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잦아 걱정?…삼겹살에 소주 즐기는 20대가 위험하다

하지수 2024. 9. 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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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대장암의 달


초기 생존율은 90% 이상이지만 사망률은 전체 암 가운데 3위인 질병이 있다. 바로 ‘대장암’이다.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뒤늦게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9월을 ‘대장암의 달’로 지정해 경각심을 높이는 이유다.

입을 통해 섭취한 음식은 소화기관인 식도, 위, 소장, 대장을 거쳐 대변으로 배설된다. 대장암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부분인 대장에 생긴 악성종양이다. 발병 위치에 따라 크게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된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대장암은 ‘식습관이 부른 병’이라 불릴 정도로 평소 즐기는 식단과 연관성이 높다. 과다한 육류 섭취 또는 고지방식 등이 그렇다. 특히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 소시지·베이컨 등 가공육의 과다 섭취는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키운다. 실제 매일 50g의 가공육을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또한 대장암 발생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소주를 하루 2~3잔 마시면 비음주자나 1잔 이하 소량 음주자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성이 21% 늘어난다. 4잔 이상 마시면 52%나 증가한다.

1㎝ 이상 선종성 용종, 대장암 진행 우려
염증성 장질환도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병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박윤영 교수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이 있으면 대장암 발병 비율이 올라가고 암 발병 연령도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대장의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강녕 교수는 “선종성 용종은 5~10년 후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특히 크기가 1㎝ 이상인 선종성 용종이라면 2~5년 후라도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대장암의 발생 빈도가 연령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지만, 젊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최근 국내에서 젊은 대장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이 2022년 국제의학저널 란셋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중 1위였다. 고지방식 섭취와 비만, 음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만한 경우에도 대장암 발생 위험이 1.5~2.5배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를 불문하고 대장암이 보내는 신호를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대장암일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배변 습관의 변화다. 대장암에 걸리면 장의 연동 운동이 더뎌지면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대장 안의 악성종양으로 대장이 좁아져 변이 가늘어지는가 하면 복부 팽만과 복통이 나타나고 혈변을 보기도 한다. 이 외에 설사, 후중기(배변 후 변이 남은 듯한 느낌) 등도 대장암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간혹 방귀가 잦으면 ‘대장암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정상인이 방귀를 뀌는 횟수는 하루 평균 15~30회로 대부분은 섭취하는 음식과 관련 있다. 방귀가 잦다고 해서 무조건 대장암부터 의심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항문과 가까운 직장암일 때는 종양으로 항문이 좁아지면서 변비가 생기고 이로 인해 잔변에서 가스가 발생할 수 있어 동반 증상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대장암으로 진단되면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 수술을 적절히 병행한다.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종양의 크기보다 조직 침투 정도를 중요하게 살핀다. 초기일 때 암세포의 분화도가 나쁘지 않고 혈관이나 림프관을 침범하지 않은 데다 점막 또는 점막 하 조직 일부에만 국한됐다면 내시경적 절제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음주·비만도 대장암 발생 위험 높여
대장암 2~3기일 때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종양을 중심으로 위아래 양방향으로 종양과 충분히 떨어진 곳까지 대장을 절제하고 림프절도 광범위하게 없앤다. 박 교수는 “4기일 때는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과 전문의 등이 모여 다학제 진료를 하게 된다”며 “암의 진행 정도, 전이 병변의 위치와 개수 등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검진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대장내시경은 흔히 ‘대장암 백신’으로 통한다. 이를 통해서는 용종 여부를 확인하고 내시경을 하는 동안 용종을 절제해 대장암 검사와 예방이 동시에 가능하다. 대장암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40세 이후부터는 증상이 없어도 최소 5년에 한 번은 대장내시경을 받는 게 좋다.

주기적인 내시경검사 외에 일상생활에서도 위험 요인을 줄여나가는 게 최선이다. 음식의 종류와 관계없이 섭취하는 총 칼로리가 높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커지니 과식을 삼가고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의 섭취는 줄인다. 반면 식이섬유는 충분히 섭취한다. 이 교수는 “식이섬유는 장내에서 음식물이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준다”며 “이로 인해 발암 물질이 장 점막과 접촉하는 시간 역시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이섬유는 보통 통밀·귀리·기장·수수 같은 전곡과 과일, 채소에 함유돼 있다”며 “특히 정제하지 않은 통곡물이 대장암 예방 효과에 좋다”고 덧붙였다.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데도 신경 쓴다.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에 따르면 신체 활동량이 적다고 해서 대장암 발생 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건 아니지만 신체 활동량이 많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을 30~40%가량 낮출 수 있다.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해 대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이고 이에 따라 대변 속 발암 물질이 장 점막과 접촉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다. 국립암센터에서는 암 예방을 위해 주 5회,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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