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文, 체코선 "40년간 원전 무사고"…여권 이 발언 재조명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수주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반으로 나뉘자 여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재조명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순방을 떠나 1박 2일 일정으로 체코를 방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안드레이 바비쉬 당시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원전 수출 문제를 논의하는 등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에서야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문 전 대통령이 방문할 즈음에는 2019년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현재 24기 원전을 운영 중이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바비쉬 당시 총리도 “한국은 원전 안전성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화답했다는 게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국내에 파문을 불러왔다. ‘국내는 탈원전, 해외는 원전 수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던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이던 당시 야권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나 같으면 안 먹을 텐데 ‘너나 먹으라’는 식으로 장사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언주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은 “우리 것을 팔려면 우리 스스로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라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탄핵 정국이 이어지던 2016년 12월 “부산 시민들은 머리 위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하나 달고 사는 셈”이라고 발언했다.
이런 공세가 이어지자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도 반격에 나섰다. 이해식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 총리를 상대로 원전 세일즈를 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이 일제히 힐난을 퍼붓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왜 세일즈를 하냐는 것”이라며 “참으로 ‘아메바식 사고’가 아닐 수 없다”고 반박했다.
6년 가까이 지난 현재 여야가 바뀌면서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한 현 야권의 입장도 바뀌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원전 수주 조건으로 저가 덤핑 계약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체코 원전 수주의 경제성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9일엔 민주당 김정호·김성환·민형배·허영 의원과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대로 가면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며 “무리하게 추진하는 (체코 원전) 수출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2박 4일 체코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 체코 원전 사업 참여를 두고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 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들과 협력업체들,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권의 내로남불이야 한둘이 아니지만, 원전 수출 문제로 이러는 건 너무 심하지 않느냐”며 “차라리 ‘문재인이 하는 건 옳고, 윤석열이 하는 건 틀리다’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할 것”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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