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도입 지체되는 한국…“글로벌 수준 약가 지원책 마련해야”
박선혜 2024. 9. 2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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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국내 유입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수준에 부응하는 약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중국 등 해외에서 한국의 약가를 참조하면서 국내 의약품의 시장성이 떨어지고, 신약 도입은 더욱 지체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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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의약품 코리아 패싱 대응 방안’ 국회 토론회 개최
신약의 국내 유입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수준에 부응하는 약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강선우 의원이 공동 주최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약품 ’코리아 패싱‘ 대응 방안’ 토론회를 통해 정부와 학계·산업계·환자단체가 한국의 약가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는 최근 낮은 국내 의약품 가격을 이유로 국내외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신약 출시를 꺼리거나 이미 출시한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마련됐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치료의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받으며 4년 전부터 미국 등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허가조차 받지 못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국산 신약의 혜택을 정작 우리 국민이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에스티가 내놓은 슈퍼 항생제인 ‘시벡스트로’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시벡스트로는 지난 2015년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낮은 약가를 버티지 못한 동아에스티가 2020년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한국 약가를 참조하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패싱’한 채 중국에서 신약 선발매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P-CAB의 한 종류인 다케다의 ‘보노프라잔’이 대표적이다. 보노프라잔의 한국 약가는 900원이다. 반면 중국에선 2000원선에 책정돼 있다.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중국 등 해외에서 한국의 약가를 참조하면서 국내 의약품의 시장성이 떨어지고, 신약 도입은 더욱 지체된다고 짚었다. 유 교수는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 면제 등 약가 지원책이 새로 반영되면서 중국 약가 참조 과정에서 한국 신약 약가가 점차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코리아 패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필요하며, 환자의 치료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전체 약품비 중 신약 비중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일본은 미국, 유럽에 비해 신약 승인률이 점차 떨어지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관련 약가제도를 정비해 개정 고시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보다 신약 등재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국민들의 치료 접근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정책을 구현하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진다.
강희성 대웅제약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신약 약가는 대체약제 가격 수준에서 책정되는데, 기존 약가가 대부분 낮고 제약사에게 협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약가 인상에도 한계가 있다”며 “한국도 프랑스나 일본처럼 약가를 우대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혁신 신약 가치 보상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강 실장은 또 “신약의 약가는 대체약제의 가격 수준에 민감하다”면서 “대체약제가 있는 비열등 신약은 물론이고 대체약제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신약의 경우라도 대체약제의 약가 수준이 낮으면 아무리 경제성평가를 잘 해도 약가 인상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약업계는 △혁신형제약기업의 혁신 신약에 대한 가치 보상안 시행 △이중약가제 확대 적용 △개발 가치에 따른 혁신 등급 부여 △약품비 관리 종합 정책 수립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 합리적인 약가 협상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신대현 쿠키뉴스 기자는 “의약품 ‘코리아 패싱’ 문제를 방치하면 한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처방되는 양질의 의약품을 확보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며 “규제 체계를 혁신해 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하며, 합리적 약가 협상 구조를 마련해 제약사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한국의 신약 접근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하며, 급여 적응증이나 대상 범위가 협소해 중증 희귀질환 환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고가 신약의 지속가능한 접근성을 이루려면 해외 각국의 정부와 제약사, 환자단체가 적정 약가 수준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신약 사후평가 및 환급율 조정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고 여러 방면에서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태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신약 접근성 강화와 혁신 신약에 대한 적정 가치를 보상하고자 제도 개선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희귀질환 의약품 도입과 관련해서도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 제약사도 신약을 신속하게 국내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신약의 국내 유입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수준에 부응하는 약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강선우 의원이 공동 주최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약품 ’코리아 패싱‘ 대응 방안’ 토론회를 통해 정부와 학계·산업계·환자단체가 한국의 약가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는 최근 낮은 국내 의약품 가격을 이유로 국내외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신약 출시를 꺼리거나 이미 출시한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마련됐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치료의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받으며 4년 전부터 미국 등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허가조차 받지 못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국산 신약의 혜택을 정작 우리 국민이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에스티가 내놓은 슈퍼 항생제인 ‘시벡스트로’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시벡스트로는 지난 2015년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낮은 약가를 버티지 못한 동아에스티가 2020년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한국 약가를 참조하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패싱’한 채 중국에서 신약 선발매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P-CAB의 한 종류인 다케다의 ‘보노프라잔’이 대표적이다. 보노프라잔의 한국 약가는 900원이다. 반면 중국에선 2000원선에 책정돼 있다.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중국 등 해외에서 한국의 약가를 참조하면서 국내 의약품의 시장성이 떨어지고, 신약 도입은 더욱 지체된다고 짚었다. 유 교수는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 면제 등 약가 지원책이 새로 반영되면서 중국 약가 참조 과정에서 한국 신약 약가가 점차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코리아 패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필요하며, 환자의 치료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전체 약품비 중 신약 비중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일본은 미국, 유럽에 비해 신약 승인률이 점차 떨어지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관련 약가제도를 정비해 개정 고시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보다 신약 등재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국민들의 치료 접근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정책을 구현하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진다.
강희성 대웅제약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신약 약가는 대체약제 가격 수준에서 책정되는데, 기존 약가가 대부분 낮고 제약사에게 협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약가 인상에도 한계가 있다”며 “한국도 프랑스나 일본처럼 약가를 우대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혁신 신약 가치 보상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강 실장은 또 “신약의 약가는 대체약제의 가격 수준에 민감하다”면서 “대체약제가 있는 비열등 신약은 물론이고 대체약제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신약의 경우라도 대체약제의 약가 수준이 낮으면 아무리 경제성평가를 잘 해도 약가 인상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약업계는 △혁신형제약기업의 혁신 신약에 대한 가치 보상안 시행 △이중약가제 확대 적용 △개발 가치에 따른 혁신 등급 부여 △약품비 관리 종합 정책 수립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 합리적인 약가 협상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신대현 쿠키뉴스 기자는 “의약품 ‘코리아 패싱’ 문제를 방치하면 한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처방되는 양질의 의약품을 확보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며 “규제 체계를 혁신해 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하며, 합리적 약가 협상 구조를 마련해 제약사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한국의 신약 접근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하며, 급여 적응증이나 대상 범위가 협소해 중증 희귀질환 환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고가 신약의 지속가능한 접근성을 이루려면 해외 각국의 정부와 제약사, 환자단체가 적정 약가 수준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신약 사후평가 및 환급율 조정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고 여러 방면에서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태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신약 접근성 강화와 혁신 신약에 대한 적정 가치를 보상하고자 제도 개선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희귀질환 의약품 도입과 관련해서도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 제약사도 신약을 신속하게 국내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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