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려면... 답을 찾아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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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기자]
▲ 김홍신 문학관 5주년 기념식 한국 최초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김홍신 작가는 139번째 저서인 〈겪어보면 안다〉를 출간했고 당일 북토크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시간도 마련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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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김홍신 문학관 개관 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얼마 전 김홍신 작가는 139번째 저서인 〈겪어보면 안다〉를 출간했다. 당일 북토크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시간도 마련돼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책을 읽어 보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작가의 글은 부드러운 음성이 들리는 듯 생생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인상 깊으면서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문학은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행위입니다,"
마음에 상처가 났을 때 얼른 진물을 뿜어내면 그와 동시에 향기가 날 거라고 믿습니다. 마음에서 진물을 내뿜는 것은 고난과 시련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p106)
대체로 마음을 비우면 편안해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비웠다고 생각하는데도 계속해서 가슴이 답답한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궁금했다.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바람으로 지은 집-김홍신 문학관
문학관은 김 작가의 고향 후배인 남상원 회장의 기부로 지었다고 한다. 원고지처럼 하얀 건물 벽면에 동그란 검은 점과 빨간 점이 하나씩 찍혀 있었다. 검정 잉크 한 방울과 피 한 방울이 더해져 글을 쓴다는 뜻이라고 했다. 작가의 치열함과 정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면 1층과 2층에 걸쳐 오른쪽 벽면 전체가 전시용 책꽂이로 되어있다. 연한 보라색 빛이 번진 책꽂이 탑에는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음영을 달리 하는 책꽂이 칸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2층에서 많은 사람들이 옮겨 다니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 다가가 보니 김홍신 작가가 문학관 투어를 직접 하고 계셨다. 〈대발해〉를 쓸 때 고생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친필 원고지가 전시된 곳을 지났다. 바닥에 여러 책의 소절이 적혀 있는 곳을 지났다.
▲ 겪어보면 안다 김홍신 문학관 5주년 기념식에 참가한 500명에게 무료로 나누어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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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어린 시절 유재석씨보다 인기가 좋던 배추머리 김병조 조선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여전히 재치있는 입담으로 500여 명이 훌쩍 넘는 관중들 사이사이를 웃음의 파도가 출렁이게도 신바람이 살랑이게도 했다.
김 작가와 서혜정 성우의 북토크 시간이 되었다. 신간 〈겪어보면 안다〉를 펼쳐놓고 얘기를 나눴다. 그는 코로나 시기에 음압병실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그때 간호사와 의사분들이 천사로 보였다고 한다. 살아서 천사는 처음 만나 봤다고, 뭐든지 겪어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대작가의 어투는 겸손하고 소박했다. 동네 문구점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공책을 골라주는 어투다. 그리고 대나무처럼 속을 비우고 대신 상처가 마디가 되어 꿋꿋하게 세상을 살아가자고 했다.
북토크가 끝나고 바리톤 정경과 국악인 지현아씨가 부르는 논산 아리랑이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 작가의 신작 속의 글귀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구름처럼 떠다니는 듯했다.
요즘 사람들은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자신만의 명답을 찾아야 합니다. 인생의 명답은 딱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번 생이 마지막이기에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입니다,' (p81)
법륜스님-지혜는 특별한 것이 아닌 상식이 진리
▲ 법륜스님 즉문즉설 9월28일, 김홍신 문학관 5주년기념 행사에 참석한 법륜스님이 참가자들과 즉문즉설을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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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관계에서 자주 트러블이 생기는데 모든 분들이 참으라고 하고 저보고 자꾸 내려놓으라고 하는데 이해가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이요? 나는 안 그랬는데요. 몇몇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이라고 하면 자기 합리화입니다. 자기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말할 때 다수라고 말하는데 자꾸 그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참고 싶으면 참고 싸우고 싶으면 싸워야 합니다. 세상과 멀어지면 손해잖아요. 손해가 나면 참아야 하고 화를 내고 싶으면 손해를 감수하고 화를 내면 됩니다."
- 소원 등을 달 때 돈을 많이 내면 큰 등을 가운데 달아주고 돈을 적게 내면 작은 등을 귀퉁이 끝에 달아주는데 어떤 등이 복을 비는 데 효과가 있을까요?
"부처님은 재산도 버리고 처자식도 버리고 나온 사람인데 달라고 하면 뭘 줍니까? 다 버리고 나온 분인데요. 더 크고 더 많고는 없습니다. 등을 달고 안 달고는 내 마음입니다.
오래전 얘기를 하나 해드리자면 부처님이 밖에 있는 나무 아래 주무시니까 왕이 커다란 등불과 공양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가난한 여인이 남의 집에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끼니를 굶고 기름을 사서 아주 작은 등불 공양을 했습니다.
밤에 자려고 등을 끄려는데 그녀의 등불만은 꺼지지 않았고 부처님은 그녀의 믿음이 누구보다도 깊어 다음 생에 부처를 이룰 것이라 말씀하셨답니다. 이 말을 듣고 왕이 부처님께 수만 개의 등불을 켠 자신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하나를 주고도 만천을 얻을 수도 있고 만천을 주고도 하나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왕도 좋은 일을 많이 하시고 복을 많이 지으시면 나중에 기회가 옵니다라고 말했답니다."
필자의 가슴속에도 문학관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성공이라는 화려한 길보다 자신의 길을 찾자는 김홍신 작가의 말, 일상의 언어로 고민에 답을 주는 법륜스님의 가르침이 더해진 바람은 한층 부드럽고 상쾌했다.
▲ 관촉사 은진미륵 고려시대 최대 석조인 미륵보살로 높이 18m의 거대한 석불은 은진미륵이라고 불리며 37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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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을 완성하고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가 두 명의 동자가 강가에서 흙장난을 하는 모습을 보고서 불상을 세울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동자들은 평지에 불상의 아랫부분을 먼저 세운 다음 그 주변에 모래를 높이 쌓아 불상의 가운뎃 부분을 위로 밀어 올리고, 다시 그 주변에 모래를 높이 쌓아 불상의 윗부분을 밀어 올리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도 우리나라 아이들의 창의력으로 어른들의 큰 고민을 해결했던가 보다.
사진으로는 봤지만 은진미륵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거대한 불상의 얼굴이 다정하고 친숙해 보여 놀랐다. 특히 눈동자가 매우 아름다웠다. 검은 빛 눈동자에 파란 하늘이 떠도는 듯했고 우주가 펼쳐지는 듯했다. 순간 오늘 필자가 품고 있던 의문의 해답의 일부를 찾았다.
어떻게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 말이다. 답은 바로 '감동'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굳었던 마음과 떨어지지 않던 근심을 오늘 나는 감동으로 떨쳐낼 수 있었다. 무언가에 감동하는 순간 마음을 누르던 부러움과 시기심, 억울한 마음, 걱정과 욕심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돈으로 쾌락과 즐거움은 살 수 있다. 하지만 감동은 사람과 자연 속에서 사유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은진미륵의 신비로운 눈동자를 가슴 깊이 새기고 돌아왔다.
김홍신 문학관(논산시 중앙로 146-23)은 평일 10:00~18:00까지 운영되며 무료 입장이다.(매주 공휴일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 논산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버스가 많고 승차 후 약 20분이면 도착한다.
올 가을 논산을 방문하여 황금빛 가을 들녘 가운데 펼쳐진 문학의 향기에 빠져보면 어떨까. 가까운 관촉사 은진미륵의 신비로운 눈도 꼭 만나보시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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