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낙조는 너무나 황홀하였다
[한현숙 기자]
지난 8월 말, 저녁 무렵에 도착한 목포 유달 유원지는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다. 한여름 저녁 휴가지의 느긋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목포대교에 걸려 하늘을 물들이는 낙조는 점점 아래로 붉게 퍼지며 하루의 안녕을 고하고, 한낮의 더위를 식히려는 듯 출렁이는 파도는 쏟아지는 노을을 온몸으로 받아 내며 천지를 물들이고 있었다.
▲ 목포의 낙조는 황홀하다. 유달 유원지에서 바라본 목포의 낙조, 사람들이 물들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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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을 신안비치호텔에서 저기 끝에 보이는 목포해양대학교 사이의 이 해변, 그 사이에 들어선 목포 스카이워크, 바다를 훌쩍 뛰어넘은 목포대교와 그 너머 고하도의 용머리, 바다 위를 떠도는 각종 선박들!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와 목포 스카이워크가 밤늦도록 밝히는 불빛으로 찬란한 목포의 밤을 잊을 수가 없다.
▲ 유달유원지 스카이워크 바다 위를 걷는 듯, 스카이워크가 노을에 빛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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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유달유원지 유달유원지의 대표 조형물이 예쁘게 빛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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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일이 수월하게 풀리니 여행이 훨씬 즐거워졌다. 나중에 목포 지인에게 들으니 예전에는 목포에서 부자들만 갔다는 고급 숙박 시설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주변 어디를 가도 이 호텔이 우뚝 서서 이곳의 위치와 방향을 가늠해 주는 이정표 역할을 하니, 목포의 역사와 함께 한 대표 리조트임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여행 중, 사천에서 케이블카를 탔다고 목포의 해상케이블카를 패스했다면 많이 아쉬울 뻔했다. 지난밤, 어둠 속에서 행성처럼 우리 주변을 돌며 빛을 내던 목포 케이블카의 이끌림!
북항과 고하도를 잇는 국내 최장 거리(3.23km)의 케이블카는 목포 원도심과 다도해상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최고 높이(155m)를 자랑한다. 폭염 속 걱정이 앞섰는데 유달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마다 펼쳐지는 절경으로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 목포 해상 케이블카 국내 최고의 높이과 조망을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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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도 전망대 이충무공의 용기와 지혜를 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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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해안 테크길 저 멀리 용머리해안과 목포대교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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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해상테크길의 초입은 귀여운 암석으로 시작한다. '토끼와 소녀'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위는 정말 앙증맞은 토끼와 목이 긴 소녀가 마주한 모습이다. 그리고 용머리까지 길게 이어진 바닷길, 잔도! 이 테크길이 없었다면 유람선을 타야만 가능했을 일인데, 기암절벽을 마음껏 구경하며 바닷바람을 쐴 수 있었다.
양산과 모자를 챙겨 강한 햇빛을 버틸 준비를 하며 나섰다. 멀리 솔 숲 사이로 보이는 고하도 전망대, 눈높이로 펼쳐진 유달산, 명량대첩 후 고하도에 머문 이순신을 기리는 동상, 용섬이라 불리는 고하도의 마스코트 마냥 비상하는 용머리상 옆에서 올려다본 목포대교! 우람한 교각들이 굉장한 바람을 일으키는 듯 시원하게 솟아 있었다.
소나기까지 더해진 이 산책길이 더 좋았던 것은 테크길 양옆에 즐비한 시(詩) 덕분이었다. 목포의 삶을, 그들의 시절을, 바다의 마음을 그리는 느긋한 시간! 목포시(詩) 문학회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저녁 무렵 도착한 목포의 갓바위 앞에서 느낀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 목포 8경의 하나인 천연기념물인 갓바위는 해수와 담수, 풍화와 해식 작용이 세월을 통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삿갓을 쓴 사람의 형상에 병든 아버지를 모시던 효자의 애틋한 사연까지 얹으니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전설이 탄생한 것이다.
▲ 목포 갓바위 영산강 하구와 바다가 맞난 풍화와 해식 작용이 빚은 자연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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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산맥의 끝자락인 유달산을 중심으로 영산강과 바다가 만나 빚어낸 아름다움 속에서 다양한 즐길 거리, 먹거리, 볼거리, 생각 거리가 가득한 목포를 잊을 수 없다.
목포는 항구다, 영산강 안개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이난영의 노래비)
▲ 목포는 항구다 노래비 가수 이난영 공원에 노래비가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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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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