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으로 온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매력 빠져볼까

장지영 2024. 9. 28. 04: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액터뮤지션, 배우가 악기도 연주
웨스트엔드에서 시작… 역동성 매력
영국 대학 액터뮤지션 과정 운영

뮤지컬 배우는 노래·춤·연기의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배우들이 악기 연주까지 하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이다. 악기를 활용해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등 기존의 뮤지컬과 차별되는 재미를 준다.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은 집시 밴드 ‘집시 킹스’의 노래로 멕시코 영웅 조로의 활약상을 담았던 뮤지컬 ‘조로’를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새롭게 만든 프로덕션이다. 배우들은 노래, 연기, 춤 뿐만 아니라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를 역동적으로 꾸민다. 모먼트메이커 제공


지난 11일 대학로에서 개막한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11월 17일 인터파크 유니플렉스)은 제목에서 강조하듯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다. 영국 런던에서 집시 밴드 ‘집시 킹스’의 노래로 멕시코 영웅 조로의 활약상을 담았던 2008년 뮤지컬 ‘조로’를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2022년 새롭게 만들었다. 배우들이 바이올린, 트럼펫, 기타, 베이스,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한다. 이번 한국 공연에도 영국의 각색 및 연출가, 안무가 등 주요 크리에이티브팀이 내한해 작업했다. 조로 역으로 최민우, MJ, 민규가 트리플 캐스팅 되는 등 뮤지컬계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들이 출연해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앞서 한국에서 뮤지컬 ‘조로’가 두 차례 공연된 적 있다. 2011년 서울 블루스퀘어 뮤지컬 전용극장의 개관작으로 초연된 프로덕션은 2008년 영국 공연의 라이선스 버전이다. 당시 국내 뮤지컬계 최고의 흥행을 자랑하는 조승우가 타이틀롤을 맡아 화제가 됐었다. 그리고 2014년 리바이벌된 ‘조로’는 국내에서 아예 스토리를 바꾼 프로덕션으로 선보였다. 왕용범이 각색 및 연출을 맡았으며, 이성준이 집시 킹스의 노래 외에 새롭게 작곡한 넘버를 추가했었다. 이번 액터뮤지션 버전은 2011년 공연과 연결되는 셈이다.

그런데, 화려한 무대와 스타 캐스팅이 대세인 공연계에서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이채롭게 느껴진다. 비록 강력한 팬덤을 가진 배우들은 없지만 쉴 새 없이 연기, 노래, 춤, 연주를 오가는 배우들의 땀내나는 퍼포먼스야말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힘이다.

흔히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시초로 1989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리턴 투 더 포비든 플래닛’이 꼽힌다. 극작가 겸 연출가 밥 칼튼이 셰익스피어 ‘태풍’을 SF 버전으로 만든 이 작품은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면서 캐릭터를 소화했다. 당시 새로운 시도가 높은 평가를 받아 1989년 영국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이후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영국 공연계에 자리잡은 것은 연출가 존 도일 덕분이다. 그는 2000년대 들어 기존의 대형 뮤지컬을 배우가 연주하는 방식으로 잇따라 선보였다. 당시 일하던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 대규모 캐스트나 오케스트라를 넣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시도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참신한 형식이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도일은 웨스트엔드에서 2006년 ‘스위니 토드’와 2007년 ‘컴퍼니’ 등 기존 뮤지컬의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잇따라 올리비에상을 받았다. 이후 영국에서는 대학에 아예 액터뮤지션 과정이 생길 정도로 공연계에서 액터뮤지션 뮤지컬 제작 빈도가 높아졌다. 특히 소극장에서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조로: 액터뮤지션’도 런던에서 265석의 소극장에서 리바이벌됐다.


한국에서는 창작뮤지컬 가운데 2011년 초연한 조용신 각색 및 연출 ‘모비딕’이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첫손가락에 꼽힌다. 앞서 2007년 초연한 ‘오디션’과 ‘펌프 보이즈’를 비롯해 그동안 ‘곤, 더 버스커’ ‘리틀잭’ 등의 창작뮤지컬에서도 출연진이 악기를 연주하지만, 밴드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콘서트형 뮤지컬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출연진이 음악과 관련 없어도 연주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라이선스 뮤지컬로 2014년 초연한 ‘원스’와 2018년 초연한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이 국내 관객들에게 액터뮤지션 뮤지컬로서 큰 인기를 끌었다.


동명영화를 무대화한 ‘원스’와 달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은 구소련 시절 감시체제의 두려움을 다룬 아제르바이잔 작가 엘친의 희곡 ‘지옥의 시민들’을 원작으로 한다. 그런데, ‘미드나잇: 액터뮤지션’보다 1년 앞서 기존 뮤지컬처럼 배우들과 연주자들이 분리된 뮤지컬 ‘미드나잇’이 2017년 국내에서 초연됐다. 원래 영국에서 작품이 개발 중일 때 한국 제작사 모먼트메이커가 먼저 판권을 구입해 올린 것이다. 이후 영국에서 이 작품을 액터뮤지션 뮤지컬로 만들자 모먼트메이커가 다시 판권을 확보해 한국에서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으로 올렸다. 이후 한국에서는 ‘미드나잇’을 무대의 사슴뿔(antler)에서 따온 ‘미드나잇: 앤틀러스’로 부르며 ‘미드나잇: 액터뮤지션’과 번갈아 올리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조로: 액터뮤지션’의 제작사이기도 한 모먼트메이커 측은 “앞으로도 역동성이 매력인 액터뮤지션 뮤지컬을 좀 더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