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양반 신앙’을 벗어던져라

2024. 9. 2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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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양반들의 특권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양반전'을 써서 세태를 비판하고 양반들의 특권의식을 조롱했습니다.

소위 '양반 신앙'이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억지로 헌금하는 '양반 신앙'을 깨뜨리기 위함입니다.

부흥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면 낡은 양반 신앙을 버리고 변화된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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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양반들의 특권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양반전’을 써서 세태를 비판하고 양반들의 특권의식을 조롱했습니다. ‘양반전’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강원도 정선에 가난한 양반이 있었습니다. 그는 관가에서 쌀을 빌어먹으며 살아가는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1000여 석이나 빌리게 되었고 더 이상 갚을 길이 없자 마침내 투옥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때 이웃에 살던 지체 낮은 부자가 그 빚을 대신 갚아주고 대신 자신은 양반의 신분을 샀습니다. 그가 구입한 양반 문서에는 양반으로서 지켜야 할 온갖 형식적인 행동 절차와 권리 등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박지원은 이를 자세히 쓰고 있습니다. “양반은 배고파도 참고 추위에 견디며 가난함을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하며, 기침일랑 일을 가려 적게 하고 관은 꼭 소맷자락으로 쓸어서 쓰고, 종을 부를 때는 긴 목소리로 부르고 걸음은 팔자걸음으로 천천히 걷는다. 손에는 돈을 쥐는 일이 없고 쌀값은 묻지 말아야 하며 아무리 더워도 버선을 벗지 말아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의관 없는 맨머리를 하지 말아야 하고 먹을 때도 국물을 먼저 떠먹지 말며 국물 마실 때 소리가 나서 안 되고 수저 놀리는 데 소리 내서는 안 된다. 파, 마늘은 먹지 말고 술 마실 때는 수염을 적시지 말지어다. 담뱃불도 불이 이지러지도록 세게 빨아서는 안 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아내를 꾸짖지 말고 골이 난다고 그릇을 집어 던지지 말며 강아지 배때기를 차지 말아야 한다. 종을 꾸짖을 때는 죽일 놈이라는 소리를 하지 말며 병이 나더라도 무당을 부르지 말며 화롯불에 손을 올려 쪼지 말아야 한다.”

이런 내용을 본 부자는 아무리 봐도 양반의 행동은 겉치레일 뿐, 구속이 많고 거추장스럽기만 해서 결국 양반 되기를 포기하고 다시는 양반 소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과 교회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위 ‘양반 신앙’이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예배 시간에 헌금 바구니를 돌리지 않고 원하는 사람만 자유롭게 드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억지로 헌금하는 ‘양반 신앙’을 깨뜨리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의 진리를 훼손하지 않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성도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하려고 합니다. 직분이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사명과 존재 목적이 교회를 이끌어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개인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흥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면 낡은 양반 신앙을 버리고 변화된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만일 어떤 기업이 10년 후에도 똑같은 제품으로, 똑같은 시장을 공략한다면 정말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 될 것입니다. 기독교인 역시 양반 신앙을 고수하다 보면 신앙 안에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음에도 오히려 협소하고 편협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만약 양반 신앙에 안주하고 있다면 생각을 바꿀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닌지요. 하나님 자녀의 복을 누리기 원한다면 생각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삶의 기적은 작은 변화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안희묵 세종꿈의교회 대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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