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휴대전화 이어 소셜미디어도 사용 제한 ‘시동’

김남중 2024. 9. 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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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2개 주 법무장관 ‘경고 표시’ 촉구
국제적 압력에 기업들 안전 대책 강화
경제·산업계 “규제로 개술 혁신 저해”


온라인 중독이나 유해·불법 콘텐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SNS)가 또 다른 규제 대상으로 떠올랐다. 미국, 호주 등에서는 미성년자를 위한 소셜미디어 규제 법안이 속속 만들어지는 중이다. 소셜미디어 규제를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美서 소셜미디어 규제 확산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가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2027년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학기 중인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주중 0시~오전 6시, 오전 8시~오후 3시에 소셜미디어가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것을 금지한다. 미성년자 계정에 대해선 SNS 기본 설정을 비공개로 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소셜미디어를 규제하는 ‘어린이를 위한 안전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회사들이 사전 동의 없이 18세 미만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수집·공유할 수 없도록 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생성되는 중독성 피드 및 맞춤형 광고를 부모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 42개 주정부 법무장관들은 최근 어린이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는 라벨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부착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앞서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지난 6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 위기는 현재 비상 상황이며 소셜미디어가 주된 원인으로 떠오른다”면서 담배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와 같은 라벨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노출하도록 요구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사용 연령 제한’ 추진

호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소셜미디어 사용 연령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9개월 이내에 실시되는 다음 선거 전까지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법’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는 소셜미디어 사용 연령의 상한선으로 14~16세를 고려하고 있다며 “어떤 정부도 모든 위협으로부터 모든 어린이를 보호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로버트 프렌치 전 고등법원장이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는 14~15세 청소년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전에 소셜미디어 기업이 부모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어린이가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적극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인스타그램 “10대 계정 비공개”

미성년자 보호 책임을 촉구하는 국제적 압력에 직면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안전 대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지난 17일 인스타그램에 가입한 18세 미만의 청소년 이용자들은 비공개가 기본인 ‘10대 계정(teen accounts)’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10대 계정에선 개인 메시지를 10대 이용자가 팔로우하거나 이미 연결된 사람으로부터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된다. 또 민감한 콘텐츠를 볼 수 없고,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성적인 콘텐츠나 자살·자해 등에 관한 콘텐츠를 추천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60분 이상 접속하면 알림을 받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알림을 끄고 자동으로 답장을 보내는 ‘수면 모드’가 활성화된다.

인스타그램의 10대 계정은 이달 미국·영국·캐나다·호주를 시작으로 내년 1월부터는 모든 국가에서 적용된다. 메타는 앞으로 몇 달 안에 페이스북, 왓츠앱 등 다른 소셜미디어에도 비슷한 10대 안전 사용 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제 관련 우려·비판 목소리도

이 같은 소셜미디어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소셜미디어가 온라인 중독이나 정신건강 위기와 직접 관련돼 있는지는 불명확하며 친구들과의 대화, 타인과의 연결 및 교류, 수용성 확대 같은 소셜미디어의 이점을 무시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청소년의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경제·산업계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기술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0일 미 유타주 연방법원 판사가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유타주의 ‘소셜미디어 액세스법’이 위헌이라고 판정한 것은 소셜미디어 규제를 둘러싼 법적 논란을 잘 보여준다.

소셜미디어 규제가 온라인 기술과 빅테크 규제라는 새로운 흐름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시빅 텍스트의 창립자 알렉산더 하워드는 NYT 기고문에서 최근 프랑스 검찰의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 체포와 브라질 정부의 엑스(옛 트위터) 사용 차단 등을 거론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온라인 플랫폼이 초래한 오프라인 피해와 사회적 혼란의 책임을 회피한 기술 대기업에 대한 면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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