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주시만 예측 못했나… 녹조강에서 열리는 '죽음의 문화제'
[박은영 기자]
▲ 천막농성장의 밤 |
ⓒ 문성호 |
천막농성장에 반가운 발걸음들이 이어진다. 지난 26일,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항의하며 기자회견이 열렸고 활동가들이 연행되기도 했다. 연행된 이들 소식에 달려온 이들의 발걸음이 농성장에도 이어졌다. 연대의 마음으로 열 일을 제치고 달려온 발걸음들 모두 든든하다.
공청회에서 항의하는 활동가 중 몇몇은 뒷수갑까지 채워진 채로 연행당했다. 기본계획이 부당함을 알리려는 활동가들을 불법 운운하며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지키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정부 정책에 저항하면 모조리 잡아넣겠다는 심산인가.
저녁에 풀려나온 이들과 잠시나마 함께 웃으며 오늘의 분노를 잠시 가라앉힌다. 연대하기도, 저항하기도 쉽지 않은 시절의 하루가, 금강의 따스한 노을 옆으로 흘러가고 있다.
▲ 세종시의회에 열린 세종보 시민의견 수렴 정책간담회 모습 |
ⓒ 박근태 |
세종보가 있어 도시 환경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주장, 소상공인과 지역경제를 위해서 세종보가 필요하다는 주장, 현재 금강의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급한 정책 결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라는 전문가의 주장들이 오갔다. 물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아니냐와 그 반문들이 오가는 날 선 말들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서로의 주장들을 들어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 자리에 참석한 주민들께 세종보 천막농성장에도 오시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천막농성을 하면서까지 세종보 재가동이 안 된다고 하는 이유와 세종시가 더 나은 도시로 변화하기 위한 방법이 분명 만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이런 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 녹조가 피어오르는 금강 위에 전시된 돛배 |
ⓒ 보철거시민행동 |
▲ 황포돛배를 연출한 금강에 녹조가 피어오르고 있다 |
ⓒ 보철거시민행동 |
녹조가 전 구간에 퍼져 강변 가까운 데서 물을 채수해도 녹조의 색과 기운이 완연했다. 야간에 안 보인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축제 기간 가까이서 산책할 시민들을 생각하면 녹조가 에어로졸 형태로 시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도 예상되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환경부는 담수는 자기 소관이지만, 하천점용 허가는 금강유역환경청 소관이니 모르겠다는 식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조치해야 할 행정기관이 책임은커녕 떠넘기기 하는 모습이 무책임하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 우리의 행복과 강의 건강이 만날 때까지 농성은 계속된다 |
ⓒ 문성호 |
세종보 시민 의견 수렴 정책간담회 웹 포스터에 쓰인 제목이다. 이 말을 곰곰이 들여다본다. 시민의 '행복'과 금강의 '건강'은 만날 수 있는 지점에 있을까. 좋은 말로 잘 이어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지금 세종보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의 말들을 비추어보면 결국 그 기준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만나거나 멀어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은 그렇게 서로 많이 다른 '행복'과 '건강'의 기준을 수없이 이야기하고 맞춰가야 하는 과정에 세워진 것이다. 투쟁하는 우리는 어떤 강이 건강한 강인지, 그 강이 우리에게 어떤 행복을 가져다줄 것인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서 말이다.
와보시라. 멈추지 않고 흐르는 금강이, 말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 우리의 삶을 관통해 온 강이 그 지혜의 말로 우리를 이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오늘도 농성장은 더 굳건하게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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