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풍물시장 뒤집었다…한동훈, '강화 상륙작전'으로 재보선戰 돌입
강화풍물시장 상인·손님과 '민심 다지기'
시장서 직접 물건 구매하며 물가 점검까지
확성기 피해사례엔 "문제 해결하려 정치"
'장날'은 말그대로 장이 서는(열리는) 날을 뜻한다. 시장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3일장·5일장·7일장 등으로 나뉜다. 장날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며칠에 한 번 사람과 물건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니 장날은 거래의 장소일 뿐 아니라 사교의 장소로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즉, 장날은 물건과 함께 정(情)이 오고가는 날인 셈이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갑곶리에 위한 강화풍물시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으로 5일장이 들어서는 곳이다. 대표적인 강화도의 특산품인 투박하게 썬 자주빛 동그란 순무를 양념에 버무린 순무김치가 철제 바구니에 듬뿍듬뿍 담겨있고, 인근 바다에서 갓 잡아올려 얇게 포를 뜬 밴댕이회의 고소한 맛과 냄새는 왜 강화풍물시장 5일장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매달 27일 강화풍물시장엔 장이 선다. 이날 9월 27일에도 이곳에는 어김없이 장이 섰고 순무김치·밴댕이회뿐 아니라 다양한 야채·생선 등 식재료부터 풀빵·붕어빵 등 다양한 간식거리가 즐비했다. 하지만 이날따라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이나, 바닥에 깔린 돗자리에 앉아 판매할 나물들을 손질하고 있던 상인들과 점포에 물건을 대기 위해 주차를 마치고 온 또 다른 상인들의 눈길은 물건이나 간거리가 아닌 한 곳에 가 꽂혀 있었다.
그들의 눈길이 향한 곳의 끝에는 '강화군수 2 박용철'이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적힌 빨간색 조끼를 입은 박용철 강화군수 후보와 큰 키에 빨간색 점퍼를 입고 왼쪽 가슴에 이름표를 단 손범규 국민의힘 인천시장위원장의 사이에서 시종일관 악수하고 손을 흔들기 바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있었다.
한 대표가 장이 선 강화풍물시장을 찾은 이유는 그의 오른쪽에 선 박용철 국민의힘 강화군수 후보 때문이다. 박 후보는 오는 10월16일 열리는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한연희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상수·김병연 무소속 후보와 맞불을 예정이다.
시장 상인들에게 박 후보는 친근한 사람이었다. 장터 초입에서 땅콩과 부추 등을 판매하고 있는 이모(72세·여)씨는 "박용철(후보)이랑 안상수(후보)는 여기에 자주 와서 얼굴을 안다. 이제는 오면 인사도 하고 그런다"며 "그래서(친근해서) 여태 잘은 몰랐는데 너무 좋아하는 한동훈(대표)이랑 같이 여길 오니 또 대단한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사람이 달라보인다"고 말하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기도 했다.
박 후보도 이 같은 군민들을 위해 자신의 한몸을 불사를 준비가 돼있는 모습이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강화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내가 그리는 강화는 남녀노소 강화군민 누구나 강화발전을 위해 의견을 나누고 힘 모으는 단결된 강화"라며 "현재와 미래, 개발과 보존,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열린 도시 강화가 살기 좋은 강화보다 살 수 있는 강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대표는 마치 이날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상점을 일일이 다 방문해 얘기를 들으려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상인들·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쑥 들어온 손 끝에 들린 떡을 받아먹으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던 한 대표는 한 가게에 들려 고구마 한 상자를 구매하기도 했다. 강화군의 또 다른 명물인 새우젓을 구매하기 위해 한 동안 가게 앞에 머물면서 상인들의 현실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 대표와 그를 마주하는 상인·손님들의 얼굴에서는 시종일관 미소가 떠날 새가 없었다.
시장 식당가 초입의 상점에 호박 등을 나르던 김모(68세·남)씨는 '왜 한 대표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여태봤던 정치인이랑 달라서 좋아한다. 생긴 것도 멀끔하고 말도 잘하지 않느냐. 특히 말할 땐 속이 다 시원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랑은 좀 어떻게 다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래도 같이 일했다는 양반들이 지금 와서 이러는 건 영 보기 좋지 않다"며 최근 불거진 당정 갈등을 꼬집기도 했다.
뒤이어 한 대표는 지난 대선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찾기도 했다는 강화풍물시장 2층의 한 식당을 찾아 식사를 했다. 해당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66세·여)씨는 파티션에 등을 댈 수 있는 긴 테이블의 안쪽 세번째 자리를 가리키며 "저기가 윤 대통령이 왔다간 자리다. 우리 식당에 왔다 간 분들은 하나 같이 다 잘돼서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대표도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에 유모씨는 위아래로 빨간색 옷을 입고 있단 걸 가리키며 "지금 제가 빨간 옷 입고 왔잖아요. 왜 굳이 빨간 옷을 입고 왔겠느냐"라며 "한동훈 대표를 정말 좋아한다. 한 대표가 직접 와서 도와주는 박용철 후보가 안될 수가 있겠느냐"라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강화군에 단순히 탐방을 온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북한을 지척에 둬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인해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강화군 철산리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본인을 철산리에 거주한다고 밝힌 허모(59세·여)씨는 "처음 들어올 때부터 이중창을 다 해놓고 할 수 있는 온갖 행동을 다 해도 아침이고 저녁이고 새벽이고 시도 때도 없이 확성기를 틀어서 살 수가 없다"며 "한동훈 대표 찍으려고 당원가입까지 했을 정도로 한 대표를 좋아하는데, 이런 걸 해결해주는게 정치다. 오죽하면 이 시간을 맞춰서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토로했다.
식사 시간에 앞서 허 씨는 철산리 주민 몇명과 함께 한 대표와 잠깐 동안의 회동을 갖고 불편 사항을 모두 얘기했다. 철산리 주민들은 현재 이주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대표는 주민들의 손을 맞잡더니 "잘 오셨다. 말씀을 해주셔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며 "정치란 게 이런 거 해결하려고 정치를 하는 것이고 박 후보도 그래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잘 챙겨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한 대표는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을 목적으로 강화군을 찾은 만큼 선거와 관련한 약속을 꺼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3선 국회의원에 재선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안상수 무소속 강화군수 후보를 향해 "복당 불허"를 선언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풍물시장을 찾기 앞서 열린 박용철 후보 선대위 발대식에서 "경선의 기회가 있는데도 당을 탈당해서 출마한 경우에 그건 주민들의 희망을 저버리는 행동"이라며 "명분없는 행동이기도 하다. 당대표로서 이렇게 말씀드리겠다. (당선 되더라도) 복당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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