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와인사업 접자 퇴사…전통주 키워 100억 유치한 ‘그녀’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9. 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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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회 신아주그룹 부회장(가운데)와 이지민(오른쪽)•이세민(왼쪽) 대동여주도 공동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동여주도 제공)
그동안 알린 전통주만 2000여종, 전국 300여개 양조장 컨설팅.

전통주 큐레이션·유통 플랫폼 ‘대동여주도’가 해온 일이다. 이런 대동여주도가 최근 신아주그룹으로부터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화제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에 전통주라는 아이템으로 거금의 투자를 받아서다.

대동여주도는 LG상사 와인사업부 등 와인 홍보·마케팅으로 경력을 쌓았던 이지민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한 기회에 2014년 봄 전통주 양조장을 탐방했던 것이 창업계기가 됐다. 송화백일주 조영귀 명인, 문배주 이기춘 명인, 이강주 조정형 명인 등 다양한 전통주 명인을 만나면서 한국의 술을 다시보게 됐다.

대동여주도는 요리연구가 홍신애, 방송인 정준하, 수잔, 아비게일 등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찾아가는 양조장 홍보대사’로 임명, 대중화를 꾀한 바 있다. (대동여주도 제공)
이 대표는 “우리에게 이런 귀한 문화 자산이 있다는 걸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고 우리나라 대축척 지도 이름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재해석해 대동여주도란 사명을 짓고 본격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투자를 단행한 곳 역시 눈길 끈다. 폭스바겐 공식딜러사인 아우토플라츠, 마세라티 공식딜러 스텔라오토모빌, 상봉터미널 일대 보유부지 재개발 등으로 알려진 신아주그룹이다.

언뜻 보면 전통주와 그리 크게 관련 없어 보인다. 3년 전 문경회 신아주그룹 부회장이 대동여주도의 경영진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문 부회장은 “처음에는 비즈니스와는 아무 관련 없이 순전히 인간적인 매력에 끌려 친분을 쌓고 교류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훨씬 술 강국(음주강국이 아닌 양조강국)이고, 대한민국에 너무나 맛있고 좋은 술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대한민국 전통주의 감춰진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수출하고 싶은데 무엇보다도,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회사는 대동여주도 밖에 없다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마침 대동여주도 입장에서도 단기간 내 자본회수를 해야하는 FI(재무적 투자자)보다는 장기간 비전을 함께 해줄 SI(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었다. 신아주그룹과 사업 파트너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민 대동여주도 공동대표. (대동여주도 제공)
Q. 100억원을 유치했다.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나.

전국의 양조장 수 1400여 개, 제품 수는 5600여 개에 달한다. 대동여주도는 엄격한 기준 아래 전국 각지의 뛰어난 술을 선별하고, 전방위로 알리는데 앞장서 온 회사다. 이를 바탕으로 판매대행에도 나서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카카오메이커스와 진행해온 ‘술술 전통주 기획전’만 봐도 총 9차 모두 완판, 평균 고객만족도 94점을 기록해왔다. 롯데백화점과의 팝업 행사의 경우 전년 대비 동기간 내 매출 860%를 기록했다. 이렇게 대동여주도의 큐레이션 능력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판매대행 문의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덕에 전국 1600여개의 양조장 술을 발굴, 유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B2B 사업도 자연스레 병행하게 됐다.

대동여주도와 손잡고 기획, 판매에 나서면서 카카오메이커스 등에서 계속 완판행진을 하고 있는 한영석 발효연구소의 청명주. (대동여주도 제공)
Q. 투자사에서 해외 진출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던데.

와인수입사 재직 시절 해외 유통, 제조업체를 많이 알게 됐다. 전통주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포르투갈의 ‘아모림(코르크 세계 1위 기업)’, 이탈리아의 포장용기·마개 전문업체 ‘구알라 클로저스 그룹’, 유리병 제조기업인 프랑스의 ‘세이버 글라스’ 등을 국내 양조장과 연결, 글로벌 기준에 맞는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해외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 프리미엄 탁약주 등을 엄선해 수출하고 있다. 특히 한식 다이닝 시장의 열풍이 불고 있는 뉴욕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Q. ‘큐레이션 능력이 핵심경쟁력’이라고 강조하던데.

좋은 상품을 알아보고 투자하고 이를 국내외 유통시킬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좋은 술을 찾는 역량이 사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입사자는 무조건 전통주 교육기관에 보내 전통주 소믈리에 과정 수업을 듣게 한다. 그 덕인지 대동여주도에서는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가 2명 탄생했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한국술 테이스팅 리포트‘ 코너를 통해 전문가들의 평가와 점수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Q. 시련은 없었나.

전통주가 너무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 큰 장애물이었다. 전체 주류 시장의 1% 밖에 되지 않은 작은 시장이기 때문. 창업때부터 ‘전통주 알림이’라 자청하며 채널을 오픈하고, 10년이라는 길을 걸어왔지만 하나하나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양조장 네트워크 구축도 상당히 어려웠다. 명인으로 인정받는 여러 양조장 대표를 만나봤지만 외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아 신뢰를 쌓는데 많은 시간과 공이 들었다. 제품 컷 하나 제대로 갖춘 곳이 거의 없을 정도라 시장이 원하는 마케팅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도 많은 품이 들었다.

양조장 입장에서 아쉬운 건 판매였다. 현장에 가보니 많은 유통 채널에서 양조장의 자체 마진을 더 낮추도록 할인을 강요하거나 저가형 제품들을 요구했다. 그런데 있는 제품을 저가에 대량으로 판매해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다고 봤다. 대동여주도는 반대로 디자인, 패키징을 업그레이드하고, 고급화 전략을 통해 매출 상승을 꾀할 수 있게 했다. 한영석 발효연구소의 ‘청명주’가 대표적인 예다. 청명주는 대동여주도와 패키지는 물론 맛, 질감 등을 함께 기획했는데 카카오메이커스 특판 때마다 계속 완판시켰다. 감홍로 역시 종전 패키지 대신 대동여주도가 리뉴얼한 패키지로 내놨더니 판매 오픈 8시간 만에 1000세트가 완판되기도 했다.

대동여주도가 패키지 개선 작업에 나선 감홍로. 이전 패키지(좌)를 새 패키지(우)로 바꿔 출시했는데 오픈 8시간만에 1000세트가 팔려나갔다. (대동여주도 제공)
Q. 계획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마오타이와 같은 국주(國酒)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다. 이를 위해 대동여주도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신아주 그룹과 함께 전국 각지의 1600여개 양조장 중에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양조장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해 해외 진출을 꾀한다. IP(지적재산권), ODM, 수출, 해외 사업 등도 공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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