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답보 때문일까, 더 독해진 트럼프 입 "해리스는 정신장애"

김형구 2024. 9. 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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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프래리 뒤 치엔 지역 예술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대통령)은 정신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카멀라(해리스 부통령)는 그렇게 (정신 장애로) 태어났습니다.”
“그녀(해리스 부통령)는 나쁜 사람이고 심하게 무능합니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대선 경쟁 상대인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쏟아부은 말이다. 이날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인 위스콘신주 유세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렇게 험악한 언사를 쏟아냈다.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우리 국경을 지운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으며 결코 미국의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힐난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전날 미국ㆍ멕시코 접경지역인 더글러스를 방문해 국경 보안 강화 및 ‘안전한 이민 시스템’에 기반한 투트랙 해결 방안을 내놓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인 반응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이슈로 여겨졌던 국경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자 하루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보다 더한 독설로 대응 수위를 한껏 높였다는 평이 나온다.


트럼프 “불법 이민자, 미국인 피 더럽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전날 국경행을 두고 “‘국경 차르’ 해리스는 수많은 고통과 죽음을 초래한 바로 그 현장에서 가장 뻔뻔하고 끔찍한 방식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또 불법 이민자들의 폭력 범죄를 거론하며 “미국의 피를 더럽힌다”고 했다. 이들을 “괴물” “짐승”이라 칭하고 “그들은 감옥에 수년간 갇혀 있던 사람들로 많은 사람들을죽였다”고도 했다. 전날 미시간주 연설에서도 불법 이민자를 향해 “살인 기계” “최고의 살인범”이란 원색적 비난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ㆍ해리스 행정부의 국경 개방 정책으로 불법 이민자가 급증한 탓에 미국 내 범죄율이 치솟았다고 주장하며 대(對)정부 공격 무기로 활용해 왔다. 그러면서 재집권 시 취임 첫날 국경을 폐쇄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해리스 ‘국경 보안 강화, 안전한 이민 해법’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ㆍ멕시코 접경 지역인 애리조나주 더글러스에서 국경 안보 대책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멕시코 접경 지역을 방문해 한 연설에서 “우리는 국경 안정화와 함께 안전하고 인도적인 이민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며 차별화된 해법을 내놨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상식적 접근’(Common Sense Approach)이라고 부르며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갱단과 마약밀수범을 막는 한편 망명 신청자 심사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을 늘리는 등 입법을 초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공동체에 기여하는 이민자 가운데 그간 합법적 체류 자격을 얻을 길이 없었던 이들을 위한 대책도 모색하겠다”고 했다. 국경 안전을 강화하되 합법적 이민은 막지 않는 대책을 제시한 셈이다.


“해리스, 위스콘신·미시간서 2%P·1%P 앞서”


트럼프의 독설 수위가 최근 높아진 건 좀처럼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뉴욕타임스(NYT)ㆍ시에나대가 공개한 여론조사(21~26일 실시) 결과 해리스는 위스콘신(49%-47%)에서 2%포인트 차로, 미시간(48%-47%)에서는 1%포인트 차로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안이긴 하지만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해리스의 ‘박빙 우세’ 구도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공화당 강세 지역인 오하이오에서는 트럼프(50%)가 해리스(44%)를 6%포인트 차로 앞섰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ㆍ시에나대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에서 각각 2%포인트, 1%포인트 차이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브래스카주 제2선거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9%포인트 차로 앞섰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에서 6%포인트 차로 해리스 부통령에 앞섰다. 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특히 해리스가 멕시코 접경 지역에 대한 공격적 유세 등 덕분에 남부 경합주인 네바다에서도 해리스가 선전하는 흐름이다. NYT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자체 보정 프로그램을 가동해 낸 평균 지지율에서 해리스는 네바다에서 49%를 얻어 트럼프(48%)를 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NYT가 ‘오늘(28일) 기준 해리스가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모든 주에서 (실제 투표에서) 그대로 승리할 경우’란 전제 하에 해리스는 선거인단 276명을 확보해 대선 승리에 필요한 과반(270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짚었다.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 등 북동부 러스트벨트에 선벨트(일조량이 풍부한 남부 지역) 중 하나인 네바다까지 승리하면서 276명을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트럼프는 애리조나ㆍ노스캐롤라이나ㆍ조지아 등 나머지 선벨트 3곳에서 이기고 있지만 선거인단 총수는 262명에 그친다. 물론 현재 여론조사가 대선 투표 결과와 정확히 같을 수는 없으며 여론조사와 투표가 일치한다는 가정 하에 나온 계산이라고 NYT는 거듭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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