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영끌'..5대은행 9월 주담대 신규취급 감소폭 5% 그쳐
[한국경제TV 조시형 기자]
이달 들어서도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이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 폭은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을 중심으로 지난달의 절반 수준까지 축소됐지만, 집값과 직결된 새로운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늘어나면서 다음 달 11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을 금리 인하의 가장 중요한 걸림돌로 지목해온 한은이 짧은 9월 한 달간의 엇갈린 통계들에서 과연 의미 있는 변화와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근거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달 신규 주담대 취급, 추석 연휴 이후 집중
29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이달 들어 26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7조8천4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이 주택구입용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집 구입과 관련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추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지표로 보고 있다.
하루 평균 3천18억원 규모로, 8월(3천596억원)보다 16% 정도 취급액이 줄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 사흘(16∼18일)을 뺀 23일 기준으로는 1일 평균 3천412억원으로,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8월(3천596억원)과 비교해 감소율이 5%에 불과하다. 7월(3천47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7∼8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는 이후 2∼3개월 동안의 대출 스케줄이 이미 짜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이 실행됐다고 해서 갑자기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이 급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이달의 경우 이사 철 가계대출 수요 등이 대부분 추석 연휴 이후에 집중적으로 실제 대출 집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9월 가계대출 4,1조↑…주담대 4.5조↑·신용대출 0.1조↓
다만 가계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이달 들어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26일 현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9조4천918억원으로 8월 말(725조3천642억원)보다 4조1천276억원 늘었다.
2020년 11월(+9조4천195억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 증가 폭(+9조6천259억원)의 약 43% 수준이다.
하루 평균 1천588억원 불어난 것으로, 이 속도대로라면 30일까지 한 달 전체 증가 폭도 4조8천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4월(+4조4천346억원)이나 5월(+5조2천278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끄는 주택담보대출이 26일 사이 4조5천457억원 늘었다. 아직 8월 전체 증가액(+8조9천115억원)의 51%에 불과하다.
신용대출의 경우 오히려 지난달 말보다 1천295억원 뒷걸음쳤다. 8월 한 달간 8천494억원이나 불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실수요와 다소 거리가 있다고 판단되는 대출을 더 강하게 조인 결과,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 증가 폭이 축소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멈추지 않는 은행권 대출 조이기…신한·우리 추가 금리인상 등
은행권이 계속 추가 가계대출 억제 조치를 내놓는 것도, 최근 증가 속도 둔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한은행은 지난 27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집단잔금대출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고,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취급할 때 지점이 아닌 본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다음 달 4일에는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상품·만기·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0.45%포인트(p) 더 올린다.
우리은행 역시 다음 달 2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20%p 추가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 한은, 뚜렷한 근거 없어도 내릴 준비?…"확실한 둔화 기다릴 여유없다"
집값도 여전히 오름세지만, 상승 속도가 다소 더뎌지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2% 올랐다. 다만 오름폭은 8월 둘째 주(0.32%) 5년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은 뒤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9월 주택 거래나 집값 추이도 주말까지 닷새에 이르는 추석 연휴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 소강 상태였던 만큼, 부동산 시장이 추세적으로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이처럼 최근 가계대출·집값 관련 데이터들이 뚜렷한 추세 변화를 드러내기보다 애매모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다음 달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판단에 더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26일 금융안정 보고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9월 들어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라면서도 "추석 연휴 효과 등이 있는 만큼 완전한 추세 전환인지 지금 시점에서 확실히 판단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드러냈다.
하지만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한은이 통계상 집값·가계대출 안정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다음 달 11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앞서 25일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상승 모멘텀(동력·동인)이 확실하게 둔화할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릴 여유는 없다"며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그만큼 녹록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보가 "정부의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한 점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인하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30일 만나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통화·재정 정책의 두 수장이 금리 인하의 주요 변수인 집값이나 가계부채 등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놓을지, 비공개 석상에서 서로에게 어떤 요구를 할지 주목된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