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판례 여럿 있다"…檢 제시한 이재명 '닮은꼴' 사건 보니

최서인, 김한솔 2024. 9.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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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충남 논산 한 사전투표소에서 공무원 등 선거사무원들이 투표 최종점검을 진행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검찰은 지난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프레젠테이션(PT)를 진행하며 화면에 판례 3개를 띄웠다. “본건과 비슷하게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다수 있다”며 제시한 닮은꼴 사건들이다.


기자와 통화하며 “신천지 활동, 봉사활동인 줄 알았다”


가장 최근 판례는 윤미현 과천시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허위 발언해 기소된 사건이다. 윤 의원은 지난해 벌금 90만원의 유죄를 확정받았다.

윤 의원은 신천지 활동 의혹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봉사활동으로 알고 활동을 해왔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간 것이다”라는 등 허위 해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실 윤 의원은 2000년 신천지를 처음 접한 후 집사·문화부장 등을 지냈으며 2018년에서야 신천지에서 제명된 걸로 조사됐다. 윤 의원은 “허위사실공표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윤 의원은 상대가 기자임을 알고 있었으며, 기자의 해명 요구 전화는 보도되는 게 일반적인 일”이라며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20년 11월 5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 출입문에 '별도 통보시까지'로 적힌 폐쇄명령서가 붙어 있다. 뉴스1

검찰은 2011년 진태구 당시 태안군수가 TV토론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벌금 70만원의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도 언급했다.

2011년 태안군수 선거는 전임 군수가 진 군수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해 벌금 500만원(당선무효형)을 확정받으면서 치러진 재선거였다. TV토론에서 진 군수의 상대 후보는 “전임 군수를 직접 고소해 낙마시키고 선거에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진 군수는 “선관위에서 고발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상대 후보가 진 군수가 제출한 고소장을 제시하자, 진 군수는 “선관위가 고소장을 내줘야만 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 군수는 선관위 고발 전에 이미 전임 군수를 고소한 상태였다. 선관위가 진 군수에게 고소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 진 군수는 “선관위 고발이라는 주장이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진 군수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3번이나 선거에 출마했고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은 적도 있는 진 군수가 ‘선관위 고발’의 의미를 몰랐을 수는 없다고 봤다.


야유회 가는 주민들에 20만원 주고는 “돈 빌려준 것”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4일 서울 강남구 한 사전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불법카메라 설치 점검을 하고 있다. 뉴스1
PT에 등장한 3개 사례 중 나용찬 괴산군수는 유일하게 2018년 당선무효형(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나 군수는 보궐선거를 1년 앞둔 2016년 12월 자율방범대 견학 버스에 올라 주민들에게 인사한 뒤 “같이 커피 사먹으라”며 방범대 여성국장 A씨에게 20만원을 건넨 혐의(기부행위)로 기소됐다. 또 이에 대해 선관위 조사가 시작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인인 A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되돌려받은 것뿐”이라고 해명한 혐의(허위사실공표)를 함께 받았다.

법원에서는 금품 제공과 허위사실공표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나 군수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나 군수는 “돈을 빌려준 게 맞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돈을 빌려달라고 한 적 없다”는 A씨 진술, A씨와 나 군수와 별다른 친분이 없는데 돈을 빌리는 건 부자연스럽다는 점 등을 고려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개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허위사실이 아니다’라거나 ‘고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윤미현 의원의 경우 의혹에 대해 ‘아니오’ 등 단답식으로 단순 부인하는 데서 나아가 구체적·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한 점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세 사람 모두 “당선 목적이 아니었다”고도 항변했지만 법원은 선거를 앞두고 불리한 의혹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

다만 양형에서는 “계획적 범행이 아닌 점” “기자들의 해명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이뤄진 범행인 점” 등이 유리하게 반영됐다. 이재명 대표 역시 결심에서 “문답식 프로그램에서 즉흥적으로 한 발언”이라거나 “(국토부의) ‘협박’은 순간적으로 답변하는 과정에서 쓴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어떤 선거인지를 불문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말의 내용과 얼마나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숨겼느냐”라며 “선거 시점으로 돌아가서, 당시 이 발언이 얼마나 중요했고 유권자들의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는지가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을 했다”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11월 1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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