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예스에 집중된 경기? '진짜 주인공'은 고승민

양형석 2024. 9. 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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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7일 NC전 3점홈런 포함 4안타3타점2득점 폭발, 롯데 13-6 승리

[양형석 기자]

롯데가 안방에서 28개의 안타를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NC를 꺾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7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13-6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이미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가 확정됐지만 시즌 14번째 매진을 기록하며 사직 야구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 앞에서 화끈한 타격쇼를 선보이며 승리를 선물했다(65승4무73패).

사실 순위 경쟁이 큰 의미가 없어진 이날 경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단연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에 도전하는 롯데의 외국인 선수 빅터 레이예스였다. 하지만 테이블 세터에 배치된 레이예스는 4타수1안타의 평범한 활약에 그쳤다. 대신 189cm의 장신 2루수 고승민이 시즌 13번째 홈런을 포함해 4안타3타점2득점을 폭발하면서 4일 만에 3할 타율에 복귀했다(타율 .305).

가을야구 실패 속 유망주들 대거 발굴한 롯데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를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지만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겨둔 27일까지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러 있다. 이미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된 롯데는 현 시점에서 한화 이글스와 더불어 KBO리그 최약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는 가을야구 실패의 아쉬움 속에서도 젊은 야수들을 대거 발굴하는 큰 수확도 있었다.

2020년 롯데 입단과 동시에 곧바로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친 황성빈은 실질적인 3년 차 시즌을 맞은 올해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322 4홈런26타점93득점51도루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했다. 비록 데뷔 첫 규정 타석을 채우긴 힘들지만 작년 타율 .212에 그쳤던 황성빈이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실질적인 첫 시즌에 93득점과 51도루를 기록한 것은 분명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대활약이다.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했던 해외파 출신으로 2020년 LG트윈스에 입단했다가 지난 3월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손호영이야말로 올 시즌 롯데 야수진 '최고의 발견'이었다. 작년까지 프로 4년 동안 1군 출전 경기가 94경기에 불과했던 손호영은 롯데 이적 후 98경기에 출전해 타율 .322 125안타18홈런78타점으로 롯데의 주전 3루수와 함께 중심 타선 한 자리를 차지했다.

작년 정훈과 안치홍(한화), 한동희(상무)까지 번갈아 가면서 소화할 정도로 주인을 찾지 못한 1루 자리는 올해 나승엽이라는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특급 유망주로 주목 받으면서도 입대 전 한 시즌 동안 60경기에서 .204의 타율을 기록한 게 전부였던 나승엽은 올해 롯데의 주전 1루수 자리로 활약했다. 홈런(6개)이 적은 건 다소 아쉽지만 .311의 고타율은 입단 당시 나승엽에서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다.

4년80억 원을 주고 영입한 포수 유강남이 무릎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한 가운데 롯데는 올 시즌을 통해 안방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해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손성빈이 올해 롯데 포수 중 가장 많은 52경기에서 주전으로 출전한 것이다. 물론 아직 보완할 점도 많지만 유망주 포수가 1군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규정타석 채우며 데뷔 최고의 시즌

황성빈과 손호영,나승엽,손성빈 같은 젊은 선수들이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통해 롯데의 주축 선수로 도약했지만 사실 2020년대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던 유망주는 단연 고승민이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1라운드 전체8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고승민은 루키 시즌 1군에서 30경기에 출전한 후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쳤다. 그리고 전역 이듬 해부터 곧바로 1군에서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고승민은 2022년 92경기에 출전해 타율 .316 5홈런30타점을 기록하며 엄청난 잠재력을 과시했다. 특히 전반기 1할대 타율에 그쳤던 고승민은 후반기에만 50경기에서 .414의 타율을 기록하며 성적을 끌어올렸다. 그 해 현역 생활을 마감한 '레전드' 이대호도 은퇴식에서 고승민에게 "너의 성공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 노력하자"라는 덕담을 남겼을 정도로 고승민은 롯데의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작년 1루수와 우익수를 오간 고승민은 자신의 포지션을 찾지 못하며 방황했고 이는 성적하락(타율 .224 2홈런24타점)으로 이어졌다. 고승민은 올해도 안치홍이 떠난 2루수 후보군을 비롯해 1루, 우익수로 활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정도로 분류됐다. 그렇게 작년만큼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시즌에 돌입한 고승민은 올해 1루수도 우익수도 아닌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올해 2루수로 102경기에 출전(97선발)한 고승민은 타율 .305 145안타 13홈런85타점7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824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 LG전에서 KBO리그 역대 32번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고승민은 27일 NC전에서도 4회 3점 홈런(시즌 13호)을 포함해 4안타3타점2득점을 폭발했다. 23일 한화전에서 .299로 떨어졌던 타율을 4일 만에 3할대로 회복 시킨 것은 덤이었다.

고승민은 올해 첫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롯데의 젊은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웠다. 또한 올 시즌 리그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한 3명의 2루수(김선빈,박민우,고승민) 중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 수 홈런과 8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록 이름값이나 커리어는 선배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고승민도 올해 생애 첫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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