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기다렸는데 당첨 취소라니”…거리 나선 민간 사전청약자들
공사비 급등,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분양사업 취소, 본청약 연기 등이 잇따르며 정부가 지난 5월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했지만 그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경기 파주시 운정중앙공원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파주시 주최로 열린 ‘파주가든 시민축제’ 행사에는 수십 명의 민간분양 사전청약 당첨 취소자들이 거리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2년 전인 2022년 6월 경기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사전청약에 당첨됐지만 시행사인 DS네트웍스가 지난 6월 사업을 중단하며 졸지에 당첨이 ‘없던 일’이 됐다.
이들은 공공택지 내 공공분양과 달리 민간분양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사업이 중단된 후 “어디에서도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 국회 등에 호소하고 있다.
사전청약은 선분양 시점보다 2년가량 앞서 주택을 공급한 제도로, 지난 문재인 정부가 주택 수요를 분산시켜 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2021년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러 변수들로 인해 본청약이 지연되기 일쑤였고 제도 취지가 무색해지자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 2022년 11월 민간분양 사전청약을 먼저 중단했고, 올해 5월에는 공공분양 사전청약까지 신규 시행을 중단하며 사실상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했다.
문제는 공공분양의 경우 사업 주체가 LH인 만큼 본청약이 지연될뿐 사업 취소까지 되지 않지만, 민간분양은 사업이 취소되면 당첨자 지위도 잃게 된다는 점이다. 취소된 사업지는 LH가 재공급 공고를 내 새로운 민간 사업자를 찾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공공분양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하지만 새 사업자가 나오더라도 기존 사전청약 당첨 지위까지 승계할 의무는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새 민간 사업자가 주택 유형이나 공급 면적 등을 바꿔 새롭게 사업을 할텐데 기존 당첨자 지위를 승계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기존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해선 청약통장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끔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청약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전청약 당첨 후 본청약, 입주만 바라보며 지냈다”며 “규정 상 지난 2년 간 다른 민간분양 시장에 청약할 수도 없었는데 사업이 중단된 피해는 당첨자가 모두 떠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동일부지에 대해 당첨권 지위를 유지해 달라는 입장이다.
올해 민간 사전청약이 취소된 단지만 6곳으로,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을 비롯해 인천 가정2지구 2블록 우미린, 경북 밀양 부북지구 제일풍경채 S-1블록, 경기 화성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 리젠시빌란트, 인천 영종하늘도시 영종A41블록 ‘한신더휴’ 등이다. 총 1500여 가구 정도 된다.
이날 집회에 나온 한 참석자는 “특히 파주 운정3지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운정역에 인접한 초역세권 입지여서 본청약이 1년 넘게 지연돼도 버틴 이들이 많았다”며 “청약통장을 되돌려준다고 한들 시간적·금전적 손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사전청약의 사업주체가 민간 사업자라 해도 국민들은 정부가 주도한 사전청약이란 공적 제도를 보고 청약에 나선 것”이라며 “사실상 ‘불완전 판매’를 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법적·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뒤늦게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했지만 진통은 계속해서 잇따를 전망이다. 아직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민간 사전청약 단지만 24곳, 1만2827가구 규모로,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올해처럼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또 나올 수 있어서다. 사전청약 피해자 비대위 관계자는 “일부 사업지에 대해선 LH가 재공급 공고를 낼 수 없도록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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