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이 "중꺾마!" 외치자…문보경, 꺾이지 않고 '100타점' 세웠다 [현장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결국 꺾이지 않았다.
LG 트윈스 문보경은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4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정규시즌 최종전서 무려 5타수 4안타(2홈런) 6타점 3득점을 뽐냈다. 생애 첫 100타점 고지를 밟으며 팀의 11-4 대승을 이끌었다.
문보경은 이번 경기 전까지 시즌 95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서 극적으로 100타점을 돌파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6타점을 추가해 총 101타점으로 2024시즌을 마무리했다. 2021년 1군 데뷔 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 타점을 올렸다.
LG 구단 역사상 9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2009년 페타지니, 2010년 조인성, 2016년 히메네스, 2018년 김현수와 채은성, 2020년 김현수, 2022년 김현수, 올해 오스틴 딘에 이어 문보경이 100타점 금자탑을 쌓으며 구단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더불어 이날 전까지 0.296였던 시즌 타율을 끌어올려 3할대에 안착했다. 144경기에 모두 출전한 문보경은 타율 0.301(519타수 156안타) 22홈런 101타점 80득점, 장타율 0.507 등을 빚었다. 3년 연속 3할 타율을 유지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 홈런, 타점, 득점은 물론 장타율 기록도 갈아치웠다.
문보경은 1회초 1사 1, 2루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삼성 선발투수 최채흥의 6구째, 111km/h 커브를 받아쳐 비거리 115m의 우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팀에 3-0을 선물했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는 최채흥의 3구째, 139km/h 패스트볼을 공략해 비거리 105m의 좌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4-0으로 점수를 벌렸다.
5회초 1사 1루서는 중전 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들며 기회를 이었다. 6회초 2사 3루서는 2루 땅볼로 물러났다.
99타점까지 적립한 뒤 8회초가 됐다. 김현종의 우익수 뜬공, 구본혁의 헛스윙 삼진 후 최원영의 좌중간 안타, 김민수의 좌전 안타, 이영빈의 볼넷으로 2사 만루가 됐다. 다시 문보경의 차례. 문보경은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고대하던 시즌 100타점을 넘어섰다. 11-4로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문보경은 "기분이 너무 좋다. 첫 100타점이라 의미가 크다. 두 자릿수와 세 자릿수 타점은 차이가 정말 크다"며 "믿기지 않는다. 치고 나서도 실감 나지 않았다. 그냥 너무 좋다는 말밖에 안 떠오른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99타점인 채로 들어선 마지막 타석은 어땠을까. 문보경은 "정말 너무 떨렸다. 그 전 (6회초) 찬스에서 못 치지 않았나. 경기 중 타율 3할을 찍었다가 그 타석에서 못 쳐 타율도 떨어지고 100타점도 안 돼 약간 실망했다"며 "그런데 (8회초) 선수들이 어떻게든 출루해 주고 내게 기회를 줬다.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계속 기회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LG 선수들은 문보경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너 99타점에서 멈출 거야'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문보경은 "그렇게 놀리면서도 형들이 계속 좋은 말을 해줬다. '중꺾마'라면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해 줬다. 덕분에 힘이 나 잘 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100타점을 달성한 뒤 더그아웃에서 팀원 한 명, 한 명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문보경은 "다들 축하한다고 하더라. 오스틴이 영어로 뭐라고 했는데 그건 내가 잘 못 알아들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LG 구단에 따르면 오스틴은 "커리어 최다 홈런과 첫 100타점 달성을 축하한다.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최종전서 최소 5타점 이상 올려야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기대감을 가라앉혔다. 문보경은 "사실 그렇게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아직 도전할 수는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LG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쳐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문보경에게 휴식을 주고자 했지만 문보경의 출전 의지가 강했다. 문보경은 "100타점에 대한 마음이 정말 컸다.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고 도전해 볼 만하다고 느꼈다"며 "감독님께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결국 출전한 게 100타점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승리 후 문보경이 중계방송사와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사이 홍창기와 박해민이 더그아웃에서 분주해졌다. 정수기 물통을 통째로 뽑아와 물을 가득 채웠다. 문보경에게 물세례를 퍼붓기 위한 것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문보경은 외야 쪽으로 전력 질주해 도망갔다가 금세 붙잡혀왔다. 결국 물 범벅이 됐다.
문보경은 "인터뷰하면서 (형들이 있는) 오른쪽을 계속 지켜봤다. 형들이 물통을 들고 오길래 '아 이거 도망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LG는 지난해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올해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출발해 역전 우승을 노린다. 문보경은 "3위로 가을야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거기서 끝나고 싶지 않고, 끝내서도 안 된다. 최대한 높은 무대까지 올라간 뒤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나도 잘하고 싶다.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이겨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대구,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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