다. 논의가 진행될거라 보나.
그가 내세운 헌법 개정안은 너무 높은 장벽이 있기 때문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협력해서 (개헌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는) 입헌민주당은 개헌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모멘텀을 잃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해산 시점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여론조사 등을 보고 판단하겠지만, 조기에 해산할 것이다.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장 해결해야 하는 건 ‘비자금 문제’로 처분을 받은 의원들의 공천 여부다. 예컨대 징계를 받은 의원들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중복 출마를 못하게 하는 등 한발 더 나아간다면 ‘자민당이 달라졌다’고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 어디까지 나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인사면에서 가장 큰 과제는.
결선투표에서 근소로 꺾은 다카이치에겐 (다카이치가 원하는)당 간사장 아닌 총무회장을 제안해 거절 당했다. 향후 그와 주변에 있는 우파들을 잘 제어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다카이치는 자민당 간사장 외에는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내 통합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A : 당초 다카이치가 추천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감안하면 당내에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이시바 신임 총재가 다카이치와 가까운 사람이나 (다카이치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아소를 잘 끌어들이면 당내를 안정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번 중의원 선거나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다카이치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시바 정부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냐일 것이다.
Q :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이 3위에 그친 반면, 다카이치는 당원 표를 포함해 뜻밖에 1위를 차지했다.
A : 고이즈미의 논쟁력에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경험이 풍부한 다른 후보를 원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다카이치가 지난(2021년) 총재 선거에 비해 당원표가 약 10%포인트 증가한 약 30%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 요인은 선택적 부부별성제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 자민당 당원은 고령층 남성이 많고,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유력 후보 3명 중 선택적 부부별성제에 명확하게 반대하는 후보는 다카이치뿐이었다. 다만 전체 후보 중에선 이 제도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정부 시절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런 면에서 자민당은 전체적으로 리버럴화 됐다고 볼 수도 있다. 다카이치에 대한 지지는 온라인에서 확산돼왔지만, 실제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도쿄=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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