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륙 달릴 '부품 운송' 트럭, 쓰레기서 뽑은 수소로 굴린다
지난 2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 중인 수소산업 전시회 ‘H2 MEET’의 현대차그룹 전시관.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운전석을 앞으로 기울인 채 차량 내부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엑시언트의 수소연료전지와 스택(전기에너지 발생기) 등을 관람객들이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길이 12m, 높이 4m에 이르는 대형 트럭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듯한 모습에 관람객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고 트럭 앞으로 몰려 들었다. 이를 보조할 ‘야쿠르트 카트’만한 크기의 이동식 충전기도 함께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그룹은 이 엑시언트가 4분기 미국 조지아주에서 가동될 새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인근에서 각종 부품을 실어나르는 데 활용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5회째인 H2 MEET에서 현대차그룹은 317곳(24개국)의 참가 기업들 중 가장 넓은 전시 공간을 꾸렸다. 현대차그룹에 수소 사업은 1998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시작한 꿈의 에너지 사업이다. 그의 아들 정의선 회장도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기자들에게 “(수소는) 후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었다.
수소 운송 비용 절감으로 관심 확대
이곳에서 현대차그룹은 쓰레기와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시설을 충주·당진 등에 추진하고 있다고 알렸다. 수소를 생산(현대엔지니어링)→운반(현대글로비스)→활용(현대차·기아·현대로템)하는 전반의 과정을 그룹 내에 수직계열화 하겠다는 구상이다. 시범 활용처는 메타플랜트다. 전시관 현장 안내 직원들은 관람객에게 “미 조지아 공장에서 엑시언트 21대가 부품 조달을 맡을 것”이라며 “노하우와 시너지를 통해 세계 전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메타플랜트 물품 조달용 수소전기차 운영 규모까지 공개한 건 처음이다. 준비가 구체화 된 만큼, 경영진의 관심도 수소 운반 효율성에 집중되는 분위기였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CEO)은 “확실히 운송 효율 부분이 지금은 제일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 업체 전시관에 소개된 수소 누출 방지 시스템, 액화수소 트레일러 등을 언급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행사에 참가한 정부·지자체 및 관련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수소 기반 모빌리티의 새로운 수요처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이곳에서 수소엔진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수소엔진은 수소가 탈 때 나오는 폭발력을 동력으로 활용한다. 원리는 내연기관과 비슷하지만 화석 연료가 쓰이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현장에서 “기존 내연기관의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전기 배터리나 수소연료전지를 쓰는 것보다 가격 경쟁력이 좋고 출력도 높은 기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25년 하반기 트럭용 수소엔진을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 기술력에 대해선 “배기량 대비 최대 출력과 토크(폭발 압력이 전달되는 힘의 양)가 해외 경쟁사보다 10% 이상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도 그린수소(오염물질 배출 없이 만들어진 수소)로 금속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 설명에 전시관 상당 부분을 활용했다. 또 온산산업단지 내 제련소에서 쓰이는 수소 지게차를 함께 전시했다. 고려아연은 산단 내 시간당 12대의 지게차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충전소 준공을 최근 마쳤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수소연료전지에 들어가는 고분자전해질막(MEA), 수분제어장치 등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고양=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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