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 중 두 명이 작가 된 글쓰기 모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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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글쓰기 모임이 있'었'다. 모임 멤버는 세 명인데 그중 한 명이 사는 지역이 달라 매주 온라인상에서 각자의 글을 나누었다. 인터넷신문 편집기자, 동네책방 주인장, 프리랜서 편집자.
이렇게 세 명이 말만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할 것이 아니라 제발 좀 쓰자고, 다만 혼자서는 나태해지기 일쑤이니 마감 시간을 정하면 뭐라도 쓰지 않겠냐며 만든 소모임이다.
뭐라도 쓰고 싶었던 '마감재미'의 경사
▲ 자고로 글을 쓰게 하는 최고의 장치는 '마감'이라는 것에 모두 입을 모았다. (자료사진) |
ⓒ kaitlynbaker on Unsplash |
그 비운의 글쓰기 모임의 훈장 같은 일이라면, 그나마 '마감재미'가 죽지 않고 살아 있던 2021년 12월에 멤버 중 한 명의 책이 출간된 일이었다. 그 겨울에 우리는 서울까지 올라가 사인도 받고 축하의 말도 나누며 엄청 웃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최은경 작가가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오마이북, 2021)을 출간했을 때의 일이다.
이후 마감도 지켜지지 않고 곤장을 맞지도 않으며 적막해진 '마감 재미' 단톡방은 간혹 안부를 묻는 정도로 그 용도가 전락(?)했다. 그런데 2024년, 지난 여름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
대구의 그림책방 hogo 주인장 이수영 작가의 <마음은 어디에>(그림책공작소, 2024)가 7월에, 편집기자 최은경 작가의 <이런 제목 어때요?>(루아크, 2024)가 8월에 연이어 출간된 것. 그렇다. 적어도 세 명 중 두 명이 꾸준히 글을 썼고 결실을 본 것.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는 1인, 나를 제외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 이수영 작가(좌)와 최은경 작가(우) 대구 하고 책방에서 |
ⓒ 김은경 |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마음을 찾아 온종일 다닌 아이가 퍽 고단한지 깊게 잠들었고 침대 옆 협탁에는 종일 마음이 있는 곳을 묻고 다닌 아이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챙겨온 것들이 소복이 놓여 있다. 책, 마늘이 든 까만 봉지, 열쇠, 전단지… 하나하나 짚어 보게 되는 것은 그 모두에 마음이 들어 있는 것 같아서다.
동네 '바보 아저씨'가 귓속말로 전해준 탄성을 자아내는 비밀(비밀입니다, 안 가르쳐줄거예요)에 덧붙여 나도 동수에게 귓속말하고 싶다.
"이것도 비밀인데, 그러니… 마음은 온 데 다 있어. 막 다 있어."
동행종합시장, 행복반점, 엄마손 떡볶이집, 동글책방, 초중고 수학 전문 학원, 꽈배기집, 스터디 카페, 명인두부, 기억사진관… 온 마을, 온 골목을 가득 채운 온갖 곳이 촥- 펼쳐지는 페이지에 이르러, 고백하자면 나는 온 가슴이 벅찼다.
▲ 마음은 어디에, 이수영(지은이), 김선진(그림) |
ⓒ 그림책공작소 |
최은경 작가의 <이런 제목 어때요?>는 한 마디로 '우리 이 원고 좀 아는데' 말하고 싶은 책이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기치를 내건 오마이뉴스는 심층취재 뉴스를 쓰는 직업 기자와 생활 체험 등을 쓰는 일반 시민기자가 쓰는 기사로 채워진다.
일반 시민기자의 기사를 살피는 일은 (잘은 모르지만) 절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직업 기자가 쓰는 기사보다 살펴야 할 것들이 훨씬 많을 테다.
생짜의 '생나무' 기사들을 접하며 그가 말하고 싶은 기사 쓰는 법이나 제목 짓는 법에 관한 노하우를 '마감 재미'에서 글을 통해, 오마이뉴스 연재기사('제목의 이해')를 통해, 브런치스토리(@dadane)를 통해, 글로 종종 (미리) 접했던 터라 그가 누구보다 잘할, 잘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 싶었다.
부제에서 말하듯 '22년 차 편집기자가 전하는 읽히는 제목, 외면받는 제목'에 관한 베테랑 편집기자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센스에 '엄지척'을 날리며 접했던 화제의 제목들(가령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에 제소되어으읍읍")이 지어진 과정을 보는 재미도 가득하다.
▲ <이런 제목 어때요?> 책표지 |
ⓒ 루아크 |
▲ "많이 읽어주세요" 이수영 작가와 최은경 작가가 각자의 책을 들고 있다. |
ⓒ 김은경 |
하지만 힘들지라도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에게 전하고 싶다. 꾸준히 '뭐라도' 써 보는, 이런 '잘 사는' 방법도 있다고.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쓴다면 조금은 잘 살고 있을 것 같다고.
아, 물론 누구보다 먼저 내게 외칠 일이긴 하다. "알면,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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