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고이즈미 선대위원장에 앉힌 이시바… 빨라지는 日 총선시계

김현예 2024. 9. 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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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총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다음 달 1일 일본의 새 총리직에 오르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신임 자민당 총재가 오는 10월 중의원(하원) 해산, 이어지는 총선거를 고려한 인선에 들어갔다.

이시바 총재는 지난 29일 공영방송 NHK에 출연해 “각료가 바뀌기 때문에 국민 판단을 가능한 빨리 바란다”고 발언했다. 그는 10월 총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겠다”고 답해 10월 중 중의원 해산, 10~11월 총선거 등 ‘가을 총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상 임기(4년)대로라면 현직 중의원은 2025년 10월에 임기가 끝나지만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총리의 국회 해산 결정으로 중의원 총선거를 치를 수 있다. 이와 관련 29일 요미우리신문은 총선거 시기에 대해 이시바 총재가 “10월 15일 공시, 27일 투·개표를 검토하고 있다”며 “야당이 요구하는 예산위원회 개최에 응할 경우 10월 29일 공시, 11월10일 투·개표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 오는 10월1일 임시국회를 거쳐 102대 일본 총리직에 오른다. 로이터=연합뉴스

‘선거 승부 카드’된 고이즈미


일본 언론들이 가장 먼저 보도하고 나선 것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의 발탁이다. 총재선에서 이시바와 함께 유력후보 3명에 들었던 고이즈미를 선거대책위원장에 기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고이즈미는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 초반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돌풍을 이끌었다. 중의원 즉시 해산과 총선거, 헌법 개정, 자민당 당론과는 다른 선택적 부부별성제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1차 투표 결과 국회의원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당원표 확보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3위에 그쳐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고이즈미 신지로(오른쪽) 전 환경상이 지난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고이즈미의 중용은 이시바에겐 여러 의미를 갖는다. 정치자금 스캔들로 휘청이는 자민당이 다가올 총선거에서 유리하도록 당 쇄신감 이미지를 주는 '당의 얼굴'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자민당 통합이다. 고이즈미의 정치적 스승이나 마찬가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등 두명의 전·현직 총리를 중심으로 ‘온건 보수 통합’을 이룬다는 의미도 있다.

고이즈미가 결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를 지지했던 기시다 총리 측 인사들이 이시바로 기울어 이시바의 당선에 기여했다. 때문에 고이즈미의 발탁은 '킹메이커' 역할을 한 두 전·현직 총리를 안배한다는 상징성도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맡아온 자민당 부총재직에 스가 전 총리를 내정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시바체제 합류 거절한 다카이치


이시바는 결선투표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적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시바 측이 다카이치에게 자민당 총무회장직을 제안했으나 다카이치가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팬덤이 있는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를 포섭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갈등의 불씨를 남긴 이시바는 자민당 2인자 자리인 간사장에 자신의 최측근 중 한명인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총무회장을 기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비주류로 당내 인맥이 넓지 않은 이시바를 대신해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시바는 30일 당직자 인사를 실시한 뒤 10월 1일 총리 취임과 동시에 새 내각을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계에선 주요 내각 인선에 대한 하마평도 돌고 있는데, 정부 대변인격으로 총리에 이은 2인자 격인 관방장관에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를 유임시킬 것이란 관측이 돈다. 하야시는 이번 총재 선거에 출마해 4위에 올랐던 인물로 기시다 총리 측 인사로 꼽힌다.

지난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마치고 (왼쪽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신임 총재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총선거 분위기로 들어간 일본 정계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와 함께 일본 정계는 본격적인 총선거 분위기로 들어갔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지난 28일 당대회를 열고 15년만에 대표를 교체했다. 신임 대표는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다. 이날 당대회에 참석한 이시바는 “자민당과 공명당 정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돕겠다”며 “공명당 의원이 모두 승리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견제에 들어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이자 입헌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이시바에 대해 “정치개혁 자세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7일 치러진 한 방송사 토론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던 이시바가 정치자금 스캔들에 휘둘린 의원 처분 문제에 대해 “지식이 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비자금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시바 총재는 이날 NHK에 출연해 일본인 납치 문제 등과 연관해 연락사무소 개설 의향을 밝혔다. 방송에서 그는 “도쿄에 북한의, 평양에 일본 연락사무소를 두겠다고 말해왔다”고 언급했다. 평양에 일본측 연락사무소를, 일본 도쿄에 북한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겠단 취지다. 이어 “많은 국가가 북한과 국교를 맺고 있는 가운데, 여러 현안을 늘 물밑에서 해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식 루트를 통해 북한과 납치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납치 문제 해결에 시간적 제한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말도 남겼다.

미국 주요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가 지난 27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이시바 신임 총재의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란 기고 논문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기고는 선거 직전인 지난 26일경 이뤄진 것으로, 이시바 신임 총재의 평소 소신대로 중국을 염두에 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과 핵무기 공유와 핵 반입, 미일지위협정 개정 등이 담겼다. 핵 공유와 반입은 미국 핵무기를 일본이 공동 운용하자는 것으로 그간 일본 정부가 고수해 온 핵무기 제조와 보유, 반입을 안하겠다는 일본의 ‘비핵3원칙’에 반한다. 아사히 신문은 “이시바의 제안은 미국 주권과도 관련된 내용으로, 미국 측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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