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국교위…"갈등 공화국 축소판" 이런 비판 나오는 이유
중장기 교육 정책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 2년째를 맞았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안정된 교육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또 다른 갈등의 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교위는 당파와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교육 정책을 일관성 있게 이어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지난 2022년 9월에 출범했다. 최근 10여년 간 교육 정책이 정권에 따라 뒤집히는 일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검정 체제였던 역사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으로 전환됐다가 문재인 정부 때 다시 검정으로 회귀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등을 2025년 없애기로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런 방침을 뒤집고 자사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정하는 주기를 대통령 임기(5년)보다 긴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중앙 부처 등은 이 결정에 따라야 하는 기속력도 명시돼 있다.
“정부의 거수기”“갈등만 증폭”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국교위는 출범 이후부터 “정부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국교위는 지난해부터 10여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 중 2022 개정교육과정,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시안 등 교육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안건은 교육부가 안을 만들면 원안을 대부분 추인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는 초·중·고 학생들이 배울 내용을 7년 만에 전면 손질하는 중대한 과제였음에도 심의본을 상정한 지 단 9일 만에 표결로 의결하기도 했다. 국교위 설립 법안 추진에 참여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교위원장을 친정부 인사로 임명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 “갈등 공화국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부 갈등도 크다. 지난 25일 국교위가 출범 2주년을 맞아 내놓은 2026~2035학년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주요 방향(안) 발표에는 당초 자문 기구인 전문위원회가 논의했던 수능 이원화, 내신 평가 외주 등 세부안들이 모두 빠졌다. 전문위원들의 의견조차 합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전문위원이 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나머지 위원들이 반박 기자회견을 하는 일도 있었다.
구성원이 여야 추천으로 결정되면서 갈등 구조가 만들어진 게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교위 위원들은 총 21명인데 이 중 국민의힘, 기관 등이 추천한 보수 성향 인사는 13명,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 국회의장 등이 추천한 6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자문 기구인 전문위원회 역시 국교위원 추천으로 이뤄진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국교위 인사를 추천하는 양 진영 모두 ‘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인사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며 “매번 결정되는 것 없이 갈등만 격해지는 교육계의 ‘방통위’가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 공약 낼 때도 국교위 방침 따라야”
정파성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국교위 위원 4명이 임기를 다 못 채우고 정당 소속으로 출마 혹은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국교위 비상임위원이었던 박소영(51)씨와 김태일(30)씨는 지난 5일과 9일 각각 국교위에 사임계를 내고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에 공천을 신청했다. 또 다른 국교위원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 회장은 국민의힘 1호 영입인재로 입당했다. 국민의미래 비례 공천을 신청했다가 철회한 홍원화 경북대 총장도 국교위 위원이다.
국교위가 논의하는 내용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지도 확실치 않다. 현재 논의 중인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은 2029학년도 대입 이후부터 적용된다고는 하지만 실제 실현은 차기 정부에서 이뤄진다. 박남기 교수는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을 세울 때도 국교위 방침을 따른다는 구속력을 명시한 법안 나오지 않는 이상 또 정책이 바뀔 우려는 여전하다”고 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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