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계속된 고려아연-영풍‧MBK '이전투구‧아전인수'
이복현 "엄정 조치" 엄포에…서로 "상대측이 시장교란 행위" 주장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MBK 파트너스‧영풍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고려아연 측의 공방은 공개매수를 선언한 지난 13일부터 계속되다 이번 주말까지 이어졌다.
양측간 분쟁에 대한 외신 보도를 서로 자신들 위주로 해석하는가 하면, 금융감독원이 경영권 분쟁 과열에 우려를 표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한 무관용 조치’로 엄포를 놓자 서로 상대 측의 잘못을 지적했다.
‘주말 전투’의 포문은 고려아연이 열었다. 고려아연은 토요일인 28일 오후 4시께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7일자 기사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야기된 17억달러 규모의 인수전’을 인용해 재해석한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 핵심광물 공급망 교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WSJ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 대한 서구권과 각국 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MBK가 세계 최대 아연제련소를 보유한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미국 중심의 원자재 공급망이 중국에 의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아연제련소를 둘러싸고 고려아연과, 영풍과 손잡은 MBK파트너스가 대립 중’, ‘인수전의 핵심은 울산에 있는 온산제련소’라는 WSJ의 보도 내용도 인용했다.
고려아연은 “전 세계 아연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중국 제련소들이 차지하고 있어,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의 핵심 시설로 꼽혀왔다”면서 “이는 고려아연뿐 아니라 서구권에서 중국 자본 및 기업과 연관성이 높은 MBK에 인수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고려아연의 보도자료가 배포된 지 두 시간여 만에 ‘WSJ 기사를 왜곡한 고려아연의 보도자료 심히 유감’이라는 제목의 반박 자료를 배포했다. 기사의 진위와 다르게 고려아연이 자사에 유리하게 왜곡해 국내 언론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두고 ‘비정상적인 홍보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라고 비난했다.
MBK는 “고려아연 측은 WSJ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대한 서구권과 각국 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했지만, 이와 같은 내용과 문장 표현, 단어 사용은 해당 WSJ 기사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고려아연 측이 제목으로 단 ‘WSJ,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 핵심광물 공급망 교란’이라는 언급과, 본문을 인용했다는 ‘MBK파트너스가 세계 최대 아연제련소를 보유한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미국 중심의 원자재 공급망이 중국에 의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는 언급도 WSJ 기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MBK 파트너스가 한국 및 일본에서의 광범위한 교류와 투자를 강조하며,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WSJ의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다만 이러한 맹세가 고려아연과 연합세력의 수사학(rhetoric)을 진정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WSJ가 ‘중국에 대한 우려’는 고려아연 측의 미사여구, 슬로건임 뿐임을 지적한 것이라는 게 MBK측의 해석이다.
MBK는 특히 WSJ가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해 왔던 바를 기사에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MBK 파트너스가 설립 이래 국내 기업을 중국 기업에 한 번도 매각한 적이 없으며, 중국으로부터의 출자금은 전체 펀드 규모의 5% 미만이고,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는 대략 10년 정도로 장기적인 투자로 보고 있다는 부분도 기사 내용에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윤범 회장이 주도한 고려아연의 투자들이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이러한 점들이 기업 거버넌스 우려를 낳고 있다는 영풍과 MBK 파트너스의 주장을 함께 기사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MBK는 “주주간 분쟁에서 분쟁 대상이 되는 회사는 중립을 지키는 게 도리”라고 강조한 뒤 “고려아연 홍보팀은 회사의 홍보팀이지 최윤범 회장 개인의 홍보팀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양측간 분쟁은 다음 날인 29일까지 이어졌다. 이번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을 놓고 ‘제 논에 물 대기(我田引水)’식 공방이 오갔다.
이날 오전 언론에 정오 엠바고(보도유예)로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7일 부원장회의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과열에 우려를 표한 뒤 “필요시 신속히 조사해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이 담겼다.
해당 내용이 엠바고가 풀리는 12시께 일제히 보도되자 MBK는 단 8분 만에 입장문을 내고 “금감원의 ‘상장회사공개매수’ 관련 당부사항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기업으로서 금감원 부원장회의를 통해 전달된 당부 사항들을 유념하고 준수하겠다”고 호응하고 나섰다.
MBK는 금감원이 공개매수 등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공개매수 관련자들 간 경쟁 과열로 시장 불안이 야기되고 자본시장의 신뢰가 저해될 수 있는 만큼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사무취급자, 기타관련자들이 공정경쟁의 원칙을 준수하고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투자자들에게도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상태이나 이후 주가 하락으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당부 사항도 전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된 금감원의 당부사항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밝혔다.
BMK는 특히 금감원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에 대해 시장 감시를 할 것이라는 점을 겨냥해 자사가 ‘한국 정부가 육성한 토종 사모펀드산업 1세대’이자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에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사모펀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 동안, MBK에 대해 중국계 펀드라고,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고, 중국에 기술 유출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이 마구 이뤄졌다”고 언급한 뒤 “이런 근거 없는 루머 등은 투자자들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시킬 수 있으며,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BK는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목적은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공고히 함으로써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하고,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저희의 노력들이 고려아연 가치 증대로 귀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고려아연에 투자한 주주들 또한 진정으로 바라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MBK는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해 일반주주들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했다.
다시 한 시간여 지난 뒤에 고려아연의 반격이 이어졌다. 고려아연은 “금감원의 당부사항에 깊이 공감하며 최근 발생하고 있는 경쟁과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MBK와 고려아연 모두 금감원의 엄포에 ‘공감’을 하고 나선 셈이지만, 금감원이 ‘엄정 조치’의 대상으로 삼은 시장 교란 행위자에 대해서는 서로 상대방을 기리켰다.
고려아연은 “기습적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공개적으로 매수가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오다 또 다시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하는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들은 더 이상 이뤄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MBK와 영풍 측을 비판했다.
이어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당사의 기업 실적이나 가치, 경영진의 경영 능력 등을 허위 또는 왜곡해 호도하는 등 근거 없는 루머성, 풍문성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도 즉각 멈춰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법적절차와 시장질서 유지에 부합하면서도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건실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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