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밥만 먹으며 늙어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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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종 기자]
새벽에 만난 공기는 썰렁했다. 이불속으로 들어갈까 망설이다 논둑길로 나섰다. 양옆으론 잡풀이 가득하고 논자락엔 누런 벼가 고개를 숙이고 가을을 알려준다. 서서히 발걸음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아득하게 보이는 논 길을 따라 2km를 달려가자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한다. 다시 돌아오는 길이 2km이니 결국은 4km를 달린 것이다. 온몸은 땀으로 젖었고 시원한 바람이 말려주는 살갗엔 작은 소름이 돋았지만 상쾌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오래전에 운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다.
오늘도 어김없이 헬스장을 찾아간다. 시골에 있는 작은 체육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젊은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 사람들이 하루를 깨우고 있다. 살아있으면 찾아가는 체육관, 처음으로 발을 붙이기는 너무나 힘겨웠다. 가느다란 몸을 내놓고 운동할 수도 없고, 운동하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다.
▲ 운동 길에 만난 풍경 새벽 운동 길에 만나는 신선함은 떨칠 수 없다. 잔잔한 길을 따라 시냇물이 흐르고, 소박한 나무 밑에 깔린 하얀 안개가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오늘도 흠뻑 땀을 흘리고 와야지. 살아 있는 근육을 깨우며 하루를 시작하는 운동길은 늘, 행복한 발걸음이다. |
ⓒ 박희종 |
자전거를 타기 위해 친구를 만나는 장소는 언제나 붐빈다. 새벽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걷는 사람도 있고 뛰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 속엔 불편한 몸으로 운동하는 사람, 부부가 의지해 처절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눈물겨운 장면들을 보면서, 아직은 걸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에 자전거에 오른다. 엄청난 몸매를 자랑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운동에 소질도 없다.
가끔 만나는 근육질의 사람이 인간인가 싶어 바라봤다. 어떻게 저런 몸을 만들 수 있을까? 근육은 점점 잦아들고, 가쁜 숨은 참을 수가 없는 세월이다. 남들이 쉽게 하는 운동이 늘 부러웠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과 지금 아니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없다는 평생의 지론, 아직도 근 30 년 가까이 지탱해 온 체육관 나들이가 가능했던 이유다. 근처 골프장으로 향하는 멋진 차들이 줄을 잇는다. 얼른 체육관으로 향하는 길, 언제나 신나는 걸음이다. 근육을 풀기 위한 운동이 40여분, 기어이 근육은 살아나 화난 몸이다.
▲ 자전거 길에 만난 풍경 자전거 길에 만난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자연이 주는대로 바라보는 풍경, 물이 있고 꽃이 있으며 사람이 있다. 싱그러움이 있고 자신감이 있으니 싱그러운 하루를 얻을 수 있다. 자전거길에 만들어 지는 수많은 이야기는 삶에 충분한 영양을 얹어준다. |
ⓒ 박희종 |
어디에 사느냐부터 나이가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이다. 자그마한 시골 체육관의 분위기다. 머뭇거리며 묻는 물음에 답을 했다. 깜짝 놀람은 근육이었고, 다음은 겹친 세월의 수였다. 어르신들이 두려워 러닝머신 위에 올라서기도 두려워한단다. 오랜 시간 동안 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이유다. 어떻게 그렇게 운동을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답은 언제나 같다.
내가 했으니 누구나 할 수 있고, 세월과 같이 사는 방법은 운동을 밥먹듯이 해야 한다고. 운동은 이제, 삶의 시작이 되었고 재미가 되었다. 천만다행이다 싶은 것은 언제나 할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수채화를 그리고 색소폰을 연주한다지만, 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그릴 장소와 도구가 있어야 했고, 연주실과 악기가 준비되어야 했다. 필드에 나갈 친구가 있어야 했으며 운동할 장소가 예약되어야 한다. 나의 운동,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할 수 있다. 동료가 없어도 가능했고, 많은 비용도 필요 없었으며 의지만이 필요조건이다. 체육관으로 향하는 마음은 언제나 가볍다. 이웃을 만나 삶을 이야기하며 운동을 시작한다.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밥만 먹고 살아갈 수는 없다
▲ 고령사회의 삶 고령사회의 삶은 개인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현실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수 밖에 없다. 자식도 사회도 또 국가도 책임질 수 없는 노년의 건강, 밥을 멋듯이 운동을 일상화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언제나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떤 것일까? 모두가 생각해봐야 하는 현대사회의 과제이기도 하다. |
ⓒ 픽사베이 |
언제나 느끼는 신비한 몸, 무겁던 10kg가 가볍게 다가온다. 어느새 15kg가 되었고 20kg가 되어 있다. 신비한 몸이 스스로 적응해 나감이 신기할 따름이다. 동일한 삶은 지루하고 재미없다. 언제나 밥만 먹고살 수 없기에 가끔은 빵을 먹고 국숫집도 찾는다.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곳이기에 자전거를 타고, 산에 오르며 또 체육관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긴 세월 동안 운동에 미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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