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총장 “국제사회, 北 핵보유 인정하고 대화해야” 파장

그로시 “대화 중단에 통제 불능 악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수장이 북한의 핵 보유를 국제사회가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제재를 가해왔는데, 핵무기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기구를 총괄하는 수장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와 국제법을 어기고 있음에도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중단한 것이 조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했는지 의문이며 오히려 상황을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2006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이 된 이후 국제사회의 대화 시도가 없었고, 이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상당히 확대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이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IAEA의 분석이 매우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북한은 국제 핵 안전 기준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수 없는 광대한 핵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점에서는 비난받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 북한이 30개 혹은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전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를 하면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한 점이 무엇을 의미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아울러 러시아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도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심각하고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외무부 웹사이트를 통한 질의응답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종결된 문제(closed issue)’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에 맞서 북한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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