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의심 환자 10시간 만에야 검사… 경남도, 대응책 마련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법정 감염병인 엠폭스(MPOXㆍ옛 명칭 원숭이두창)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남성이 권고 10시간 만에야 검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올해 국내에서도 10명 넘는 감염자가 나온 만큼 해당 지자체는 엠폭스 의심 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입원 중 감염 의심… 여러 곳서 검사 거부
29일 경상남도에 따르면 경남 하동군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씨는 지난 19일 입원 중이던 전남의 한 병원 의사로부터 “엠폭스 감염이 의심되니 더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라”는 권고를 받았다. A씨는 열이 나며 손과 발에 물집이 잡히고, 호흡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등 엠폭스 감염 때와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병원 측 소견서를 받은 A씨는 이날 오전 11시15분쯤 경남의 한 대학병원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A씨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로부터 “(물집은) 세균성 감염인 농가진 때문으로 보이며 엠폭스로 의심되진 않는다. 일반 병ㆍ의원에서 치료받으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만 경남도에 따르면 당시 피부과 전문의가 없어 A씨는 이 대학병원에서는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엠폭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피부과 전문의를 만나지 못한 A씨는 혹시 모를 감염 및 전염 걱정에 이때부터 경남 소재 상급 의료기관 등에 여러 차례 전화로 검사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하지만 엠폭스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A씨는 오후 2시10분쯤 지역 보건소에 격리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전화로 문의했다. A씨 사정과 엠폭스 감염이 의심된다는 사실을 파악한 보건소 측은 수소문 끝에 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 1곳을 안내했다. 하지만 A씨가 이동하는 사이 시간이 흐르면서 접수가 마감됐고, 해당 병원 측은 “응급실에서는 엠폭스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으로 경남도는 파악했다.
의료기관 아닌 보건소 검사 “시민 보호 차원”
경남도는 A씨가 엠폭스 감염과 타인 전염 걱정에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차 안에서만 머물렀고, 검사를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안감도 크게 느끼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경남도는 이날 오후 7시쯤 보건소에서 직접 A씨 물집을 터뜨려 검체를 채취했고, 다음 날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도록 조치했다. 권고 10시간 만에 이뤄진 이 검사에서 A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청 관리 지침에 따르면 본래 엠폭스 등 감염병 의심 환자의 검체 채취는 감염 관리가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하는 게 원칙이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A씨의 불안감이 심했고, 주말이 되면 검사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엠폭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은 만큼 실제 감염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했다”며 “주민 보호 차원에서 검체 채취 및 검사 의뢰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 등과 협력해 엠폭스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을 강화하고, 민간 병원에서 검사가 어려울 경우 공공병원 검사가 가능한 연계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3급 법정 감염병인 엠폭스는 환자나 오염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주로 감염된다. 발열ㆍ근육통을 동반한 호흡기 증세를 거쳐 폐렴이나 패혈증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선 경남을 제외한 전국 시ㆍ도에서 13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 해외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엠폭스가 확산 중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14일 최고 수준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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