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적 이시바, 한일관계 자산 활용해야…총선 이기면 탄력 기대"
오는 10월 1일 일본의 새 정권이 출범한다. 지난 27일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ㆍ67) 정권의 출발은 앞으로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2년만의 셔틀외교 재개 등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ㆍ67) 총리 시절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상황에서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전향적인 이시바 정권을 한일관계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자민당이 이시바를 선택한 이유는.
A : 자민당 입장에선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국민 입장에선 자민당에 쇄신을 요구하고 또 기대해왔다. 과거 아베 정권을 거칠 당시 이시바는 항상 비주류 입장이었다. 자민당과 통일교와의 관계, 비자금 문제 등 이시바는 그런 문제를 해결할 인물이라는 기대를 국민이 갖고 있다.
Q : 한국에선 이시바 신임 총재에 일단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데.
A : 한·일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 더 클 것이다. 이시바의 과거 언행들을 보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자민당 그 어느 후보보다 전향적이다. 파벌 정치와 거리를 둔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피하거나 낯을 가리는 스타일도 아니다. 한·일 관계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정상 간 신뢰 구축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국 관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시바 총재도 이에 대한 존중이 있을 것이다.
Q :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A : 이시바 총재의 캐릭터나 언행 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일본 총리는 리더의 성향 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리더의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 즉 당내 기반이 중요하다. 다카이치 후보와 접전이었기 때문에 당장 자신의 색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내 기반이 강하지 않아도 자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국민적 인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걸 측정하는 바로미터는 총선이다. 총선을 치르고 나면 이시바 정부가 한·일 관계라는, 일본 외교 정책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응할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Q : 내년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다. 신공동선언 가능할까.
A :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60주년을 맞이해서 한국에선 일본 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공동선언 등 일본 여론과 자민당 내 부정적인 목소리를 가라앉혀야 할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이지만, 이시바 총재가 당선됐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Q : 독도 문제 등 기시다 정부에 비해서 관계가 후퇴할 여지가 있는 분야가 있나.
A : 없을 것이다. 영토 문제는 일본 정치인이라면 입장은 같다. 이시바 총재는 그런(영토) 문제 있더라도 한·일 관계를 잘 관리하려 하는 정치인으로 긍정적인 의미 부여 할 수 있다. 다카이치 후보는 총리가 되서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했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참배 가능성 배제할 수 없었다. 반면 이시바 총재는 안 갈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Q : 이시바 총재는 어떤 인물인가.
A :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편은 아니지만, 관심 분야를 열심히 파고 들어 공부하는 스타일로,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있는 정치인이다. 아베 총리와는 대비되는 캐릭터이다. '코스프레'(※2018년 자신의 지역구인 돗토리현 구라요시시(倉吉)의 박물관 개장식에 '드래곤볼 마인부우'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연설했다)를 했던 모습 등을 생각하면 일본 국민 입장에선 이시바 총재는 국민의 생각을 이해해주고 공감하는 리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Q : 선거에서“다시 한 번 웃을 수 있는 나라”라는 표현을 쓴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A : 그 표현도 이시바 총재의 성향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일본이 오랜 기간 침체돼 과거와 같은 활기를 잃어버린 지 꽤 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걸 다시 되찾겠다는 말로 이해했다. 같은 얘기를 이시바 총재는 ‘웃는 일본’이라 표현했고, 다카이치 후보는 ‘강한 일본’으로 표현했다.
Q : 장기 집권도 가능할까.
A : 어디까지나 선거에 이길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아베의 장기 집권도 선거에 이겼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가올 총선에 이겨야 하고 내년 참의원 선거에 이겨야 한다. 내년 참의원 선거까지 이긴다면, 장기 집권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 본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라 국민이 총리를 직접 뽑진 않지만, 당의 얼굴을 보고 총선에서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당수, 당 총재가 누구냐 이 사람을 보고 뽑아달라는 의미이다.
Q : 이시바 총재에게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A : 5번 도전 끝에 총리가 됐으니 소신대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서 국민에게 호감을 받을 수 있는 총리가 됐으면 좋겠다. 한ㆍ일 관계, 과거사에 대해 이해가 깊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시바 총재의 그런 부분을 긍정적인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교정상화 60주년 때도 지금 추진 중인 출입국심사 간소화라든가 청소년 교류라든가 국민 입장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아이디어들이 실현되길 바란다.
도쿄=정원석 특파원 ju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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