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책방의 친구가 돼 주세요

2024. 9. 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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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인근에 유명한 동물원이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다.

당시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일하던 아베 히로시는 책방 단골이 됐다.

서점 매니저 야마모토 고우미씨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갔다가 아베 히로시 갤러리를 방문하고 바로 옆의 책방을 찾는 게 아베 히로시 팬들의 공식 코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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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 출판평론가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인근에 유명한 동물원이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다. 한때 폐업 위기에 처했던 이곳을 10여명의 수의사와 사육사가 힘을 합쳐 살려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동물원을 만든 수의사 가운데 아베 히로시가 있다.

그는 나중에 독학으로 공부해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가부와 메이’ 시리즈를 비롯해 ‘북극 그림 여행기’ 등 여러 작품이 국내에도 소개됐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아베 히로시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상설 갤러리 ‘풀풀’을 아사히카와에 열었다. ‘어린이후키도’라는 서점 바로 옆에 있다. 물론 사연이 있다.

1950, 60년대 아동문학가인 이시이 모모코는 미국의 도서관과 어린이책 문화에 감명을 받고 자신의 집을 개방해 가츠라문고라는 가정문고를 시작한다. 사서 출신 무라오카 하나코는 가츠라문고를 포함한 4개의 가정문고를 모체로 1974년 일본 최초로 도쿄 어린이도서관을 설립한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1980년대 일본에 가정문고와 어린이서점이 확산됐고, 1981년에는 드디어 아사히카와에도 ‘어린이후키도’라는 전문서점이 생겨났다.

당시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일하던 아베 히로시는 책방 단골이 됐다. 1980년대 후반 서점이 문을 닫게 되자 이곳을 사랑했던 ‘책방의 친구들’은 아쉬워하며 자구책을 마련했다. 아베 히로시를 포함한 9명이 공동출자해 유한회사를 설립한 것. 지금도 이 방식으로 서점은 운영된다. 서점 매니저 야마모토 고우미씨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갔다가 아베 히로시 갤러리를 방문하고 바로 옆의 책방을 찾는 게 아베 히로시 팬들의 공식 코스라고 귀띔했다.

홋카이도의 다이세츠잔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길에 ‘어린이후키도’에 들렀다. 순간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한 듯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무렵 국내에도 어린이책 전문서점의 전성기가 있었다. 그때 그 서점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서점 내부에는 오래된 세월이 여기저기 켜켜이 쌓여 있었다. 벽에 걸린 아이들의 그림, 어린이용 의자, 그림책 캐릭터 인형 등은 얼마나 오래됐는지 닳고 닳아 보드라웠다.

40여년간 서점을 운영하기는커녕 살아남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1996년 문을 연 계룡문고는 대전을 대표하는 중형 서점이다. 계룡문고의 이동선 대표와 현민원 이사는 오랫동안 서점뿐 아니라 인근 학교를 찾아가 그림책을 읽어줄 만큼 어린이와 청소년의 독서교육에 관심이 크다. 그래서인지 계룡문고의 어린이 코너는 흡사 도서관이나 어린이책 전문서점처럼 꾸며져 있다. 하지만 대전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팬데믹 이후 도서 시장이 위축되면서 서점은 급격히 어려워졌다. 서점 활성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했지만 쉽지 않다. 계룡문고뿐만이 아니다. 디지털 변혁기 앞에서 전 세계 서점은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 책방을 지키려면 그 어느 때보다 ‘책방의 친구들’이 필요한 때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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