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찾지 않아야 진정한 행복이다

정병진 2024. 9. 29. 14: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레뷰] 영화 <행복을 찾아서>

[정병진 기자]

▲ 어린 아들과 노숙인 쉼터에 들어가는 가드너 한 교회가 마련한 노숙인 쉼터에 어린 아들과 함게 들어가는 가드너
ⓒ 넷플릭스
영화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2006)는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동기부여 연설가인 크리스 가드너(Chris Gardner, 1954~)의 일생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는 실화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인 줄 전혀 몰랐습니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실제 모델인 크리스 가드너가 나중에 어찌 되었는지 자막으로 알려줘서 그제야 알았습니다.

이 영화는 한 흑인 미국인이 수많은 역경을 딛고 밑바닥 생활에서 선망받는 '주식 중개인'이란 정규 직장을 얻는 과정을 그립니다. 주인공 가드너(윌 스미스 분)는 아내 린다(탠디 뉴턴 분)와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살아갑니다. 가드너는 의료기기 스캐너 외판 사업을 하지만 신통치 않았습니다. 아마 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거 같습니다.

모든 재산을 털어 의료기기 스캐너를 사들여 판매하러 다녔기에 그 가정의 삶은 매우 곤궁하였습니다. 방세나 아들 놀이방 이용료가 밀리기 일쑤였고 뾰족한 대책도 없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아내는 멀리 뉴욕의 식당 일자리를 구해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뒤 가드너는 아들 크르스토퍼를 데리고 노숙을 해야 할 정도 딱한 처지에 내몰립니다.

이러한 비참한 생활 속에서도 그는 의료기기 스캐너를 팔러 부지런히 뛰어다녔고 안정된 직장을 얻고자 부단히 노력합니다. 아무런 급여도 없이 6개월 일해야 하는 주식 중개인 인턴 과정에 들어가 20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식 중개인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인턴 과정을 밟을 때 그는 흑인이라 차별 대우를 받습니다. 직장 상사는 그에게 온갖 잔심부름을 시킵니다. 그래도 가드너는 아무런 군말 없이 그 모든 걸 묵묵히 이겨냅니다.

인턴 면접 보러 갔을 때 그의 옷차림은 엉망이었습니다. 집 페인트 작업을 하다가 연락을 받고 곧장 뛰어 간 거라 옷 곳곳에 페인트가 묻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면접관들 앞에서 당당하고 여유 있게 말하였습니다. 한 면접관이 "당신 윗옷차림이 엉망인데도 우리가 뽑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겠냐?"고 묻자, 가드너는 "바지가 끝내주게 근사하였나 보죠"라고 농담으로 받아넘겨 면접관들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 정규 직원으로 뽑힌 가드너 인턴쉽을 마치고 정규 직원으로 뽑힌 가드너
ⓒ 넷플릭스
아들 크리스토퍼와 지하철 정거장에서 노숙하였을 때도 그는 그 상황 속에서 아들과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 시대를 여행하는 듯 즐겁게 넘기려 힘씁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이 어린 아들과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행동한 장면에서 착안해 약간 변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업 영화라는 게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거라 그리 나쁜 설정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 하나 기억나는 장면은 가드너 부자처럼 당장 잠잘 방 한 칸 없는 노숙인이 어느 대형교회가 마련한 쉼터를 하룻밤 이용하고자 매일 기나긴 줄을 서는 모습이었습니다. 가드너 가족이 살던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임대 주택 월세가 무척 비싼 편이라고 합니다. 80년대 초반 원룸 아파트 평균 월세는 300~500달러였고, 이는 미국 내 주요 도시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가 묘사한 미국 사회는 빈부 격차가 극심해 끔찍해 보였습니다. 가드너 사례를 보면 가난한 흑인이 안정된 직장 하나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처럼 비칠 정도였습니다. 80년대 미국 경제 사정과 사회복지는 지금과 사뭇 다르기에 그렇게 묘사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드너는 미국 독립선언문에 나오는 '개인의 행복 추구권'이란 말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그는 그 '행복'을 찾고자 전심전력을 기울입니다. 그 결과 마침내 바늘구멍 같은 경쟁을 뚫고 남들 부러워하는 주식 중개인으로 취직하였습니다. 마땅한 집 하나 구하지 못한 채 어린 아들과 온갖 고생을 다한 끝에 얻은 행운이었습니다.
▲ 크리스 가드너와 그의 아들 금문교 아래의 가드너와 그의 아들
ⓒ 넷플릭스
실제 가드너는 병원 연구실에 근무하면서 성공을 꿈꿨으나 장기 전망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식 중개인'이 되고자 엄청난 노력을 하여 '딘 워터 레이놀즈'( Dean Witter Reynolds)라는 회사의 인턴쉽 과정을 밟았습니다. 그는 차츰 경력을 쌓아 주식 중개인으로서 인정받았고, 1987년에는 자신의 주식 투자회사인 가드너 리치 앤 컴퍼니(Gardner Rich & Co.)를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뒤 성공한 사업가인 '억만장자'에 오른 모양입니다.

하지만 궁금합니다. 가드너는 그토록 열심히 추구하던 '행복'을 찾았을까요? 행복이란 좋은 직장과 물질적 부요만으로 얻는 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너무 가난해 아내가 떠나고 아들마저 재울 방한 칸 마련하지 못하는 생활도 '행복'과는 너무 거리가 먼 상태입니다. 어쩌면 행복은 욕심을 줄이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할 때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성공'과 '행복'을 찾아다니느라 숱한 경쟁에 치여 인생을 허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 소견은 그렇습니다. 누구나 가드너 같이 될 순 없는 일이기에 그의 사례는 참고는 될 수 있어도 보편적인 적용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