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폭력에 코미디... 불균형인데 묘하게 재밌네
[김상화 기자]
▲ SBS '지옥에서 온 판사' |
ⓒ SBS |
최근 들어 드라마, 영화, OTT 시리즈 등에서 이른바 '사적제재'( 국가 또는 공공의 권력이나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개인이나 사적 단체가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봇물처럼 공개되고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SBS <모범택시2>를 비롯해서 디즈니플러스 <비질란테>, 최근 소개된 LGU+TV <노웨이 아웃>과 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2>의 주요 소재는 다름 아닌 어느 개인 또는 집단에 의한 범죄자 단죄를 다루고 있다.
공권력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이 범람하는 각종 범죄와 이를 자행하는 악인들을 누군가가 나서 단죄하는 일련의 작품 상당수는 흥행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곤 했다. 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일종의 쾌감은 최근 사회 속에서 터져 나오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최근 새롭게 방영중인 SBS 금토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극본 조이수, 연출 박진표) 역시 마찬가지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 뭔가 좀 특이하다. 제목에서 일찌감치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지옥의 중심 인물(?) 악마가 세상의 악인들을 처단하는 판타지물로 꾸며지면서 기존작들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 SBS '지옥에서 온 판사' |
ⓒ SBS |
그동안 봐왔던 사적 복수극은 마블+DC코믹스 속 슈퍼 히어로에 가까운 인물 또는 단체(<모범택시>), 혹은 경찰(<비질란테>, <베테랑2>)가 신분을 숨긴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판사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그것도 악마에 빙의된 재판관이 직접 범죄자를 처단하는 웹툰 스러운 전개가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지옥에서 악인을 심판하는 판관 유스티티아(오나라 분)이 실수를 범하면서 현실 세상 속 판사 강빛나(박신혜 분)의 몸에 들어간 후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을 1년 안에 20명이나 지옥으로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악마 구만도(김인권 분), 이아롱 (김인권 분)의 도움을 통해 강빛나는 자신의 손으로 극악 무도한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기에 이른다.
▲ SBS '지옥에서 온 판사' |
ⓒ SBS |
속물스러운 행동도 천연덕스럽게 내비치는 판사 강빛나의 행동은 상당히 과장스럽지만 이를 통해 악마가 빙의했다는 점을 더욱 강하게 시청자들 머릿 속에 각인시킨다. 그 결과 극중 범죄자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보복하는 그녀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무거운 소재에 코믹한 전개가 분명 불균형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극중 다양한 이야기에 손쉽게 중독되는 이중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온갖 화려한 패션으로 치장했지만 재개발 지역의 주택에 거주하는 판사 강빛나의 현실 또한 엇박자 임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설득력을 갖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된다. 그동안 발랄하고 쾌활한, 이른바 '캔디'스러운 캐릭터 중심으로 작품을 만났던 박신혜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독특한 캐릭터를 만나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소화하면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내고 있다.
▲ SBS '지옥에서 온 판사' |
ⓒ SBS |
뿐만 아니라 사적 제재의 위험성 중 하나인 잘못된 피해자 발생에 대한 부분을 다소 간과한게 아닌지라는 물음표도 선사한다. 극중 악마가 자리 잡은 강빛나는 실수로 형사 한다온(김재영 분)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판타지 소재 답게 한형사는 다시 부활하지만 현실이었다면 위험 천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영화 <베테랑2> 속 보험금 살인 사건 가해자로 억울하게 몰린 베트남 여성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 해치(정해인 분)의 행동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와 같은 사적 복수극의 범람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법 체계의 불공정성에 기인한다. 분명 죄값을 크게 치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자주 목격하면서 쌓여진 분노는 일련의 작품 제작으로 연결되는 연료 역할을 담당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똑같은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정말 올바른 방법인지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머릿 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정당한 복수와 과잉 폭력이라는 위험한 줄타기는 과연 <지옥에서 온 판사>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향후 다뤄질 10회 분량의 이야기는 기대와 우려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역대급 헌신 아빠에게 "죽일 거야"? 이 부자의 비밀은?
- "NCCK 기록한 마지막 다큐 될까 봐 겁난다"... 이 PD의 고백
- 가족보다 나았던 이웃들... 불안한 현실을 극복한 비결
- 첫 주말 드라마 주연 금새록... 그의 성장이 반갑다
- 남편 외도 의심하던 아내, 이혼하지 못한 속사정
- 30살 MZ인데요, 솔직히 김삼순이 너무 얄밉습니다
- 너무 적나라하다... 영국 아이돌의 K팝 연습생 체험기
- 성공한 사람은 이게 다르네... '흑백요리사'가 준 깨달음
- 유독 담배 피우는 장면 많은 '조커2'... 이런 의미일 수도
- 영화제 및 지역영화 예산 삭감 비판에... 영진위원장 입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